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흥국은 딸과 함께 보내는 이번 추석이 특별하다. 30년 가까운 세월을 이리저리 ‘들이대며’ 보낸 아빠로서 그에게 가족은 세상 최고의 가치이다. 딸 주현양과 함께 채널A ‘아빠본색’에 출연 중인 부녀의 행복이 사진에서 그대로 묻어난다. 사진제공|채널A
연예계 대표 ‘기러기 아빠’ 김흥국(58)은 요즘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자다가도 ‘피식’ 웃는다. ‘흥궈신’(흥국+신(神)을 중국어처럼 발음한 것)이라 불리며 데뷔 이후 가장 뜨거운 전성기를 누리며 10년 만에 온 가족이 함께 성묘를 가는 명절을 맞는 덕분이다. “아침에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피곤해도 여기저기서 날 찾아줘 이 나이에 ‘현역’으로 활동하는 게 고마울 뿐이다”면서 “모두 열심히 들이댄 덕분”이라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짓는다. 말마따나 김흥국은 데뷔 이후 30년간 줄곧 ‘들이댔’다. 어느새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하게 대중 곁에 자리하고 있다. 모든 가장이 그러하듯, 이리 ‘들이대는’ 것도 모두 “가족을 위해서”다. 13년 동안 홀로 지내며 외롭고 쓸쓸해도 가족을 생각해 다시 신발끈을 고쳐 맸다. 어느 때보다 가장 행복한 그를 만나 가족과 일과 인생에 대해 물었다.
#“아빠의 이름으로”
-연예계에서 최장 기간 ‘기러기 아빠’로 생활 중이다.
“식구들이 지치질 않길 바라면서도 혹시 내가 생활비를 보내지 못할 지경이 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많았다. 아들 동현(26)과 딸 주현이 열 살 터울이라 한 놈(아들)이 (유학)생활을 끝내자 또 한 놈이 시작해 떨어져 사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졌다.(아들은 현재 그와 살고 있다) 주위에서 기러기 생활이 길면 서로에게 좋지 않다고 이제 그만하라 한다.”
-언제까지 기러기 생활을 할 건가.
“그렇지 않아도 고민 중이다. 딸이 여름방학을 맞아 귀국했는데, 유학 비자에 작은 문제가 생겨 아직 떠나지 못했다. 이번 기회에 온 가족이 다 함께 살고 싶어 국내의 한 고등학교에 자리가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 학교 문제만 해결되면 유학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들어올 것 같다. 무엇보다 아내가 오랜 미국 생활로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 미국에서는 병원 가기도 어렵다. 내가 옆에서 병원을 데리고 다니며 건강을 챙겨주고 싶다.”
-부인에 대한 마음이 애틋하겠다.
“여러 가지로 미안하다. 나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댓글에 아내를 욕하는 내용도 많다. ‘왜 김흥국을 불쌍하게 혼자 두냐’ ‘혼자 미국 생활을 편하게 한다’ 등등. 앞뒤 사정도 모르고 제멋대로들 말한다. 기분 좋게 기사를 봤다가 댓글을 보고 상처받는다. 보지 말라고 해도 다 읽는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각별해 보인다.
“떨어져 살아봐. 하하!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될 거다. 사실 딸이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애틋하다. 속내도 깊다. 2년 만에 만났는데 키가 훌쩍 커버렸다. 키가 170cm가 넘는 큰 아이가 시도 때도 없이 뽀뽀를 해준다.”
-딸이 아빠를 닮아 끼가 남다르더라.(김흥국은 현재 종합편성채널 채널A ‘아빠 본색’에 출연 중이다. 방송에서 딸과 함께 지내는 모습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 출연하게 됐는데, 딸이 더 좋아하더라. 어느 날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고 자랑까지 했다. 최근 서울 홍대에 함께 가서는 그 곳을 아예 ‘정리’하고 왔다. 춤을 정말 예술로 춘다. 길거리에 있던 젊은이들 사이에서 정말 ‘난리’였다. 어딘가에서 걸그룹으로 데뷔시키자고 연락올까봐 불안하다. 대한가수협회 회장의 눈으로 볼 때 가수보다는 연기가 맞는 것 같기도 한데. 하하하!”
그는 최근 딸로부터 생애 처음으로 편지를 받았다며 자랑했다. “아빠가 이렇게 고생하면서 일하는 줄 몰랐다”면서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전화나 문자메시지로만 이야기를 나누다 처음 받은 편지에 무척이나 행복해 하는 듯했다.
“에이! 답장이 뭐가 필요해, 뽀뽀면 됐지!”
-가족이 모여 명절을 보낸 것은 얼마만인가.
