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예능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 사진제공|KBS
27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로비에서 만난 박인석 PD는 “이렇게 프로그램이 잘 될 거란 확신은 없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프로그램 성공의 1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걸그룹 ‘언니쓰’였다. 22일 방송에서는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기획한 프로젝트 걸그룹 ‘언니쓰’의 마지막 이야기가 방송되며 7.8%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여전히 ‘언니쓰’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멤버들이 무대에 오를 때까지 함께 하며 제작진 역시 뿌듯하고 행복했다. PD 생활을 이런 순간이 또 있을까 싶다.”
사실 ‘언니쓰’가 KBS 2TV ‘뮤직뱅크’에 출연하기까지의 과정은 기적에 가까웠다. 걸그룹 활동을 안 해본 멤버가 많고, 특히나 연습이 많이 필요했던 멤버도 있었고 예산마저 부족했다. 박 PD는 “역설적으로 뭔가, 어딘가 부족한 점이 있기에 시청자분들께서 더 응원해주셨던 것 같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과부하가 왔고 힘든 부분이 있었기에 지나고 보니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그가 들려준 뮤직비디오 촬영과정도 TV에서 봤던 것보다 험난했다. 금요일 방송을 부랴부랴 마친 뒤 이틀 뒤인 일요일에 뮤직비디오 촬영을 시작해야 했다. 촬영을 시작하고서도 어려움이 많았다.
먼저 가수 박진영이 소개한 클럽을 촬영 전날 찾아갔지만 무대가 작아서 춤출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이튿날 새벽 4시까지 서울 서교동 일대 클럽을 다 뒤지면서 춤출 장소를 찾았고 촬영 직전에야 뮤직비디오 스토리를 만들 수 있었다. 꼼꼼한 성격으로 대학교 시절 “어줍지 않은” 단편영화를 만들 때도 콘티에 완벽을 기했던 박PD는 촬영 2시간 전 썼던 이번 뮤직비디오 콘티가 못내 아쉬운 모습이었다.
“오랜 시간을 두고 경험 많은 뮤직비디오 감독이 제작했으면 평생 남을 작품을 멤버들에게 선물할 수 있었을 텐데 미안함이 남아있다. 나름대로는 아버지 생신도 못가고 한달을 거의 회사에서 살았음에도 뮤직비디오 촬영이 조금 아쉽다.”
사실 뮤직비디오 촬영에 앞서 박 PD는 본방송을 만드는 데만 항상 “에너지의 300%를 쓰는 느낌”이었기에 걱정이 앞섰다. 그때 개그우먼 김숙이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박 PD에게 1만 원을 쥐어주며 제작에 나서게 됐다. 그는 “그 만원은 기념으로 정말 고이 간직하고 싶었는데 정신없게 일하다보니 어느 만원인지 잊어버렸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29일 방송에서는 세 번째 꿈 계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난주를 끝으로 공식활동을 마친 ‘언니쓰’의 이후 활동은 어떨까. 박 PD는 “현재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언니쓰’가 의미 있고 소중하지만 “‘언니들의 슬램덩크’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아름답게 끝내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해주셨던 팬들에게는 어떻게 답례를 해야할까하는 고민은 있다.”
그는 이번 ‘언니들의 슬램덩크’를 맡기 전 오랫동안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제작에 참여해왔다. 이에 앞서서는 ‘김승우의 승승장구’와 ‘인간의 조건’의 연출에 참여했다. 방송 관계자들에게는 이미 자막에 재치가 돋보이는 인재로 소문나있었다.
“조연출 시절 자막의 재미보다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대해 궁금해 하고 관심을 가지느냐가 더 높은 단계인 것 같다고 느꼈다. ‘1박2일’은 버라이어티쇼 성격이 강하다면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리얼리티적 요소가 중심이며 스토리에 기반한 프로그램 같다. 돌이켜보면 앞선 세 작품하면서 배웠던 것을 조합하면서 하는 느낌이다.”
박인석 PD는 멤버 한명 한명에 대한 애정도 각별해보였다. 흔히들 예능국 PD 사이에서는 편집은 ‘빠심’(팬심)으로 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 역시 “애정이 클수록 뭐라도 더 잘하고 싶고 그런 것 같다”며 “매력이 많아서 늘 애정으로 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 사람이 보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자”고 자신에게 끊임없이 말하는 박인석 PD가 연출하는 ‘언니들의 슬램덩크’의 추후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계획은 PD인 나 역시 궁금하다. ‘비정상회담’이나 ‘냉장고를 부탁해’ 같이 매주 고정 포맷이 있는 프로그램이면 30회 방송이나 50회 방송이 그려질 텐데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불확실성이 크다. 그래서 다음회도 잘 안 그려진다. 불확실성과 불안함이 늘 새로움을 만들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 같다. 멤버들 매력 잘 보여줄 수 있고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싶다. 현재는 시청자 분들께 재밌는 에피소드를 보여드리는 게 매주 주어진 사명인 것 같다. 하하!”
스포츠동아 이경후 기자 thiscas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