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언니들의 슬램덩크’ PD가 전한 ‘언니쓰’와 그후…

입력 2016-07-30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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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예능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 사진제공|KBS

최근 새로운 TV 예능프로그램이 앞 다퉈 쏟아지는 가운데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처럼 성공한 신규프로그램이 있을까. 그것도 젊은 PD의 ‘입봉작’(첫 메인PD로서 제작한 프로그램)이 동시간대 1위를 지키고 있다.

27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로비에서 만난 박인석 PD는 “이렇게 프로그램이 잘 될 거란 확신은 없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프로그램 성공의 1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걸그룹 ‘언니쓰’였다. 22일 방송에서는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기획한 프로젝트 걸그룹 ‘언니쓰’의 마지막 이야기가 방송되며 7.8%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여전히 ‘언니쓰’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멤버들이 무대에 오를 때까지 함께 하며 제작진 역시 뿌듯하고 행복했다. PD 생활을 이런 순간이 또 있을까 싶다.”

사실 ‘언니쓰’가 KBS 2TV ‘뮤직뱅크’에 출연하기까지의 과정은 기적에 가까웠다. 걸그룹 활동을 안 해본 멤버가 많고, 특히나 연습이 많이 필요했던 멤버도 있었고 예산마저 부족했다. 박 PD는 “역설적으로 뭔가, 어딘가 부족한 점이 있기에 시청자분들께서 더 응원해주셨던 것 같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과부하가 왔고 힘든 부분이 있었기에 지나고 보니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그가 들려준 뮤직비디오 촬영과정도 TV에서 봤던 것보다 험난했다. 금요일 방송을 부랴부랴 마친 뒤 이틀 뒤인 일요일에 뮤직비디오 촬영을 시작해야 했다. 촬영을 시작하고서도 어려움이 많았다.

먼저 가수 박진영이 소개한 클럽을 촬영 전날 찾아갔지만 무대가 작아서 춤출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이튿날 새벽 4시까지 서울 서교동 일대 클럽을 다 뒤지면서 춤출 장소를 찾았고 촬영 직전에야 뮤직비디오 스토리를 만들 수 있었다. 꼼꼼한 성격으로 대학교 시절 “어줍지 않은” 단편영화를 만들 때도 콘티에 완벽을 기했던 박PD는 촬영 2시간 전 썼던 이번 뮤직비디오 콘티가 못내 아쉬운 모습이었다.

“오랜 시간을 두고 경험 많은 뮤직비디오 감독이 제작했으면 평생 남을 작품을 멤버들에게 선물할 수 있었을 텐데 미안함이 남아있다. 나름대로는 아버지 생신도 못가고 한달을 거의 회사에서 살았음에도 뮤직비디오 촬영이 조금 아쉽다.”

사실 뮤직비디오 촬영에 앞서 박 PD는 본방송을 만드는 데만 항상 “에너지의 300%를 쓰는 느낌”이었기에 걱정이 앞섰다. 그때 개그우먼 김숙이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박 PD에게 1만 원을 쥐어주며 제작에 나서게 됐다. 그는 “그 만원은 기념으로 정말 고이 간직하고 싶었는데 정신없게 일하다보니 어느 만원인지 잊어버렸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29일 방송에서는 세 번째 꿈 계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난주를 끝으로 공식활동을 마친 ‘언니쓰’의 이후 활동은 어떨까. 박 PD는 “현재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언니쓰’가 의미 있고 소중하지만 “‘언니들의 슬램덩크’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아름답게 끝내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해주셨던 팬들에게는 어떻게 답례를 해야할까하는 고민은 있다.”

그는 이번 ‘언니들의 슬램덩크’를 맡기 전 오랫동안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제작에 참여해왔다. 이에 앞서서는 ‘김승우의 승승장구’와 ‘인간의 조건’의 연출에 참여했다. 방송 관계자들에게는 이미 자막에 재치가 돋보이는 인재로 소문나있었다.

“조연출 시절 자막의 재미보다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대해 궁금해 하고 관심을 가지느냐가 더 높은 단계인 것 같다고 느꼈다. ‘1박2일’은 버라이어티쇼 성격이 강하다면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리얼리티적 요소가 중심이며 스토리에 기반한 프로그램 같다. 돌이켜보면 앞선 세 작품하면서 배웠던 것을 조합하면서 하는 느낌이다.”

박인석 PD는 멤버 한명 한명에 대한 애정도 각별해보였다. 흔히들 예능국 PD 사이에서는 편집은 ‘빠심’(팬심)으로 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 역시 “애정이 클수록 뭐라도 더 잘하고 싶고 그런 것 같다”며 “매력이 많아서 늘 애정으로 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 사람이 보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자”고 자신에게 끊임없이 말하는 박인석 PD가 연출하는 ‘언니들의 슬램덩크’의 추후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계획은 PD인 나 역시 궁금하다. ‘비정상회담’이나 ‘냉장고를 부탁해’ 같이 매주 고정 포맷이 있는 프로그램이면 30회 방송이나 50회 방송이 그려질 텐데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불확실성이 크다. 그래서 다음회도 잘 안 그려진다. 불확실성과 불안함이 늘 새로움을 만들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 같다. 멤버들 매력 잘 보여줄 수 있고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싶다. 현재는 시청자 분들께 재밌는 에피소드를 보여드리는 게 매주 주어진 사명인 것 같다. 하하!”

스포츠동아 이경후 기자 thiscas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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