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마저 파괴하는 한화의 ‘新도박야구’

입력 2016-09-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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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선발과 불펜의 보직을 완전히 파괴하며 매 경기 ‘도박’과도 같은 야구를 펼치고 있다. 4일 고척 넥센전에서 합의판정으로 홈 득점이 아웃으로 번복되자 항의하고 있는 한화 김성근 감독. 고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우리는 매일이 도박이다.”

한화-넥센전이 열린 4일 고척스카이돔. 한화 김성근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이 같이 말했다. 김 감독의 말이 딱 맞다. 지금 한화야구는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소유한 카드를 있는 대로 베팅하는 도박과 같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초반에도 매 경기 도박을 일삼았다. 그러나 그때는 끌려가는 상황에서 권혁~송창식~박정진 등 필승계투조를 투입해 급한 불을 끈 뒤 역전을 노리는 방식이었다. 마치 슬롯머신을 당기듯 투수를 한두 명씩 당겨썼는데, 필승계투요원들이 희생양이 됐다. 권혁과 송창식이 이탈한 지금도 도박을 걸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금은 선발과 불펜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어버린 도박야구의 결정판이다.

한화는 2일 대전 LG전부터 4일 고척 넥센전까지 3경기에서 상상을 초월한 투수운용을 했다. 장민재가 선발등판한 2일에는 심수창~파비오 카스티요~정우람이 이어던졌다. 카스티요는 8월28일 인천 SK전에 선발등판해 6.2이닝 1실점의 호투로 승리를 챙겼다. 예정대로라면 3일 선발등판이 유력했다. 그러나 이날 계투로 45구(3이닝)를 던지는 바람에 선발로테이션이 완전히 꼬였다. 이는 3일 고척 넥센전에 심수창이 선발등판하는 진풍경으로 이어졌다.

3일에는 심수창에 이어 윤규진~박정진~정대훈~에릭 서캠프~이재우~정우람~이태양이 마운드에 올랐다. 윤규진과 이태양은 선발요원이다. 정우람이 이틀간 총 77구를 던진 탓에 고육지책으로 이태양을 당겨쓴 것이다. 4일 선발등판 예정이던 이태양은 이날 개인통산 첫 세이브를 올리기도 했다. 5번째 투수로 나섰던 이재우가 4일 선발로 낙점됐다.

고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4일에는 이재우에 이어 이태양~박정진~윤규진이 차례로 등판했다. 선발요원 2명(이태양·윤규진)의 불펜 2연투라 시사하는 바가 컸는데, 이태양이 2.2이닝 5안타(1홈런) 3실점, 윤규진이 2.2이닝 4안타 1볼넷 1실점을 기록하면서 초강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5-7로 경기를 내준 탓에 충격은 두 배였다.

지금의 투수운용은 시즌 초반 필승계투조의 혹사 논란과는 또 다른 문제다. 투수에게 보직은 매우 중요하다. 보직에 따라 향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을 때 가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당장의 1승에 눈 먼 감독이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리 없다. “선발투수들을 뒤에 놓으니 ‘뭔가 해야 한다’는 선수들의 의식이 살아난다”고 했을 정도다. 그러면서 “SK 감독 시절(2011년) 19연승을 했을 때도 선발이 없이 지금처럼 했다. 마음을 비우고 하다 보면 따라가겠지. 남은 경기에서는 체력보다 의식이 중요하다”고 했다.

결국 권혁과 송창식의 이탈이 ‘보직파괴’라는 과거보다 더한 도박야구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한화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팀과 선수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5강에 가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고척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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