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김경문 감독-두산 김태형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2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 경기에서 두산이 NC를 꺾고 한국시리즈 4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NC 김경문 감독이 두산 김태형 감독에게 우승을 축하하고 있다. 마산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싱거운 KS라고 혹평할 여지도 있겠지만 2016년 가을의 전설은 깨끗했다. 그 어떤 권모술수도, 기만도, 신경전도 없었다. 두 감독은 신사의 미덕을 지켰다. 두산 김 감독은 피도 눈물도 없이 NC를 몰았다. 두산이 쓴 투수는 4경기에서 6명에 불과했다. KS를 결정짓는 4차전에선 다음날 선발로 내정된 니퍼트까지 불펜에서 잠깐 몸을 풀게 했다. 그렇게 후배는 선배를 뛰어넘었다. 2015년 가을에 이어 또 한번 좋아하는 형님의 숙원을 막았다. 두산 김 감독은 우승 직후 “기쁜데, 마음이 무겁고 착잡하다”라는 예상 밖 소감을 꺼냈다. 이겨야 살아남는 승부 세계의 정상을 정복한 순간, 허무함이 밀려온 듯했다. 승리지상주의자 김태형도 어쩌면 언젠가 지는 날이 올 것이라는 막연한 예감 같은 것을 정점에서 느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김 감독의 이례적인 우승 소감은 진정성이 느껴졌다.
# NC 김경문 감독은 졌지만 끝까지 고결했다. KS 4차전 패배로 NC와의 계약이 사실상 끝났지만 향후 거취에 대한 말은 일절 하지 않았다. NC에 대한 예의가 아닌 자리, 자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는 안 되는 자리임을 김 감독은 분별했다. 퇴장의 미학을 김 감독은 알았다. 얼마 전, 준플레이오프에서 패배한 직후, 소속팀에 언질도 주지 않고 휴대폰으로 급조한 자진사퇴문을 회견장에서 읽었던 어느 감독과 비교된다. 그 감독은 자신에게 감독 기회를 준 그 구단 프런트에 감사를 표했다. 그런데 정말 그토록 고마웠다면 저럴 순 없었을 것이다. 그런 계산된 행위로 그 감독은 준플레이오프의 관심을 승자 LG에서 자기에게로 훔쳐왔다. 자기가 주인공이 되면 안 되는 자리라는 겸허함도, 오랜 시간 같은 목표를 공유한 소속팀 구성원에 대한 진정성도 발견할 수 없었다. 사람의 그릇은 퇴장할 때 알 수 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경험으로 깨닫는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