류한수 “훈련파트너 9년…리우는 나의 올림픽”

입력 2016-07-19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을 앞둔 레슬링국가대표 류한수(오른쪽)는 2013세계선수권, 2014인천아시안게임, 2015아시아선수권 금메달에 이어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태릉선수촌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kg급 류한수의 꿈

“레슬링 인생 8할은 ‘그림자’ 역할
금메달 따서 그랜드슬램 달성할 것”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죠. 그런데….”

하루하루가 꿈만 같다. 그저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뭉클하다고 했다.

레슬링국가대표팀 그레코로만형 66kg급 류한수(28·삼성생명)는 아주 잘 알려진 이름은 아니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꾸준히 국제대회에 출전해 성과를 냈지만, 동일 종목의 동갑내기 특급스타 김현우(75kg급)에 가려져 있었다.

사실 류한수가 걸어온 레슬링 인생의 8할은 ‘기다림’이었다.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뒤에도 대개 ‘그림자’에 머물렀다. 국가대표 2진으로 훈련 파트너 생활만 9년 가까이 했다. 1진과 똑같이 매트를 뒹굴고 땀을 흘리지만, 가슴 한편의 왠지 모를 허전함은 좀처럼 채우기 힘들었다. 그래서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은 더 특별하다. 자신이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에서 주인공이 될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18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레슬링대표팀 (그레코로만형·자유형)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류한수의 얼굴은 거뭇한 수염으로 뒤덮여 있었다. 살짝 다듬기만 할 뿐, 아직까지는 깎을 생각이 없다. 수염을 기르기 시작한 이후 나름 괜찮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큰 대회를 앞두고는 면도기를 대지 않았다. 그 대신 한 가지 공약을 내걸었다.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수염을 정리하겠다.”

올림픽 무대에 서기까지 정말 혹독한 과정을 거쳤다. 지난해 9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벌어진 2015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리우올림픽 출전권을 직접 땄지만, 하마터면 이를 놓칠 뻔했다. 6월 강원도 양구에서 끝난 리우올림픽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1회전 패배로 탈락 위기를 맞았다. 서로의 장·단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빚어진 상황이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종목 선수들이 국제대회보다 국내선발전을 꺼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행히 결과는 통과. “우리 선수들이 겨루면 아무래도 기술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오늘의 우승이 내일을 보장할 수 없다.”

류한수에게 올림픽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그랜드슬램이다. 2013세계선수권 정상으로 탄력을 받은 그는 인천아시안게임에 이어 이듬해 아시아선수권 우승도 차지했다. 이제 올림픽만 우승하면 모든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이를 의식하려고 하진 않는다. 기록에 너무 신경을 쏟다보면 본 무대를 허무하게 끝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상대 하나하나에 전념할 생각이다.”

레슬링대표팀의 훈련은 태릉선수촌에서도 정평이 났다. 타이어를 끌고 외줄을 오르내리는 등 죽기 직전의 고통을 맛보는 ‘사점 훈련’을 하다보면, 숨이 턱밑까지 차고 욕설이 터진다. 그러나 이런 혹독함이 지금의 한국레슬링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잘 안다. 류한수는 누구보다 더 열심히 모든 훈련을 소화했다. 그레코로만형 대표팀 안한봉(48) 감독도 “(류)한수는 굉장한 악바리”라며 “충분히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자격이 있다”고 칭찬했다.

류한수는 리우올림픽 때 특별한 기술을 추가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플레이에 전념할 계획이다. 뛰어난 수비를 앞세워 상대의 힘을 서서히 빼내는 데 익숙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급한 쪽은 소모적 공격에 치중하는 상대다. 여기에 ‘올림픽 금메달’이란 ‘고기’를 맛본 김현우로부터 틈날 때마다 조언을 구하며 다가올 올림픽을 구상 중이다.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 등 주요 대회에서 김현우와 같은 방을 쓰며 1위를 했던 기분 좋은 기억도 있다. “(김)현우와 서로 좋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흔들릴 때 안정을 찾게 된다. 느낌도 좋다. 감동을 주는 레슬링으로 결실을 맺겠다.”

태릉선수촌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