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그렇다! 이범수는 꽤 멋진 배우였다

입력 2016-08-12 18: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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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먼저 ‘거짓말’이라는 노래의 주인공을 떠올려보자. 누군가는 god가 또 다른 누군가는 빅뱅이 연상될 것이다. 혹은 버즈나 티아라의 노래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번에는 이범수라는 연기자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를 생각해보자. 세대에 따라 혹은 그를 기억하는 작품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26년차 배우인 만큼 코미디부터 액션까지 다채롭다. 드라마도 많고 영화는 더 많지만 2016년 현재 다수의 대중이 바라보는 이범수는 역시나 ‘소다 남매의 아빠’다. 이범수는 지난 2월부터 매주 주말 KBS2 육아 예능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딸 소을-아들 다을과 함께 출연하고 있다. 주말 프라임타임에 방송되는 육아 예능을 통해 이범수는 (의도치 않았지만) 부성애 어린 모습을 꾸준하게 보여왔다.

육아 예능은 친근한 이미지의 확장이라는 장점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반대로 배우로서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부모 이미지가 강해 작품 속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가려질 위험성이 있는 것. 이범수가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맡은 림계진처럼 섬뜩한 악역을 선보일 경우 우려는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범수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했다. 오히려 그는 “다을이 아빠가 그러고 있으니까 낯선가요?”라고 반문했다. 그가 가진 배우로서의 지론은 확고했다.


Q. ‘인천상륙작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평소에 전쟁영화를 좋아해요. 할리우드 영화든 한국 영화든 두세 번 볼 정도로 좋아하는 매니아죠. 그리고 배우로서 블록버스터 장르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어요. 제안 받았을 때 기쁘고 흥미로웠죠. 시나리오 수정과 보완 단계를 거치면서 초고 속 캐릭터와 달라지긴 했지만 덕분에 장학수와 대립구조가 잘 산 것 같아요.


Q. 완성작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요.

A. 관객으로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어요. 만듦새에 있어서 아쉬운 부분이 더러 있지만 제가 참여한 모든 영화 중에 ‘완벽한 영화’는 없었어요. 앞으로도 없을 거고요. 아쉬움은 뒤로 해야죠.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Q.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지만 림계진은 가상의 인물이에요. 구상하기 어렵지는 않았나요.

A. 재밌고 흥미로웠어요. 대부분의 영화 속 캐릭터들이 가장의 인물들이잖아요. 있을 법한 것을 가미해서 만들죠. 당시 소련군과 독일군 강경파의 이미지를 참고했어요. 헤어스타일과 옷차림 맵시 등에서 단정한 이미지를 주려고 했죠. 철저하고 가차 없는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서였어요. 차가운 느낌을 보여주려고 많이 신경 썼어요.

‘신의 한수’에서 살수를 연기할 때는 칼잡이로서의 날렵한 이미지였는데 ‘인천상륙작전’에서는 살수와 차별화를 두고 싶었어요. 림계진으로는 속을 알 수 없는 노련함과 닳고 닳은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죠. 능글능글하고 기름진 느낌을 위해서 몸무게도 7kg 정도 불렸어요.


Q. 그 외에도 신경쓴 차별점이 있나요.

A. 함경도 사투리요. 시사 교양에서 흔히 접할 수는 있는 사투리지만 북한에서도 지방 변두리의 말투기 때문에 이질적인 느낌이 강해요. 두달 반 정도 연습했어요. 함경도 사투리를 쓰면서도 군인의 말투여야 했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죠.


Q. 림계진은 예능 속 친근한 이미지와 180도 상반된 느낌이었어요.

A. 다을이 아빠가 영화에서 그러니까 낯선가요? 하하. ‘인천상륙작전’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어쨌든 영화고 픽션이잖아요. 배우는 늘 여러 역할을 맡아서 플레이하는 직업이죠.


Q. 육아 예능 ‘슈퍼맨’ 이후 이미지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A. 변화면 변화고 아니라면 아닌 거겠죠. 예전부터 저를 향한 이미지가 다 달랐어요. ‘동고동락’ 세대나 코미디 영화로 접한 분들은 저를 유쾌하게 기억하죠. 드라마 ‘온에어’ ‘자이언트’를 본 분들에게는 부드러운 이미지와 멜로의 느낌이고요. 근래에는 또 악역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죠.

예능으로는 한 가정의 남편과 아빠로 푸근하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를 접하게 된 계기에 따라서 다르게 느끼는 것에 대해 이해해요. 하지만 저는 줄곧 그대로였어요. 주어지는 역할과 캐릭터에 따라서 연기했을 뿐이죠.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친근하고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슈퍼맨’을 통해서는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Q.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어떤 계기로 출연하게 됐나요.

A. 어느날 핸드폰을 고치러 갔다가 아이들과 찍은 사진을 봤어요. 사진을 보니까 세월이 참 빠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아이들이 가장 예쁠 때 좋은 추억을 만들어야겠다 싶었어요. 그전부터 ‘슈퍼맨’ 측에서는 몇 달에 한번씩 러브콜이 왔었어요. 꾸준히 저를 찾아주셔서 고마웠고 진정성에 마음이 움직였어요. 인연이 그때 닿은 것 같아요.

‘꼭 방송 출연을 해야 아이들과 추억을 만드느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제가 일로 해야 아이들과 자주 함께할 수 있는 것이더라고요. 이벤트를 만들어줄 수는 있죠. 하지만 이렇게 2-3주마다 만들어주기는 쉽지 않거든요.

‘슈퍼맨’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제 의식도 성장했다고 느껴요. 연예인 배우 스타를 떠나서 아침에 자고 일어나 씻지도 않은 일상적인 모습이 공개된들 어떠랴 싶어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거죠.


Q. 예전에는 일상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부담이 있었나군요.

A. 생소한 모습이니까 조심스러웠죠. 대중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도 사실이에요.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어요. 그래도 한편으로는 저도 관객과 대중과 똑같이 사는 사람이잖아요.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기도 했어요. 그 마음이 통했는지 많은 분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


Q. 소을이와 다을이의 반응은 어떤가요.

‘슈퍼맨’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이 많이 좋아하거든요. 촬영 전날이 되면 아이들이 소풍 전날처럼 좋아해요. ‘슈퍼맨’ 덕분에 아이들과 더 돈독해졌어요. 물리적으로는 힘들지만 이 흐뭇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네요. 하하.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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