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행 막차’ 복서 함상명 “뼈가 부서져도 온 몸 불사른다!”

입력 2016-07-19 13: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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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명(21·용인대). 사진제공|스포츠동아DB

“정말 꿈만 같아요. 다 포기했었는데….”

수화기를 통해 전해진 ‘태극복서’ 함상명(21·용인대)의 목소리는 살짝 떨렸다. 완전히 놓친 듯했던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권을 극적으로 얻었기 때문이다. 국제복싱협회(AIBA)는 19일(한국시간) 새벽 남자복싱 56㎏급 함상명이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대한복싱협회에 보내왔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함상명은 올림픽을 마음에서 지웠었다. 공식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기회를 놓친 탓이었다.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함상명은 올 3월 중국에서 벌어진 아시아 선발전에 이어 6월 아제르바이잔 월드쿼터대회를 내리 실패했고, AIBA 주관으로 이달 초 베네수엘라에서 끝난 APB(AIBA프로복싱)/WSB(월드시리즈복싱) 자체 올림픽 선발전에서도 탈락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았던 상황. 복싱은 잠시 잊고 휴가도 다녀왔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동일 체급에서 올림픽 티켓을 딴 선수 누군가가 출전을 포기하면서 ‘올림픽 쿼터 재분배(와일드카드)’가 이뤄졌고, APB 랭킹 3위의 함상명이 출전 자격을 얻었다. 그는 “링 위에서 뼈가 부러진다는 각오로 뛰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한국복싱은 1948년 런던대회 첫 출전 이후 68년 만에 올림픽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으나, 함상명의 기사회생으로 마지막 희망의 불씨를 되살렸다.

-정말 막차로 올림픽에 가게 됐다.

“새벽 운동을 막 끝낸 뒤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솔직히 생각지 못한 엄청난 선물을 받았다. 너무 좋다기보다는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다.”

-어깨가 무거운데.

“한국복싱이 어려움에 놓인 상황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리우올림픽 선발전을 1명도 자력으로 통과하지 못해 위기의식도 있었다. 선수로서 책임감도 많이 느꼈다.”

함상명을 비롯한 국가대표 전원이 올림픽 티켓을 놓쳤다. 남녀복서 모두 줄줄이 고배를 들었다. 유독 한국선수들에게 엄격한(?) 판정을 내리는 국제심판진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많았다. 실제로 경기 내용은 압도하고도 불리한 점수로 패한 경우가 잦아 한국복싱의 국제 영향력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돼왔다.

-판정 불이익이 걱정스럽지 않나.

“딱히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외부 영향은 생각할 필요 없다. 편파판정에 졌다는 것은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 내가 못해서, 경기력이 좋지 않아 빚어진 사태다. 더욱 적극적이고, 더 노력했다면 결과도 달라졌을 것이다.”

-올림픽까지 남은 시간도 많지 않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지만 결국 체력이다. 그간 올림픽 선발전 시리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체력훈련의 비중을 줄여왔던 것은 사실이다. 짧은 시간이나마 최대한의 체력, 몸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전형적인 인파이터 복서다. 올림픽 전략이 있다면.

“유효타 빈도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 수세적으로 하기보다 초반부터 강공 모드가 중요하다.

가슴에 문신으로 ‘분골쇄신(粉骨碎身)’을 새겼다. 몸과 뼈가 부서진다는 각오로 올림픽에 임하겠다. 뼈가 부러지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꼭 기대에 부응하겠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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