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희관.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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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21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거머쥔 데는 최강 선발진 ‘판타스틱4’를 빼놓고 논할 수 없다. 더스틴 니퍼트(21승), 마이클 보우덴(18승), 유희관(15승), 장원준(15승) 4명의 선발진은 무려 69승을 합작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강력한 마운드로 ‘왕조’를 건설했던 현대를 뛰어넘는 KBO리그의 새 역사였다. 그 일원인 유희관도 “판타스틱4에 내가 포함돼 있다는 게 영광이다. 만약 내 이름이 빠졌다면 아찔했을 것 같다”며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냈다.

두산 유희관.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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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의의 경쟁이 판타스틱4 만들어”

한 구단 감독은 “가장 좋은 스승은 감독, 코치가 아닌 동료”라고 했다. 가끔은 코치보다 선배들의 말 한 마디, 동기 혹은 후배들의 플레이 하나에 깨닫는 바가 더 크다는 얘기다. 판타스틱4도 선의의 경쟁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유희관은 “아무래도 앞 경기에서 나간 선발이 잘 던지면 의식이 많이 됐다”며 웃고는 “니퍼트와 보우덴이 그랬고 나와 (장)원준이 형이 그랬다. 서로 더 잘 던지려고 하다보니 시너지효과가 났다”고 비결을 밝혔다.

책임감도 컸다. 올 시즌 두산은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됐지만 불펜이 약점으로 꼽혔다. 지금은 이용찬, 홍상삼 등 주축투수들이 군에서 제대하면서 허리를 강화했지만, 이전까지는 정재훈~이현승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 유희관은 “불펜들은 매일 같이 경기를 준비하지 않나. 선발인 우리는 5일에 한 번씩 던지기 때문에 최대한 더 길게 마운드를 지키려고 노력했던 게 맞다”며 “이렇게 하자고 했던 게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서로 알고 던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두산 유희관.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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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더 오래, 길게 던지고 싶다”

실제 판타스틱4는 승수뿐 아니라 소화이닝수도 많다. 니퍼트가 165.1이닝, 보우덴이 177이닝, 장원준이 168이닝을 던졌다. 이중에서도 유희관은 183.1이닝으로 팀 내 최다이닝을 기록 중이다. 비단 올해만이 아니다. 그는 군 제대 후 본격적으로 선발등판을 하기 시작한 2013년(145.1이닝)부터 2014년(177.1이닝), 2015년(189.2이닝)까지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마운드를 지켜왔다. 몇 년 전부터 타고투저시대가 열렸지만 4년 연속 10승과 더불어 선발의 능력을 가늠하는 제1조건인 이닝이터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유희관은 “승수는 내가 잘 던진다고 쌓을 수 있는 게 아니지만 이닝은 내 의지가 달려 있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토종선발로서 최다이닝에 가장 욕심이 난다. 트레이너파트에서 몸을 잘 관리해줬고, 개인적으로 러닝을 많이 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됐다. 앞으로 한 시즌에 200이닝을 꼭 던져보고 싶다”고 말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