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본 정우람의 심각성

입력 2016-08-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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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정우람. 스포츠동아DB

한화 정우람(31)은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필승계투요원이다. 2004년 SK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600경기에 등판해 37승21패62세이브128홀드, 방어율 2.85의 성적을 거두며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팀의 필요에 따라 셋업맨과 마무리를 오가며 임무를 완수했다. 확실한 필승카드가 필요했던 한화는 2015시즌이 끝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정우람에게 4년 총액 84억원의 거액을 안겨줬다. 정우람의 영입은 불펜에 큰 비중을 두는 한화 야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적어도 5월까진 그 예상이 맞았다. 정우람은 한화의 전력구상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팀이 워낙 부진했던 탓에 등판할 기회가 적었지만, 21경기에서 1승1패6세이브, 방어율 2.05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영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4월 10경기에선 3세이브, 방어율 1.26으로 5월보다(11경기 1승1패3세이브, 방어율 2.76) 더 좋았다.

그러나 6월부터 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6월에는 놀라운 안정감이 다소 옅어진 정도였는데, 7월부터는 아예 다른 투수가 됐다. 7경기(10.1이닝)에서 2패2세이브, 방어율 7.84를 기록했다. 이 기간 피안타율은 0.308로 치솟았다. 지난 5년간 2010년 8월(11.2이닝·0.313), 2011년 7월(6.2이닝·0.308), 2012년 6월(3이닝·0.400), 2015년 8월(6이닝·0.333)을 제외하면 피안타율이 3할대로 올라갔던 적이 없다.

특히 후반기만 보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5경기에서 2패1세이브, 방어율 11.12(5.2이닝 7자책점)를 기록했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1.76이고, 폭투를 2개나 범했다. 9이닝당 볼넷(3.18), 피안타율(0.364), 피출루율(0.423) 모두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다. 승계주자 2명은 모두 홈에 들여보냈다. 전반기 34경기에선 피안타율(0.215), 피출루율(0.277), 9이닝당 볼넷(2.47), WHIP(1.02) 모두 후반기와 견줘 나았다. 전반기 16.1개였던 이닝당 투구수가 19.9개로 불어난 것도 눈에 띈다. 해설위원 A는 “정우람은 탁월한 제구력과 볼 끝의 회전이 장점인 투수다”며 “후반기에는 그런 모습이 사라졌다. 팔이 제대로 넘어오지 않아 포수가 잡기 어려운 곳으로 공이 가기도 한다. 원하는 대로 던지지 못하다 보니 자신감도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우람은 5월27일 새벽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치료를 받은 바 있다. 실제로 사고 이전과 이후의 성적 차이가 크다 보니 후유증을 의심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사고 이전 20경기에서 1승1패6세이브, 방어율 1.82를 기록한 정우람은 이후 19경기에서 3승3패4세이브, 방어율 6.33의 성적을 거뒀다. 야구인 출신 관계자는 “교통사고 후유증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 정우람이 시속 150㎞가 넘는 공을 던지다 구속이 줄었다면 모를까. 볼 끝이 무뎌진 것과는 큰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확실한 승리공식인 정우람이 흔들리면 계투진에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그만큼 활용폭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2일 광주 KIA전에서 선발요원 파비오 카스티요를 9회에 내보낸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게다가 한화는 지난해에도 7월까지 불펜방어율 4.41(3위)로 순항하던 계투진이 8월 이후 방어율 6.06(10위)의 부진으로 추락을 경험한 바 있다. 정우람의 부진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이미 정우람은 2이닝 이상 투구를 무려 15차례나 경험했다. 비율로 따지면 총 등판경기수의 38.5%다. 이는 총 57경기 중 19차례 2이닝 이상 소화한 동료 권혁의 33.3%보다 높은 수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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