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이석현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부천FC와의 ‘2016 KEB하나은행 FA컵’ 4강전서 등번호가 잘못된 유니폼을 입은 채 한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왼쪽 사진). 뒤늦게 이를 눈치 챈 경기감독관의 지적에 따라 그는 라커룸으로 돌아가 임시로 8번을 그려 넣은 등번호를 붙인 뒤 다시 게임에 나섰다. 상암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그런데 이 심판은 그로부터 사흘 뒤인 29일 순천팔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전북현대-전남 드래곤즈의 클래식 36라운드 경기에 배정됐다. 논란을 야기한 한 축에 해당되는 심판이 며칠 새 무대를 달리해 휘슬을 잡은 것이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 빚어질 수 있었을까.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설명은 기가 막힌다. 연맹 관계자는 1일 “선수가 (잘못된 유니폼을) 입지 말았어야 했고, 심판과 경기감독관도 확인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연맹의) 심판배정 시스템은 판정 및 오심 등을 통한 점수제로 이뤄지는데, FA컵 문제로 K리그에 배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사는 “FA컵은 대한축구협회 소관이다. 심판 배정도, 평가도 협회가 한다. (유니폼 사태가) 경기 결과에 영향을 준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해당 심판이 프로축구연맹 조영증 심판위원장에 한 해명도 황당하다. “K리그는 경기감독관이 직접 (확인 의미의) 사인을 해서 FA컵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 여겼다. K리그는 (관리가) 철저히 이뤄지다보니 연맹 경기감독관처럼 생각해 경기를 진행시켰다.”
결국 경기 주관이 다른 데다, 오심 등 승부에 영향을 미친 판정 문제가 아니므로 논란의 주인공이 휘슬을 잡은 데는 지장이 없었다는 논리인 셈이다. 덧붙여 축구협회의 소홀한 경기관리체계만을 부각시켰을 뿐 프로축구연맹은 무관하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이처럼 안이한 현실인식으로는 우리 축구계의 과제인 심판의 자질과 판정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없다. 과거에도 프로축구연맹은 심판 문제가 터지면 그저 조용히 덮으려고만 했을 뿐 사태의 근원을 찾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니 전직 심판위원장이 심판들로부터 금품을 상납 받은 사상 초유의 비리조차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흐지부지되고 있는지 모른다.
결국 심판관리체계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아시아권에서도 드물게 한국에선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이 별도로 심판위원회를 운영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국·1협회·1심판위원회’를 원칙으로 한다. 한국은 심판관리체계가 제각각이다보니 들이대는 잣대도, 평가 시스템 등도 전부 달라 엇박자가 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진작 심판통합관리가 이뤄졌더라면 이번 사태도 없었을 것이란 지적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한국축구의 심판관리체계는 개혁이 절실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