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톡 진단&전망]<8> kt는 왜 프로야구단을 창단했나요?

입력 2016-12-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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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는 KBO리그 10개 구단의 2016시즌을 되돌아보고, 2017년과 그 이후를 전망하는 시리즈 ‘LIVE톡 진단&전망’을 연재한다. 지금까지 선보였던 기사형식과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구성으로 스포츠동아 야구담당 기자들이 인터넷 채팅을 통한 자유로운 발언으로 토해낸 내용을 편집 없이 날 것 그대로 담았다. kt 담당 이경호 기자가 이재국 차장과 김영준· 홍재현· 이명노· 강산· 고봉준 기자를 대화창에 초청했다.

스포츠동아DB



● 야구단을 운영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경호(이하 호)=2년 연속 최하위 팀 kt편입니다. 올 시즌 지난해 1군 데뷔시즌보다 단 1승 많은 53승으로 시즌을 마쳤습니다. 팀 타율 0.276과 팀 방어율 5.92 모두 리그 최하위입니다. 본격적인 진단과 전망에 앞서 월별 성적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4월 12승13패로 분전했습니다. 유한준, 이진영이 가세한 타선은 힘이 있었고 김재윤이 버틴 불펜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5월 7승15패, 6월 11승13패, 7월 8승12패로 내리막을 탔습니다. 외국인 선발 투수가 한 명씩 전력에서 이탈했고 야수진에도 부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사건, 사고도 있었습니다. 2년 연속 최하위라는 성적표와 감독과 단장이 동시 교체된 kt는 과연 무엇이 문제였습니까?


김영준(이하 준)=이 팀은 전력을 논하기 전에 구조적 문제를 탓해야 되지 않을까요? 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려면 스포츠면이나 경제면이 아니라 정치면을 봐야하니.


강산(이하 산)=꿈과 현실이 다른 팀이에요.


고봉준(이하 봉)=개막 초에는 역동적인 팀 분위기가 느껴졌지만 부상과 여러 사건 속에 모든 부분에서 약점이 도드라졌습니다. 각종 지표를 살펴봐도 시작보다 시즌 마지막이 거의 다 좋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나빠진 팀이죠.


이명노(이하 노)=kt는 야구단을 해도 되는 기업이었을까요?

호=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모기업에 오너가 없는 팀이죠. 사실 그렇기 때문에 더 강점도 있겠지만 연속성이라고 할까요, 그런 부분에서 약점이 존재하죠.

호=kt는 현재 공기업은 아닙니다만 임원 중 상당수는 공기업일 때 입사하신 분들이죠. 잠시 시계를 돌려볼게요. 제10구단 창단을 위해 부영과 kt가 붙었을 때 어떤 기업을 응원했나요?^^ 사실 그 때는 kt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었어요.

준=그래서 더 아쉽죠. ‘이러려고 야구단 했나’라는 말이 안 나올 수가 없어요ㅎ


홍재현(이하 현)=
사소한 결정도 승인 받으려면 한달씩 걸린다고 들었는데요.

노=국정농단 사태만 봐도 제일 쉬운 먹잇감은 kt와 포스코, 사기업의 탈을 쓴 공기업들입니다. 영원히 이 구단은 정권에 영향을 받고, 줄 대는 사람들이 차지할 겁니다.

호=현재까지 국정농단 사태가 야구단에까지 영향을 준 정황이나 사실은 없습니다. 단, 모기업 kt는 심각했죠. 야구단에도 여러 소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준=야구단이 최적 효율성을 추구하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면 존재의 의미 자체가 흔들리죠. 프로농구도 지금 압도적 꼴찌네요.

노=다른 작은 스포츠단을 운영하는 것만 보고 모두가 오판했습니다. 야구는 다르죠.

호=물론 kt 프런트의 능력은 매우 뛰어납니다. 열정적이고요. 단 최고 경영진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일단 야구단 사장이 창단 이후 3번 바뀌었고, 4번째 사장 취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중간, 중간 거론됐던 인물도 한 둘이 아니에요.

봉=망하지 않는 기업이지만, 흥할 수 없는 구단일수밖에 없네요.

호=문제는 앞으로 정권 교체 때마다 야구단까지 경영진 인사에 영향을 줄 것 같다는 매우 불길한 예감이죠.

준=그러니까 큰일입니다.

노=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윗분들은 바뀌실 거고.

