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꼭 기억해야 할 아이디, 순박함과 세련됨 사이 어디쯤의 매력

입력 2016-11-25 09: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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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아이디,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가수 아이디는 데뷔 당시부터 ‘여성 블랙뮤직 뮤지션’이라고 선언하고 이에 부응하듯 데뷔곡 ‘사인’을 R&B 싱어송라이터 제프 버넷(Jeff Bernat)과 함께 작업했다. 또 현재도 미국을 오가며 새 앨범의 작업이 한창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글로벌 가수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아이디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전남 순천시에 ‘미국 유명 음악인 제프 버넷이 극찬, 하얀마을 조카 유진 가수데뷔’라는 현수막이 걸리는 순박함도 간직한 가수가 아이디다.

제프 버넷과 미국에서의 작업, 그리고 순천의 현수막. 이 기묘한 간극을 지닌 아이디는 어떤 가수인지 직접 들어보았다.

일단 화제의 현수막은 고향에서 가족이 제작해 걸어둔 것으로, 우연히 이를 본 팬이 촬영해 SNS를 통해 알려졌다.

아이디는 “우리 부모님이 걸어놓은 거다. 나에게 말도 없이 걸었다. 그런데 우리 이모님도 걸었더라. 그중에 이모가 걸어놓을 걸 팬이 찍어서 보내준 거다. 그래서 집에 전화해서 현수막 걸었냐고 물어보니까, 집에서는 ‘걸면 안 되는 거냐’라고 오히려 놀라더라”라며 웃었다.

이 현수막이 더욱 순수하면서도 재미있어 보이는 건 ‘세계적인 음악인 제프 버넷’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제프 버넷은 실제로 아이디의 데뷔곡 ‘사인’의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아이디는 “대표님도 원래 프로듀서 출신인데,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음악에 대해 말을 많이 한다. 그러다 제프 베넛 기사를 보고 ‘어울리겠다. 해 볼래’라고 장난식으로 이야기를 하더라. 난 장난인 줄 알고 좋다고 했더니 한 달도 안돼서 곡을 하나 보내줬다. 그런데 가이드 목소리가 제프 버넷이더라. (대표님에게)무슨 곡이냐고 물으니 ‘제프 버넷이 만든 네 데뷔곡’이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디는 “대표님도 프로듀서 출신이다 보니, 다른 프로듀서와 교류가 많아서 나에게 까지 연결이 됐다. 또 제프 버넷과는 이 곡을 받고 작업하면서 같이 만났다. ‘사인’에 대해서 이래저래 많은 이야기를 했다”며 “제프 버넷이 모니터에 내 사진을 띄워놓고 작곡을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서 선물로 주기도 했다”며 웃었다.

‘사인’의 작곡은 제프 버넷이 했지만 가사에는 아이디도 직접 참여했다.

‘사인’의 내용에 대해 아이디는 “‘사인’은 클럽에 갔을 때 경험을 가사로 쓴 거다. 클럽에 갔는데 한 남자 분이 소심하게 대시를 했었다. 나중에 내가 그 남자 입장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내용을 적은 거다”라고 말했다.
아이디,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아이디,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혹시 클럽을 자주 가냐고 묻자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친 아이디는 “처음으로 대표님과 언니들과 클럽에 갔을 때 있던 일이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현재 아이디는 미국을 오가며 EP앨범을 작업 중이다. 신곡 ‘외롭지 않아’는 이 새 앨범에 수록될 곡의 선공개곡이기도 하다.

미국에서의 작업을 묻자 아이디는 “미국에서는 음악적으로 다가가는 방식이 사람마다 달라서 그런 걸 많이 배웠다. 한국에서는 자기의 영역을 정해놓고 작업을 한다면, 미국에서는 좀 더 자유롭게 여기곡이 좋으면 여기서, 저기 곡이 좋으면 저기서 한다. 그러다보니 어떤 한 곡이나 장르에 갇혀있지 않고 이런저런 장르를 많이 배울 수 있었다”라고 현지 작업 환경에서 느낀 점을 밝혔다.

이어 아이디는 “‘외롭지 않아’는 다음 앨범에 수록될 곡인데, 데뷔곡에 좋은 반응을 보여준 팬을위해 선물차원으로 먼저 공개했다. 데뷔곡이 발랄한 느낌이 있었다면, 지금은 재지하고 클래식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하면서도, “다음 앨범의 구체적인 콘셉트나 색은 아직 알려줄 수 없다. 그냥 작업 중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나올 계획이니 그때 직접 들어 달라”라며 애교 섞인 당부를 덧붙였다.

다만 아이디는 “지금은 미국에서만 작업을 하고 있다. 미국쪽에서는 ‘사인’이 좋은 평을 받아서 영어버전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다. 기회가 된다면 영어버전으로 프로젝트 앨범을 내고 싶다”며 “또 다음 앨범에는 영어곡이 있다”고 이 한 가지 정보는 공개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미국 시장 진출은 준비 중인지 물었고, 아이디는 “일단 해외분들에게 칭찬아닌 칭찬을 듣고 있는데, 해외에서 어떤 관계자가 나보고 ‘미국의 현지 시장에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음악을 하는데, 가지고 있는 보컬과 감정은 현지에서 쉽게 접하지 못한 스타일’이라고 하더라. 내가 대부분을 미국 프로듀서와 작업을 하는데, 보컬은 아시안이다보니까 같은 노래를 하더라도 그들의 귀에는 신선하지 않나 싶다”라고 말하며 이후 미국현지 활동에 긍정적인 가능성을 보였다.
아이디,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아이디,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지금은 독특한 매력을 지닌 ‘블랙뮤직 뮤지션’ 아이디지만, 과거에는 그녀도 걸그룹을 준비하기도 했다.

아이디는 “원래는 걸그룹을 준비했다. 그런데 걸그룹과 내가 하고 싶은 음악에 의문이 들었다. 내가 하려는 음악이 이런 게 아닌데, 연예인적으로만 가는 거 같아서 책임질 음악을 하자고 생각했다. 그때 지금의 대표님이 소속된 회사의 프로듀서였는데, 내 생각을 말씀드리고 같이 나와서 지금의 회사를 차렸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아이디가 말한 ‘책임질 음악’, ‘하려던 음악’은 무엇일까.

당연히 그녀가 하고 싶은 음악은 블랙뮤직이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는 정체성이 살아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 했다.

아이디는 “아이디라는 이름부터 정체성, 아이덴티티에서 따온 거다. 정체성을 확실히 갖고 있고, 하고 싶은 게 확실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블랙뮤직을 하고 있다”며 “지금은 데뷔라는 꿈은 이룬 거다. 하고 싶은 음악을 하나하나 하다 보니 거기에 대해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지금은 일단은 블랙뮤직을 하고 있으니 블랙뮤직 아티스트 아이디로 많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아이디가 특정 장르만 고집하고 싶은 건 아니다. 심지어 아이디는 가수외에 다른 분야까지 아우르는 ‘아티스트’를 목표라고 밝혔다.

아이디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 스타일이 다 다르다. 다음 앨범도 스타일이 다르다. 하고 싶은 장르가 많아서 블랙뮤직이라고 했다. 난 내 정체성을 내가 하고 싶은걸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노래외에서 미술, 패션, 연기도 해보고 싶고 더 나아가서는 카페를 차려서 원하는 음악을 틀어주고, 공연도 보여주고 싶다. 아티스트는 예술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티스트 아이디였으면 좋겠다. 어디에서 아이디를 이야기해도 자랑스러울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말해 고향 순천에 다시 한 번 ‘아티스트 남유진’의 현수막이 걸릴 날을 기대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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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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