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때문에…육성지원금 마음대로 못 줘

입력 2016-10-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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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BL

권익위, 훈련지원금 형태 ‘정식 협약’ 권고
2·3학년 신인드래프트 얼리엔트리도 불가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공무원들의 회식문화와 언론사의 취재환경을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 큰 변화가 생겼다. 김영란법의 여파는 1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진행된 ‘2016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뽑힌 남자프로농구 신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 전까지 남자프로농구 10개 구단은 대학농구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총 12개 대학교에 신인 드래프트 후 ‘육성지원금’ 명목으로 5000만원씩을 건넸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문제의 소지가 있어 전달 형태가 바뀌었다. KBL은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의한 끝에 ‘훈련지원금’으로 정식 협약을 맺어야 한다는 답을 얻었다. 이성훈 KBL 사무총장은 19일 “특정 학교가 아닌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선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다만 구단과 대학교가 정식 협약을 맺고, 지원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 계획서를 제출하고, 이에 맞게 써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교수들도 김영란법 대상자에 포함됨에 따라 재학생 선수들도 취업계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학교수업을 다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선수들 대부분은 대학졸업예정자다. 마지막 학기 학점을 따야 한다. 과거에는 교수의 양해를 얻었지만, 이제는 교수들에 대한 청탁으로 간주된다. KBL 관계자는 “교수에게 취업계를 내고 인정을 받아야 한다. 이를 인정받지 못할 경우 낮에 학교 수업을 받고, 저녁에 경기에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 2∼3학년 때 신인 드래프트에 나서는 얼리 엔트리도 김영란법 시행으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이정석(SK), 허웅(동부), 정효근(전자랜드) 등 얼리 엔트리 선수들은 3학년 때 프로무대에 뛰어들었지만, 리포트를 작성하거나 교수의 양해를 구해 학위를 취득했다. 그러나 이제는 얼리 엔트리로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려면 자퇴해야만 한다.

KBL 관계자는 “선수들은 개인사업자로 등록된다. 구단에 입단해도 4대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취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학교도 있더라. 4학년생은 대부분 취업계를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3학년들은 어렵다. 얼리 엔트리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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