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리우 리포트] 박상영 “여전히 얼떨떨하네요”…김현우 “오심? 제가 부족했죠”

입력 2016-08-1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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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펜싱대표 박상영-레슬링대표 김현우(오른쪽). 리우데자네이루|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사이다 같은’ 메달리스트 2인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단은 금메달 10개 이상, 종합순위 10위 이내를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16일(한국시간) 현재 금메달 6, 은메달 3, 동메달 5개로 썩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다. 특히 대회 초반에는 태극궁사들만 남녀단체전에서 나란히 금맥을 캤을 뿐 전반적으로는 기대치를 밑돌아 큰 우려를 샀다. 누군가의 선전이 절실했을 때, 금빛 낭보가 전해졌다. 10일 카리오카 아레나 3관에서 끝난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에서 들려온 박상영(21·한체대)의 우승 소식은 모든 이의 갈증을 해소해준 청량음료와 같았다.

물론 금메달 못지않은 성과도 있었다. 15일 카리오카 아레나 2관에서 펼쳐진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에 출전한 김현우(28·삼성생명)의 동메달이다. 로만 블라소프(러시아)와의 16강전에서 석연찮은 판정 논란 속에 패한 김현우는 팔이 빠지고 인대가 늘어나는 큰 부상을 입고도 패자부활전에서 눈물겨운 투혼을 발휘하며 값진 동메달을 보탰다.

스포츠동아는 16일 두 선수를 동시에 만났다. 올림픽 선수촌에서 마주한 이들은 “열과 성을 다했다. 사력을 다했다. 리우올림픽에서의 기억은 앞으로의 삶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상영과 김현우의 육성을 최대한 살려 압축해본다.

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박상영.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박상영

솔직히 여전히 얼떨떨해요. 그토록 갖고 싶은 올림픽 금메달이었는데,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요. 휴대폰에 불이 붙을 정도로 전화가 쇄도하고 문자메시지가 오더라고요. 결승전이 끝나고 엄마랑 통화했는데, 너무 많이 우셔서 제대로 이야기를 할 틈이 없었어요. 오늘에서야 제대로 대화를 해봤네요.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목표를 높이 정했죠. 금메달을 따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는데, 먼저 취소했어요. 그 자체로도 지나친 욕심이라 여겼어요. 그 대신 ‘많이 즐기되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선배들이 그러더라고요. 올림픽은 여느 국제대회와는 차원이 다르고, 공기부터 다를 거라고. 그래도 충분하게 즐겼어요. 오히려 편하게 했어요. 정말 재미가 있던데요? 아, 솔직히 결승전은 그렇지 않았네요. 아무래도 욕심이 생기다보니, 그리 좋은 경기력은 아니었어요. 큰 점수차로 지고 있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도 했어요. ‘은메달도 솔직히 기대이상의 결과인데, 여기서 접을까? 포기할까?’ 그러다 금세 마음을 고쳐먹었죠. ‘대체 그게 무슨 생각이야? 넌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고!’

물론 올림픽에서 다소 빨리 목표를 이뤘고, 노력한 성과를 얻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제 지향점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죠. 앞으로 목표는 현재의 상황과 기량을 유지하는 겁니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렸는데, 그 때 많은 미디어가 금메달리스트 선배들과 인터뷰를 하는 것을 지켜봤어요. 서운했냐고요? 천만에, 당연하죠. 짧은 시간에 유명한 선수들을 택하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그 때 저도 자극을 받았어요. ‘나도 반드시 다음 올림픽 때 저 자리에 서겠다’고. 결국 이뤘네요. 정말 즐거운 추억을 안고 돌아갑니다.

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 동메달리스트 김현우.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김현우

다친 선수들이 참 많아요. 선수촌 의무실에 예약이 꽉 차 있어요. 팔 부상으로 X-레이를 찍었는데, 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해요. 계속 통증이 있는 것을 보니 힘줄과 인대손상을 입은 것 같아요. 패자부활전에 출전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사람인지라 조금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죠. 첫 판부터 지고 패자부활전을 기다리는데, 계속 집중하려고 해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금세 집중할 수 있었어요.

올림픽에 나올 정도의 선수라면 실력은 다 비슷해요. 결국 정신력이죠. 주변에서 오심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판정에 화가 나진 않아요. 오히려 제가 블라소프의 주특기인 ‘들기’ 공격을 알고도 피하지 못했다는 게 속상해요. 빤히 기술을 아는데 당하다니…. 결국 제가 부족했어요. 파테르 방어에 중점을 두고 연습했어야 했는데, 저는 제가 잘하는 것을 더욱 잘하는 데 치중했습니다. 준비가 미흡했습니다. 4년 전 런던대회와 또 다른 기분이죠. 그간 항상 ‘1등’이란 타이틀이 익숙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얼마 전부터 파테르 규정이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나오네요. 내년부터 2020도쿄올림픽까지요. 저로선 많이 유리해집니다. 그렇다고 규정이 바뀌어서 올림픽에 간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합니다. 파테르로 다시 승부를 내고 싶기도 하고. 당장 도쿄까지 가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때까지 실력이 유지되면 간다는 생각입니다. 사람의 일은 모르잖아요. 금메달리스트로 4년을 보냈습니다. 이제 동메달리스트로서 삶이 기다립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닙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멋진 레슬링을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해 아쉽지만, 더욱 발전할 김현우를 기대해주셨으면 합니다.

남장현 스포츠1부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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