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소’ 이동우 “저는 영원한 ‘딴따라’입니다”

입력 2016-11-11 16:31: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시각장애인들에겐 일상이 다 도전이에요. 도와주는 이가 없으면 모든 게 결심해야하는 순간이죠. 다만 힘든 일이더라도 내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느냐가 도전의 기준이에요. 재밌 다고 생각하면 전 히말라야도 갈 수 있어요. 제가 괜히 딴따라겠어요. 힘들면 그만 두면 되죠. 세상에 재밌는 게 참 많으니 다 도전하고 싶어요.”

가수, 라디오DJ, 방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이동우. 그가 이번에는 첫 영화에 도전했다. 다큐멘터리 ‘시소’는 볼 수 없는 사람(이동우)과 볼 수만 있는 사람(임재신), 두 친구의 운명 같은 만남과 우정, 그리고 특별한 여행을 그린 작품이다.

이동우의 영화 데뷔는 우연한 기회로 성사됐다. 사석에서 만난 고희영 감독과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았고 영화 제작에 대한 뜻을 모았다. 서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다큐멘터리를 염두에 두고 감독님을 만난 건 아니었어요. 만남과 영화 제안도 자연스럽게 이뤄졌죠. 딱 내 스타일의 사람이라서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재밌었어요. 결국 재신이와 함께 영화 출연을 결정했고 그때부터는 기쁘고 설렜어요. 저는 이번 작업을 영화촬영이라고 말할 수 없어요. 왜냐면 저는 그냥 여행을 간 거니까요.”


영화 ‘시소’는 그렇게 시작됐다. 제주도에서의 열흘간의 여행이라는 큰 틀 안에서 영화는 진행됐다. 감독의 디렉션도 대본도 없이 오직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영화가 만들어졌다.

“시각장애인은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너무 잘 일어나요. 특히 새로운 공간에서는 더 그렇죠. 재신이도 마찬가지였어요. 휠체어로 다닌다 해도 길이 부드럽지 않으면 엄청 불편하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촬영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했죠. 그래서 우리보다는 스태프들이 더 고생했어요. 그래도 이런 기회가 흔치 않잖아요. 힘들고 고생스런 여행이 되겠지만 무조건 이 기회에 가야겠다는 마음이 앞섰어요.”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사람 이동우와 보기만 하는 사람 임재신의 여정을 그린다. 하지만 중증 장애를 겪고 있는 두 사람에게만 초점을 두지 않았다. 러닝타임 내내 제주도의 맑고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영상을 담았다. 특히 시각장애인들도 영화를 들을 수 있도록 수많은 자연소리를 삽입했다.

“감독님이 아름다운 풍광을 담는 데 신경을 많이 쓰셨어요. 제주도에 한 번도 가지 못한 분들에게 간접적으로라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재신이 역시 제주도를 한 번도 가보지 못했어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햇살과 바람을 직접 느낄 수 있거든요. 참 감사한 점은 제주도 날씨가 들쑥날쑥한 편인데 비를 한 번도 안 만났어요. 정말 여행 내내 만족하며 다녔어요.”


촬영에 앞서 영화에 출연한 두 사람의 일화 역시 드라마틱하다. 전신 근육 마비를 겪고 있던 임재신은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은 이동우에게 자신의 망막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정말 영화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 셈이다.

“벌써 7년 전 일이거든요. 재신이의 전화를 받았을 때 차에서 매니저와 엉엉 울었어요. 처음에는 장난 전화인 줄 알았는데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죠. 입장 바꿔보면 저는 절대 재신이처럼 못할 것 같아요. 정말 용기 있는 행동이죠. 여행 하는 동안 참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재신이가 저에게는 한 살 동생이지만 친구로서 정말 많이 배워요. 제게는 정말 좋은 친구이자 벗이 생긴 거죠. 저와 공통점도 참 많아요. 둘 다 딴따라 기질이 있어서 대화가 참 잘 통해요.”

지난 1993년 SBS 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이동우는 현재 소속사에서 10년 가까이 활동 중이다. 개그맨과 가수 활동 속에 불의의 장애를 얻었지만 어느 때보다도 더욱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소속사에 벌써 10년 정도 있었죠. 회사에서 오히려 저를 더 못 도와줘서 미안해하더라고요. 아직까지는 제가 받기만 하고 있어서 제가 더 미안해요. 회사 입장에서는 장애인이면서도 소속 연예인이니까 관찰과 집중을 더 해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분야에 상관없이 제가 흥미를 갖고 도전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계속 시도하려고요.”

특히 영화 ‘시소’의 엔딩크레딧에는 이동우의 신곡이 흘러나와 감동을 더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이동우는 행복한 ‘딴따라’로 대중과 꾸준히 호흡할 뜻을 내비쳤다.

“아마 다음 달에 새 앨범을 발매할 것 같아요. 틴틴파이브 앨범은 당분간 계획이 없고요. (웃음) 가끔 멤버들과 만나서 할아버지가 됐을 때 앨범을 내자고 이야기해요. 저는 특히 무대에서 마이크 앞에 섰을 때 딴따라가 맞다는 확신이 생겨요. 행복에 겨워서 어쩔 줄 몰라 하거든요. 인터뷰를 하는 이 순간도 너무 행복해요. 제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니까요. 나는 평생 누군가와 교감하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동아닷컴 장경국 기자 lovewit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SM C&C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