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 의사에게 25억원대 제공혐의
대표이사·전현직 임원 불구속 기소

매출액기준 세계 1위인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의 한국 경영진들이 의사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준 혐의로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서부지검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은 거액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노바티스 코리아 대표이사 문 모(47)씨 등 전현직 임원 6명을 약사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은 범행에 가담한 의약전문지 5곳 가운데 1곳의 대표이사 양 모(56)씨와, 학술지 발행업체 1곳의 대표이사 이 모(55)씨,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15명 등 총 28명을 약사법·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의사들 대부분은 종합병원 소속이었다. 출석요구에 따르지 않은 노바티스 코리아 전 대표이사 2명(외국인)은 기소 중지했다.

문씨 등은 2011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의약전문지들과 학술지 발행업체 등에 제품광고 명목의 광고비를 집행한 뒤 이 업체를 통해 좌담회·자문료 등을 명목으로 거래처 의사들에게 25억9000만원 가량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바티스 코리아는 2009년부터 3년 동안 71억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해 이미 과징금 23억원을 냈지만 리베이트 쌍벌죄가 도입된 2010년 이후 더 교묘하게 리베이트를 주는 방법으로 전문지를 동원했다.

의약전문지들은 취재형식을 가장해 노바티스 의약품을 처방하고 있는 5∼10명의 의사들을 호텔 등 고급식당으로 초대해 노바티스 관련 의약품 효능에 대해 논의토록 한 뒤 ‘거마비’로 1인당 30만∼50만원 상당의 참가비를 지급했다. 이 행사에 전문지 기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노바티스 코리아에서 참석자 선정, 접촉, 행사장 안내, 교통수단 제공, 논의자료 준비 등 모든 일을 했다. 일부 의사 가운데는 제약사의 행사로만 알고 참석했다.

노바티스 코리아는 의사들을 전문지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한 달에 100만원 상당의 자문위원료도 줬다. 해당 의사들은 자문한 적이 전혀 없거나 1년에 2∼3회에 형식적 자문을 해주고 많은 돈을 받아갔다. 전문지와 학술지 발행업체를 통해 선정한 의사들을 상대로 외국논문 내지 외국 유명 학회지 번역 등을 의뢰한 뒤 1인당 50만∼100만원을 원고료·감수료 명목으로 줬다. 또 의사들을 전문지의 해외학회 취재를 위한 객원 기자로 위촉한 뒤 1인당 400만∼700만원의 해외학회 참가 경비로 지원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