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원종현, 그가 다시 던진 감동의 155㎞ 강속구

입력 2016-10-2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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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가 열렸다. 8회초 1사에서 NC 원종현이 구원등판해 볼을 던지고 있다. 마산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55㎞요? 하하. 다시 던지고 싶죠. 다시 던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NC 원종현(29)은 암 투병을 하면서도 늘 공을 다시 던지겠다고 했다. 155㎞에 대해서도 “다시 던지고 싶다”며 희망을 가졌다. ‘155’라는 숫자는 그에게 ‘시그니처’와 같다. 그는 생애 첫 포스트시즌이었던 2014년 LG와의 준플레이오프(PO)에서 최고 시속 155㎞의 빠른 공을 던졌다. 2패 후 맞이했던 3차전, 벼랑 끝에 서있던 팀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던지는 그의 모습에 많은 이들은 감동했다.

그러나 원종현은 이듬해 스프링캠프 도중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9년간 무명생활 끝에 겨우 야구인생의 꽃을 피웠는데 또 한 번의 암초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좌절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항암치료는 그를 더욱 약하게 만들었다. 힘든 상황을 버티게 해준 힘은 ‘다시 한 번 마운드에 서서 공을 던지고 싶다’는 마음 하나였다. NC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2015시즌 내내 모자에 그를 상징하는 ‘155K’ 패치를 붙이고 그의 복귀를 간절히 바랐다.

원종현의 의지와 선수들의 마음이 모이자 그야말로 ‘기적’이 일어났다. 그는 1년 만인 2016년 암을 이겨내고 다시 마운드에 섰다. 그는 복귀 직후 인터뷰에서 155㎞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무리해서 공을 던지려고 하면 안 되지만 다시 던지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의 꿈은 아주 중요한 순간 실현됐다. 2년 만에 다시 맞은 가을무대에서, 그리고 그때와 마찬가지로 LG를 상대로 시속 155㎞의 강속구를 던졌다. 22일 PO 2차전. 2-0으로 앞선 8회초 1사후 선발투수 재크 스튜어트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그는 역투를 펼쳤다. 첫 타자인 대타 서상우를 상대로 2구째를 던지자 전광판에 155㎞라는 숫자가 떴다. 그러자 마산구장을 꽉 채웠던 NC 팬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을 보냈다. 그도 더 힘을 냈다. 결과는 1.1이닝 2안타 2삼진 무실점.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남겨두고 바통을 이민호에게 넘겼지만 원종현의 불꽃투는 가을을 다시 뜨겁게 만들었다.

원종현은 경기 후 “불펜에서 대기하면서 타자들이 1점만 내주면 투수들이 막아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박)석민이 형이 2점홈런을 때려줬다”며 고마워하고는 “어떻게든 막으려고 했다. 이겨서 좋다”는 소감을 전했다. 구속이 155㎞까지 나온 것에 대해서는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정규시즌에서 힘이 부쳤던 것도 있고, 구속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 다시 155㎞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 안 했는데 그렇게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관중들이 환호해주셔서 순간 오버할 뻔했는데 (김)태군이가 진정시켜줘서 차분히 던졌다”고 설명했다.

물론 아쉬움은 남는다. 경기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고 기뻐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원종현은 “세리머니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민호한테 뺏겼다”며 웃고는 “뒤에 (이)민호가 있었기 때문에 민호를 믿고 자신 있게 던졌던 것 같다”고 공을 돌렸다. 이어 “정규시즌이 끝나고 휴식을 좀 가지면서 체력이 돌아왔고, 볼끝이 시즌 초반에 올라왔던 것만큼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경기가 남아있으니까 더 열심히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마산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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