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 지우고, 레오 날아오른’ 전북, ACL 4강은 당연!

입력 2016-09-13 22: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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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DB

‘헐크 지우고, 레오 날아오른’ 전북, ACL 4강은 당연했다!

-전북, 준비 & 분석 & 연구 3박자 ‘척척’
-준비된 전북, ‘준비 못한’ 상하이 악몽으로

‘지피지기(知彼知己)’는 곧 ‘백전불태(百戰不殆)’라고 했다. 자신을 알고, 적을 알면 이길 수 있다는 옛 말은 축구에서도 불변의 법칙이었다.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진입에 성공한 전북현대는 1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5-0 대승으로 끝난 상하이 상강(중국)과의 대회 8강 2차전을 앞두고 철두철미한 준비를 했다. 결전을 이틀 앞둔 11일 18명의 출전 엔트리를 확정했고, 타이트하고 콤팩트한 훈련 프로그램을 가동해 몸을 만들었다. 여기서 4-1-4-1 포메이션과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앞세운 공격 전략을 확정했다. 12일 마지막 담금질에선 기존 전술에 더해 세트피스 등 맞춤형 전략을 추가적으로 마련했다. 이달 초 A매치 휴식기에 맞춰 목포전지훈련을 떠난 것도 챔피언스리그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이제는 상대를 알아야 할 차례. 상하이의 모든 부분을 낱낱이 분석했다. 0-0으로 비긴 지난달 23일 원정 1차전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무득점은 2% 아쉬웠어도 부담스런 원정에서의 무승부는 충분히 만족할 만 했다. 홈 2차전까지 주어진 시간 상대와 자신을 다시 한 번 점검했다. 1차전 선행학습으로 훨씬 수월했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득점 후 무승부는 곧 탈락을 의미했다. 안방에서조차 철저한 ‘선 수비-후 역습’을 구사하는 상하이 공수 패턴을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여기에 아주 중요한 한 가지를 추가했다. 최강희 감독을 비롯한 전북 코칭스태프는 1차전 당시 출전한 상대 핵심 스트라이커 엘케손의 부상 소식을 접한 뒤 상하이가 올 7월 영입한 또 다른 거물 공격수 헐크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전주 원정에 앞서 상하이가 치른 중국 슈퍼리그는 물론이고, 과거 제니트(러시아) 시절의 경기영상까지 여러 차례 돌려보며 헐크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볼 터치 이후의 턴 동작과 선호하는 슛 위치, 각도 등을 전부 확인해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경기 전날(12일) 공식기자회견에 임한 최 감독은 자신만만했다.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된 팀 훈련에서는 직접 헐크의 동작을 몸으로 표현해가며 ‘헐크+역습 봉쇄’ 해법을 찾았음을 시사했다. 다만 “상대는 공격보다 수비가 좋다”는 말로 디펜스 파괴에 대한 고민을 알렸다.

그러나 충분히 준비했다. 이날 5-0 완승과 함께 2006년 이후 통산 2번째 아시아 제패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전북은 ‘2마리 토끼몰이’에 완벽히 성공했다. 헐크를 그라운드에서 지워버렸다. 중앙수비수 김형일~조성환을 중심으로 좌우 풀백으로 포진한 박원재~최철순 등 베테랑 포백라인, 젊은 수비형 미드필더 장윤호는 빠른 압박과 끈끈한 협력수비를 통해 상대 예봉을 꺾었다. 이들은 필요할 때 온 몸을 던지는 허슬 플레이로 탄성을 자아냈다. 뿐만 아니라 측면 날개 레오나르도~로페즈, 공격형 미드필더 콤비 김보경~이재성이 구석구석에서 공간을 침투하고 휘젓자 상하이 특유의 역습은 무용지물이 됐다.

고민 끝에 내놓은 김신욱 카드도 주효했다. 비록 골키퍼 차징이 선언돼 무효 처리됐지만 전반 5분 골네트를 흔든 헤딩슛을 통해 주도권을 끌어왔고, 이후에도 과감한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고 또 허물었다. 상대의 힘을 빼놓는 효과도 있었다. 후반 7분 레오나르도의 골로 시작된 폭죽 쇼는 당연한 귀결. 후반 13분 자책골을 더해 2-0 리드를 잡은 전북은 이동국, 이종호 등 공격수들을 계속 투입해 ‘공격 앞으로’를 멈추지 않았다. 최 감독은 한 골 내주면 모든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2-0 리드를 가장 껄끄러워한다.

‘닥공(닥치고 공격)’이 제대로 빛을 발했다. 후반 38분 쐐기를 박는 레오나르도의 페널티킥(PK) 추가골이 나오자 상하이는 전의를 완전히 상실했다. 심지어 퇴장도 나왔다. 전북은 교체카드까지 골 세례에 가세했다. 후반 39분·43분 이동국이 연속 골로 완벽한 드라마를 완성했다.

한편, 전북은 14일 중국 지난에서 열릴 FC서울-산둥 루넝(중국)전 승자와 28일(홈)·다음달 19일(원정) 대회 4강 라운드를 펼친다. 홈에서 3-1로 이긴 서울은 1골 차로 패해도 8강을 통과할 수 있어 아시아판 ‘K리그 더비’가 펼쳐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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