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태양의 후예’ ‘구르미’ OST까지 ‘대박’ 낸 음악 감독 “치밀하게 준비”

입력 2016-10-2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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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을 거쳐 간 드라마 OST는 대부분 성공을 거뒀다. 성공작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개미는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 내용의 흐름, 주인공 캐릭터 등을 감안해 그에 맞는 음악을 만든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태양의 후예’ 이어 ‘구르미’까지 대박 음악감독 개미

박보검 노래…물론 흥행도 생각했다
사극과 안 어울린 ‘깍지’…내 탓이오
가수 베이지 애착…쥐 잡듯 혼내기도

작정하지 않고서야 이렇게 ‘대박’을 칠 수 없다. 상반기 히트 드라마 KBS 2TV ‘태양의 후예’에 이어 18일 종영한 ‘구르미 그린 달빛’(구르미)까지 두 드라마의 흥행 뒤에는 ‘잘 만든’ OST가 한몫했다. 두 드라마의 음악을 책임진 음악감독은 개미(강동윤·43). ‘태양의 후예’ OST 매출로만 120억원을 넘긴 사건(?)은 침체된 OST 시장에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았다. 당분간 깨질 것 같지 않은 이 기록을 세운 개미는 피곤한 얼굴만큼이나 웃음도 감추지 못했다. 개미를 19일 서울 청담동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 두 드라마의 OST가 연달아 ‘초대박’이 났다.

“회사가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준 덕분이지 않나. 공들여 만든 음악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능력 있는 가수를 섭외해줬다. 가수들도 나를 믿고 맡겨줬다.”


- OST 작업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드라마 제작이 결정되면 연출을 맡은 PD가 시놉시스를 내게 전달해준다. PD, 작가 등이 모여 콘셉트 회의를 진행한다. 회의 전에 대충 음악작업의 얼개를 그려놓는다. 대본이 나오면 주인공의 캐릭터, 내용의 흐름, 갈등구조, 결말까지 생각해 음악작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가수를 섭외한다.”

‘태양의 후예’는 사전제작이라 시간적 여유가 있어 PD와 충분한 상의 후 드라마 흐름에 맞게 음악을 작업했지만, ‘구르미’처럼 ‘생방송’ 수준으로 촬영이 이뤄지면 작업도 그 만큼 어렵고 힘들다. 개미는 첫 방송 전 모든 음악을 만들어놓는다. PD와 상의해 그 장면에 맞는 음악을 삽입한다.


- 드라마 제작이 결정되면 첫 방송까지 길어야 한두 달인데, 그 시간동안 가능한 일인가.

“‘구르미’ 같은 경우는 수록곡 12곡, 연주곡만 60곡이 넘었다. 대본이 미리 나오지 않아도 이런 분위기일 것이라고 머릿속으로 상상해서 곡을 만든다. 신기하게도, 재밌고 잘 만들어진 드라마는 시놉시스를 읽으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게 많다. 옆에 녹음기를 두고, 멜로디가 생각날 때마다 녹음한다.”


- ‘구르미’에서 가수 이적이 부른 ‘깍지’가 사극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부분이 제일 안타깝다. 나의 잘못이고 오류다. 이적과 꼭 작업해보고 싶어서 제의했는데, 의도와 다르게 표현됐다. 드라마 방향과 크게 어긋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작업하면서 얻은 팁이 하나 있다. 사랑이나 이별 등 구체적인 장면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고 둥글둥글하게 가사를 쓴다. 어느 장면에 사용해도 부담스럽지 않게 말이다.(웃음)”

음악감독 개미.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작업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은.

“우선 드라마에 음악이 잘 붙어야 한다. 잘 어울려야한다는 뜻이다. 나 혼자 좋아서 하는 음악은 하고 싶지 않다. 대중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 시청자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고, 듣기 좋은 음악이 좋은 거 아닌가. 시청자들의 감정을 다치지 않게 하고, 혼란스럽게 하지 않아야 한다.”


- 엄청난 흥행으로 수십억을 벌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하! 그렇게 많이 벌진 못했다. 구체적인 금액은 밝힐 수 없는 걸 이해해 달라.”


- 가수를 특정 하는 경우도 있나.

“물론이다. 그렇지 않으면 맞지 않은 옷을 입는 것과 같다. 곡에 어울리는 가수가 있다. 최고의 인기 가수를 섭외해서 곡을 맡겼는데, 분위기가 맞지 않으면 서로에게 부담스러운 작업이다. 이적이나 성시경처럼 직접 곡을 써오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전체적인 음악 분위기에 대한 방향만 알려준다.”

‘구르미’ OST에서 박보검이 가수로 나선 건 처음부터 의도된 것이다.

“흥행을 당연히 생각했다. 하하! (박)보검이가 노래를 잘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것을 알고 맡겼다. 표현력이 워낙 좋은 친구라 곡이 잘 어울렸다.”


- OST가 너무 지나칠 때는 뮤직비디오라는 비난을 받는다.

“드라마에서 음악이 남발되는 게 정말 싫다. 시청자들이나 팬들도 피로감을 느낀다. 그렇게 된다면 음악 감독의 책임이고 잘못이다. 제작사, 유통사 등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어 음악이 지나칠 때가 많다.”


- 어렵겠지만, 최고의 OST가수를 꼽는다면.

“윤미래, 거미, 성시경, 백지영은 꼭 한번 작업해보고 싶은 가수였다. 두 드라마를 통해 20명의 톱가수들과 함께 해 더 이상 바랄게 없다. 그래도 굳이 꼽는다면 황치열과 베이지다. ‘구르미’의 베이지는 다른 가수들보다 인지도가 낮으니까 더 애착이 갔다. 쥐 잡듯 혼내기도 했다.(웃음) 다행히 잘 따라와 줬다.”


● 개미

▲1973년 10월21일생 ▲본명 강동윤 ▲친한 지인이 ‘배짱이’라는 예명을 쓴다고 하자, 자신은 개미로 예명을 정함 ▲1993년 경복대 실용음악과(당시 생활음악과) ▲1995년 그룹 ‘오페라’ 결성해 가요계 데뷔 ▲미국 유학하며 영상음악 공부하고 드라마 음악감독으로 전향 ▲1998년 KBS 2TV 어린이드라마 ‘어린왕자’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OST 작업 ▲드라마 ‘학교’, ‘비밀’ ‘끝없는 사랑’ ‘장미빛 인생’에 이어 2016년 ‘태양의 후예’ ‘구르미 그린 달빛’ OST 작업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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