“딱 2년 만이다. 그동안 내가 일이 없을 때 틈틈이 미국에 가서 식구들을 보고 오면 됐으니까. 이번엔 10년 만에 온 가족이 다 함께 성묘를 다녀오려고 한다. 아버지 고향에 두 분을 모두 모셨는데, 아들 가족을 보고 무지하게 좋아하실 것 같다. 어머니가 생전에 음식을 아주 잘 하셨다. 형수님이 그 음식 솜씨를 물려받았는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토란국을 해주신다. 옛 맛을 기억하는 가족들이 그 토란국 한 그릇 때문에 모이기도 한다.”
#“밑도 끝도 없는, 탁월한 예능감각”
-이번 추석 연휴에도 ‘예능 치트키’로 활동하나.
“힘들어서 많이는 못해 조금만 들이댔다. MBC 추석특집 ‘아육대’(아이돌스타 육상 리듬체조 풋살 양궁선수권대회)와 SBS ‘판타스틱 듀오’에 출연한다. 최근 경기 고양 실내체육관에서 아이돌 가수 180명과 녹화를 했다. 무슨 리우올림픽도 아니고, 그렇게 많은 이들과 함께 하니 재미있었다. 내가 굴렁쇠 소년처럼 자전거를 타고 경기장 한복판에 등장하는데, ‘가수하길 잘 했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전거 뒤에 대한가수협회 깃발을 꽂고 손을 흔들며 들어가니, 아이돌 가수들이 ‘손에 손잡고’를 불러주더라. 뭉클했다. ‘판타스틱 듀오-왕중왕 전’에서도 내가 평소에 아끼는 (김)건모와 함께 했다. 사람들은 나를 트로트 가수로 아는데, 나는 레게 가수다. 이번에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대운이 들었다고 했는데.
“(오른손을 가볍게 쥐어 손바닥에 새겨진 손금을 보여주며)엠(M)자 손금이다. 자세히 보면 나비 모양이다. 더듬이도 보인다. 지난해 한 점쟁이가 올해 대운이 찾아온다고 했는데, 이 나이에 무슨 대운이 찾아오나 싶었다. 그런데 조세호를 살린 것처럼 나도 살았다. 이 행운이 연말까지 갈지, 내년까지 갈지 모르지만 나의 운을 받고 싶으면 빨리 줄을 서라. 하하!”
-‘김흥국 어록’처럼 뜬금없이 아무 말이나 막 던지고, 어디로 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방송에서 당신을 찾는다.
“내가 봐도 돌발상황이 너무 많다. 대본도 안 보고, 봐도 그대로 안 간다. 한 카메라 감독이 10년 이상 일하면서 나 때문에 처음으로 카메라가 흔들릴 정도로 웃었다고 하더라. 난 오랜 시간 촬영을 못한다. 힘들어서 집중력이 떨어진다. 힘든데 어떻게 해, 그냥 집에 가는 거지 뭐. 하하! 인기 비결이라면 솔직하고 착하게 살아왔다는 거? 용량(머리)이 없으면 ‘없다’ 그러고, 아등바등 나만 살려고 했으면 많은 분들이 안 좋아했을 것 같다. 그래서 ‘김흥국 옆에 붙으면 산다’고도 하는 것 같다.”
-‘호랑나비’ ‘59년 왕십리’ 외에 히트곡이 없다. 새 앨범 계획은.
“어떤 선배가 ‘사실 넌 노래도 못하는데 왜 인기냐’고 하더라. 맞는 말이다. 히트곡도 시대가 맞아야 한다. 더 있어봐야 한다. 지난해 대한가수협회장이 되면서 임기 내에는 앨범을 내지 않는다고 공약했다. 임기가 3년인데 이제 1년 지났다. 괜한 말을 한 것 같기도 하지만(웃음), 당분간은 가수들을 위해서 열심히 들이댈 거다.”
-좋은 일도 꾸준히 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김흥국은 ‘김흥국 장학재단’의 이사장이다. 2000년 2월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남을 도울 수 있을 때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게 어언 17년째다.)
“사실 나도 이렇게 오래갈지 몰랐다. 집사람이 ‘어렵고 가난했던 시절을 말해서 뭐하냐’고 나무라지만, 가난한 가정형편으로 꿈을 못 펼치는 아이들을 보면 내 어릴 적 생각이 난다. 농부였던 아버지가 세상을 일찍 떠나는 바람에 형편이 어려워 도시락을 싸가기는커녕 학교 등록금도 내지 못했다. 나처럼 어려운 환경에 쳐한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다. 점점 소액의 후원자가 늘어나 함께 꾸려나가고 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경후 기자 thiscas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