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리우 리포트] 브라질축구, 징크스 깨고 올림픽 첫 金

입력 2016-08-2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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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이 올림픽 남자축구에서 첫 금메달을 따냈다. 브라질은 21일(한국시간) 마라카낭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리우올림픽 남자축구 결승에서 독일과 연장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이겼다. 네이마르(가운데)를 비롯한 브라질선수들이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독일전 설욕…사상 첫 올림픽 정상
타종목 하위권 성적에도 함박 웃음

“올림픽? 우리는 축구만 바라보고 있어.” “축구, 배구, 비치발리볼만 금메달 따면 되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초반의 메달 레이스는 미국의 압도적 우위 속에 중국과 영국이 뒤쫓는 형국이었다. 개최국 브라질은 보이지 않았다. 9일(한국시간) 유도 여자 57kg급 이후 금메달이 나오지 않았다.

브라질이 전통의 스포츠 강국 또는 올림픽 강호는 아니지만, 역대 하계올림픽에서 개최국이 하위권으로 밀려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주요 외신들은 이 사실을 들어 “브라질이 어쩌면 최악의 올림픽을 경험할 수 있다. 준비상태도 엉망인데, 성적까지 안 좋은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브라질 사람들은 이상하리만치 태평했다. 느긋하게 “금메달을 딸 수도, 못 딸 수도 있다”며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올림픽 금메달이 이토록 나오지 않는데 정말 괜찮은가”라고 물어도 “딱히 상관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물론 예외가 있었다. ‘국기’나 다름없는 축구였다. 자원봉사자들도, 관중도, 기자들도 ‘축구 우승’만 외쳤다. 축구만 우승하면 괜찮다는 분위기였다. 이후 육상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 2번째 금메달이 나온 것을 기점으로 4개의 금빛 소식이 잇달았다. 그런데도 떠들썩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치발리볼 여자부 우승을 놓친 소식이 훨씬 크게 보도됐다.

최근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당초 브라질은 남녀축구 동반우승을 목표로 삼았지만, 여자축구가 준결승에서 스웨덴에 승부차기로 패해 차질을 빚었다. 국가대항전인 2016코파아메리카를 건너뛰고 소속팀 FC바르셀로나(스페인)를 설득해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캡틴’ 네이마르의 부담이 한층 가중됐다. 충격적 패배를 경험한 여자대표팀은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맥없이 무너졌다.

다행히 그토록 원하던 ‘그림’이 나왔다. 21일 ‘브라질축구의 성지’ 마라카낭 스타디움에서 브라질이 사상 첫 올림픽 정상을 밟았다. 드라마틱했다. 연장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독일을 눌렀다.

손에 땀을 쥐게 한 ‘11m 러시안 룰렛’이 끝나자, 브라질인들의 행복감은 극에 달했다. 마라카낭도, 올림픽 경기장도, 미디어센터도 브라질인들의 환호로 물결쳤다. 특히 상대가 독일이었기에 쾌감은 더 컸다. 2년 전 브라질월드컵은 브라질에 치욕으로 기억된다. 벨루오리존치에서 벌어진 독일과의 준결승에서 처참하게도 1-7로 대패했다. ‘시나리오’대로라면 브라질은 마라카낭에서 월드컵을 들어올려야 했다.

2년 만에 동생들이 형들의 아픔을 되갚았다. 육상 스타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레이스가 아니면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자리를 빠져나갔던 브라질인들이 모처럼 시상식을 끝까지 지켜봤다. 전반적인 대회 흥행은 큰 차질을 빚었으나, 축구만은 달랐다. 육상 외에 가장 좋아하는 종목으로 축구를 꼽았던 볼트도 마라카낭을 직접 찾아 브라질 우승의 기쁨을 공유했다. 월드컵을 5차례 현장 취재한 브라질 프리랜서 기자 베르토 이리스(57)는 “월드컵과 올림픽에서 축구가 지닌 의미는 다르지만, 이곳(브라질)에서 느끼는 가치는 똑같다. 특히 올림픽 첫 우승이라 훨씬 값진 성과로 기억될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남장현 스포츠1부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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