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장현성×박철민 가슴앓이 담은 ‘커튼콜’ 진심 통할까

배우 장현성이 호소했고 박철민이 눈물을 흘렸다. 무대 뒤 쓸쓸함과 애환을 아는 ‘진짜 배우’들의 뜨거운 진심이 관객들의 마음까지 닿을까.

2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커튼콜’ 기자간담회. 이날 행사에는 ‘커튼콜’의 주연 배우 장현성 박철민 유지수 채서진 그리고 류훈 감독이 참석했다.

‘커튼콜’은 문 닫을 위기에 처한 삼류 에로 극단이 마지막 작품으로 정통 연극 ‘햄릿’을 무대에 올리면서 위기와 돌발 상황 속에 무대를 완성해가는 내용을 담은 라이브 코미디 영화. 연극과 영화의 조합으로 신선한 전개 방식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류훈 감독은 “최근 개봉한 영화들에서 갈증을 느꼈다. 멋진 사람들, 멋진 직업이 나오는 영화가 많더라. 나는 루저들이 끝까지 무언가를 해내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우리 삶은 원치 않는 상황의 연속이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끝까지 살아내고, 원하는 것을 끝까지 해내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극 중 에로연극 연출가 민기를 맡은 장현성은 “나 자신이 살아온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 학교에서 연극을 공부하고 사회에 나와서 ‘직업 연극인’으로 밥벌이는 하는 것에 대한 고단함이 느껴졌다. 이에 대한 공포가 현실감있게 다가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연극인들을 상대로 시사회를 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젊은 날에 연극이나 예술에 대한 고민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며 “나에게도 익숙했다. 민기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욕심을 내게 만드는 캐릭터였다. 형식적인 면에서도 지금까지 봐온 영화, 해온 영화와는 달랐다. 새로운 형식으로 작품을 해볼 수 있겠다는 욕망을 느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에로연극 제작자 철구를 연기한 박철민 또한 큰 공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극 중 박철민은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야”라는 실제 자신의 유행 대사를 종종 하면서 “사람들이 나만 보면 웃는다. 그냥 웃는 것도 아니고 비웃는다”고 토로한다. 코미디 연기로 관객들을 만나는 박철민의 스크린 밖 고민과 맞닿아있는 것.

박철민은 “처음에는 극 중 독특한 유행어를 설정했다. 그런데 감독님이 ‘실제 유행시킨 대사를 쓰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더라. 나는 이입하는 데 방해 요소가 될 것 같다고 했지만 감독님은 ‘오히려 이를 통해 그 사람의 이면이 관객에게 진솔하고 진정한 마음으로 전달된다면 좋지 않겠나’ 하더라. 그 애드리브는 내 몸과 마음에 붙어 있어서 대사를 그렇게 바꿨다”고 말했다.

감정이 북받쳤는지 박철민은 갑자기 눈물을 쏟았다. 그의 모습에 옆에 있던 유지수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박철민은 “내가 조연이나 감초 역할을 많이 하다 보니 관객들도 식상해하더라. 전형적인 모습에 지치는 관객들도 있었다. 나도 관객들의 마음을 느끼면서 고통스러웠다”며 “진지한 역할도 해보고 싶었다. 영화 ‘약장수’와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등에서 악역을 할 때 신나고 행복했다”고 고백했다.

박철민은 “철구는 나에게 아주 소중한 캐릭터다. 이입이 많이 됐다. 박철민이라는 작은 배우의 실제 가슴앓이도 많이 들어가 있다. 감격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신나기도 했다”고애정을 드러냈다.

이밖에도 출연진들은 ‘커튼콜’ 속 무대 상황처럼 과거 연극 무대에서 겪은 실수담을 공개하기도 했다.

채서진은 “테이블 위에 있던 우유를 쏟은 적 있다. 나는 당황했는데 옆에 경험이 많은 선배들이 도와줘서 잘 넘어갔다”면서 “‘커튼콜’ 현장에서 선배들의 경험담을 듣기도 했다. 시나리오보다 더 한 경우도 있더라. 재밌게 들으면서 촬영했다”고 회상했다.

유지수는 “정말 많다. 웃음이 터져서 관객들과 한바탕 웃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적도 있다. 앞줄에 앉아있던 아주머니 관객이 화장실을 알려달라고 한 적도 있다. 배우들이 넘어지는 것은 부지기수고 일반 관객이 세트장 문으로 들어오고 나간 적도 있다. 그 관객은 문 밖의 분장실에서 2시간 동안 밖으로 못 나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철민은 “‘늘근 도둑 이야기’이라는 3인극을 한 적 있다. 낮 공연 후 점심을 맛있게 먹고 저녁 공연을 하려는데 배에서 설사 소식이 오더라. 대책이 없으니까 그냥 무대에 올라갔다. 2-30분 지났을 때 정말 큰 소식이 왔다. 도저히 못 참고 수사관 역할 배우에게 자연스럽게 화장실을 물었다. 볼일을 보러 갔는데 휴지가 없더라. 분장실을 향해 화장지를 달라고 했는데 객석에까지 들려서 관객들이 크게 웃은 적 있다. 이처럼 생생한 경험담이 많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커튼콜’의 배우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진심을 담은 흥행 공약을 전했다. 박철민은 “우리 영화는 100만명만 들어도 1000만명 이상으로 와닿는 작품이다. 모두 온몸으로 기도하는 마음이다. 가슴을 담아 공약을 전하고자 한다”면서 100만개의 초를 준비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우울한 계절이고 분노의 계절이다. 촛불집회도 계속 되고 있다. 100만 관객이 넘으면 초를 사서 집회에 나온 분들에게 드리고자 한다. 촛불 100만개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돕는다고 했다. 이들의 염원이 모여 ‘커튼콜’은 극장가를 환히 밝힐 수 있을까. 장현성 박철민 전무송 이이경 유지수 채서진 고보결 등이 출연한 ‘커튼콜’은 12월 8일 개봉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