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 분데스리가] 분데스리가 초대 챔피언 쾰른의 자존심

입력 2016-10-0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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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쾰른과 서포터.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12년 5월 5일(현지시간) 독일 쾰른의 라인에너르기 슈타디온에선 팬들이 폭동을 일으키며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응원석의 팬들은 앞에 있던 그물망을 찢어버렸고, 경기장은 폭죽으로 인한 검은색 연기로 뒤덮였다. 급기야 경찰이 출동해 팬들과 대치하는 상황이 빚어졌고, 선수들은 급히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바이에른 뮌헨과의 분데스리가 최종전이 벌어진 날로, FC쾰른은 끝내 2부리그로 강등됐다. 경기 후에도 강등의 충격은 가시지 않아 쾰른대성당 주변에선 팬들의 울부짖음이 끊이질 않았다.

FC쾰른은 분데스리가에서도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팀 중 하나다. 분데스리가가 출범한 1963∼1964시즌 정상에 올라 초대 챔피언으로 기록돼 있다. 독일 챔피언십까지 포함하면 총 3차례(1961∼1962·1963∼1964·1977∼1978시즌) 우승을 차지했고, DFB(독일축구협회) 포칼에서도 4번이나 트로피를 들어올린 저력의 팀이다. 그러나 1990 년대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위용을 잃어갔고, 1997∼1998시즌 첫 강등의 수모를 겪은 이후로는 강등과 승격을 반복하며 암흑기를 걸었다.

지난 2012년 5월 5일 당시 쾰른의 라인에네르기 슈타디온.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FC쾰른은 2013∼2014시즌 페터 슈퇴거(50)가 새 사령탑으로 내정된 이후 변하기 시작했다. 슈퇴거 감독은 2부리그에서 독보적 1위를 달리며 쾰른을 다시 1부리그로 올려놓았고, 2014∼2015 시즌엔 12위로 1부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2015∼2016시즌 9위를 꿰찬 데 이어 올 시즌 6라운드까지는 4위로 고공비행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6라운드에선 연승 중이던 바이에른 뮌헨과 1-1로 비겨 4년 전 자신들을 2부리그로 떨어트린 상대에게 일격을 가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에선 ‘이번 무승부는 승리와도 같다. 쾰른도 무패행진(3승3무)을 이어가며 상승세에 있다’고 평가했다.

사실 쾰른은 독일에서도 4번째로 큰 도시이며, 스포츠 인프라가 가장 잘 발달한 도시 중 하나다. 또 축구단도 회원수 4위(8만1892명), 지난 시즌 전체 관중수 7위(82만1468명)로 큰 규모에 속하는 클럽이다. 아울러 체육대학으로는 세계 최초로 설립된 독일체대가 자리잡고 있고, 근교에 위치한 헤네프에선 독일축구국가대표팀 요아힘 뢰브 감독과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아우크스부르크 디어크 슈스터 감독 등 수많은 이들이 지도자 과정을 밟았다. 이뿐만 아니라 쾰른이 속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는 분데스리가 클럽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어 선수영입과 육성이 용이하며, 독일에서도 유명한 에이전트 회사들과 선수재활원도 모두 쾰른에 있다.

이렇게 도시 전체가 스포츠로 둘러싸여 있고, 그만큼 축구를 사랑하기에 4년 전 폭동도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무엇이든 과하면 좋지 않겠지만, 그들은 삶 속에는 늘 스포츠가 있다. 그들에게 스포츠는 삶의 애환을 풀어주는 장이고, 응원하는 팀의 선전은 자존심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쾰른(독일) | 윤영신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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