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MBC 수목드라마 ‘W’의 극본을 맡은 송재정 작가가 대본 공개라는 이색적인 이벤트를 선보였다. 당시 송 작가는 1회부터 15회까지의 대본을 공개했으며 이틀 뒤인 14일 최종회까지의 모든 대본을 공개했다.
이 같은 파격적인 선택에 누리꾼들은 ‘W’ 대본 공개와 송재정 작가의 이름을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려놓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 드라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이런 송재정 작가의 선택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시청자들이 ‘W’의 불친절함(?)에 불편해 하자 자기 방어적인 차원에서 대본을 공개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했다.
이에 대해 송재정 작가는 20일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내 대본을 마음껏 가지고 놀으시라는 의미에서 파일 형식으로 올려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송 작가는 “사실 내가 극작을 배우면서 그 실용성에 의문을 품었다. 학교에서는 극작에 관해서 기술적인 면만을 가르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번 대본을 가지고 놀면서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지금 실력 있는 아마추어 분들 중에 드라마 작가로 진로를 튼 분도 많다. 하지만 소설이나 시와는 달리 드라마 대본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상당히 적다. 나만 해도 방송국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드라마 대본을 본 적이 없다”면서 드라마 대본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었음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송 작가는 “이 대본 파일을 보고 마음껏 고치셨으면 좋겠다. 강철의 대사도 바꿔보고 엔딩도 바꿔봐도 좋다. 아마추어 분들 중에 이 대본으로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분이 나오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 같은 송 작가의 말에 따르면 앞서 ‘파격’으로 설명되는 대본 일괄 공개의 속내도 바로 이해가 간다. “시트콤에서 못해본 걸 해보려고 드라마로 왔다. 그래서 일부러 더 특이한 걸 해보려고 한다”는 그의 말처럼 송 작가는 ‘상상력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결국 송 작가의 대본 공개는 불친절함에 대한 책임 회피나 자기 방어 목적이 아니었다. 드라마 대본 접근성을 높이고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종의 놀이터를 제공한 것. 이 또한 매우 송재정다운 선택이었던 셈이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