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외인투수 승수와 순위의 방정식

입력 2016-08-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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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니퍼트-보우덴- NC 해커-스튜어트(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1>두산~NC~넥센~SK~KIA~LG~한화~롯데~삼성~kt
<2>두산~NC~KIA~넥센~kt~SK~롯데~LG~한화~삼성

<1>은 15일까지 1위부터 10위까지 KBO리그의 순위다. 그렇다면 <2>는 무엇일까. <1>과 큰 차이는 없지만 kt가 훨씬 위에 있고, KIA도 껑충 뛰었고, 롯데가 1단계 위에 있는 것을 제외하면 비슷하다. <2>는 올해 KBO리그에서 각 팀 외국인 투수들이 거둔 총 승수의 순위다. 놀랄 만큼 전체 순위와 같아 보인다. 특히 다른 팀과 달리 외국인투수 3명을 기용하고 있는 kt를 빼면 KIA와 롯데가 다를 뿐이다.

<2>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KBO리그의 지나친 외국인 투수 의존도다. 2017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 선발을 책임지고 있는 KBO 기술위원회 송진우 위원은 “리그 전체에 외국인 투수 비중이 굉장히 높은 것이 현실이다. 외국인 투수를 빼면 두산을 제외하고 확실한 선발 투수 2명, 3명 보유한 팀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선발 투수 부족은 국제대회 뿐 아니라 리그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매우 위험한 요소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은 리그 평준화가 첫 번째 목표였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전력이 순위 싸움과 팀 전력에 미치는 영향이 지나치게 큰 것은 심각한 부작용이다.

1위 두산은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이 27승을 합작하며 1위를 질주하고 있다. 2위 NC도 에릭 해커와 스튜어트가 19승을 올렸다. NC는 2013년 1군 데뷔 첫 해부터 외국인 투수 스카우트에 빼어난 능력을 보여주며 신생팀 돌풍을 일으켰다.

한화에 가려져 크게 조명을 받지는 않았지만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에 파격적인 투자를 한 KIA도 헥터 노에시가 11승, 지크 스프루일이 8승을 거뒀다. KIA가 중위권 싸움을 계속할 수 있는 든든한 전력이다.

반면 삼성은 “6승뿐이다”고 토로하는 류중일 감독의 외로운 싸움이 보여주듯 외국인 스카우트에서 처참한 실패를 보이며 최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삼성은 시즌 초 외인 선수 투자를 놓고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졌지만 구단 전체 방향에 따라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2차례나 교체를 하며 금전적으로 더 손해를 봤다.

kt는 외국인 투수들이 15승을 거뒀지만 3명 보유를 감안하면 한 명 평균 5승에 불과하다. 그나마 2차례나 교체하며 팀 선발진 운영이 엉망이 됐다.

외국인 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비용이 스카우트에 투입되고 있다. 그만큼 국내 유망주 육성에 필요한 예산과 시간이 감소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리그 흥행에 있어서도 악영향이다.

선수 잘 뽑아서 잘 키우는 것보다 외인 투수 스카우트가 한 시즌 운명을 가르는 일이 반복된다면 KBO리그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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