호=모기업 리스크가 크다는 의견이 공통적이네요.

산=배구도 공기업의 운영방식에 문제의 목소리가 큰데, 그보다 훨씬 파이가 큰 야구는 오죽할까요.

준=근본적 리스크라서.

노=사장도 줄 타고 누가 올지 모르는 상황인데.

호=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요.

노=그룹 차원의 근본적인 자가진단, 야구단에 대한 새로운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죠. 이 작업 없으면 kt는 매년 10등 후보일겁니다.

현=장기플랜을 짤 인물이 필요한 것 같아요.

산=지금 kt에는 야구단을 운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부터 해야 할 것 같아요.

준=굉장히 궁금한 부분은 스포츠동아 포스트시즌 해설위원인 김진욱 감독이 가신 것은 축하드리지만, 도대체 조범현 감독을 왜 자른 건가요? 이런 거에 대한 필연성이 없어요. 장기 대책 자체가 부재해요.

전 kt 조범현 감독. 스포츠동아DB



● 조범현 감독은 왜 재계약에 실패했나

호=그럼 조범현 감독 부분으로 옮겨 갈까요?

국=조 감독 시절에도 뭐 하나 요구한 대로 이뤄진 게 없었잖아요.

호=프리에이전트, 트레이드 등 전임 단장이 중간에서 커트 한 사안이 굉장히 많죠. 사장한테 보고하지 않고 자기가 묵살한 부분이 드러나 내부적으로 굉장히 큰 문제가 된 것도 있었습니다.

노=감독으로 갖기 힘든, 큰 그림을 그렸던 분인데. 구단이 못하는 거면 그런 감독한테라도 기대야지.

준= 왜 잘린 겁니까?ㅎ 만약 선수 관리 탓이라면 정말 말도 안 되는 핑계죠. 서른 살 넘긴 어른들을 감독이 어찌 관리합니까? 이런 발상 자체가 코미디에요.

현=총칼을 쥐어주고 싸우라고 해야 하는데 이건 맨손으로 부딪히라는 꼴이었으니.

국=창단 후 FA도 전력이 될만한 선수는 사실상 유한준 정도 잡아준 거고.

산=그 어려운 상황에서 젊은 선수 키워내고 팀 만들어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노=조 감독은 단순히 육성뿐만 아니라 2~3년 뒤까지 내다봤잖아요. 구단의 그림을.

호=조 감독이 차라리 단기적으로 봤다면 재계약은 성공했을 텐데요.

현=스토브리그 때마다 FA 얘기하면서 제대로 된 선수를 구해왔나요? 늘 침만 흘리다가 놓치고 말았죠. 이 또한 승인 절차가 오래 걸리기 때문 아닐까요.

국=이유야 어떻든 그렇다면 새로운 감독 영입했으면 왜 새 감독을 영입했고, 어떻게 지원해서 어떤 그림으로 만들어갈지 플랜이 짜여져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게 이루어지고 있는지가 가장 궁금하네요. 김진욱 감독이 다른 건 몰라도 3루수 한 명 정도는 필요하다고 하는데, 현재 그 부분도 어떻게 될지 모르고.

호=이제 김진욱 감독이 kt의 사령탑입니다. 조 감독은 kt라는 그룹을 잘 이해하려고 노력했었어요. 김 감독은 조금 다른 느낌이죠.

현= 김진욱 감독은 kt에 들어가면서 시스템 지적을 많이 한 것 같은데.

노=새 감독님은 직접적인 요구를 하긴 했는데 뭐 되긴 하나요. 사장 부재도 있지만….

현=뭐 하나 이뤄지기 힘든 곳인 것 같네요.

준=과거 2년은 그냥 10등 한 시즌일 뿐이에요. 그 시간을 통해 새로운 설계를 짤 수 있는 감독, 코치진을 다 내보내서.

산=선뜻 거액 투자하기도 모호한 상황이죠.

준=이제 그나마 투자할 선수도 없어요ㅎ 황재균 잡아서 될 문제가 아닙니다. 냉정히 말하자면ㅎ

호=황재균 잡는다고 끝이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문제는 2군 훈련장 등 인프라투자인데요.

준=그렇죠!

호=여러 문제들을 종합하면 오너 없는 그룹의 프로야구단의 리스크, 문제점 등이 보입니다.

노=kt가 주인 있는 회사였으면 ‘국정농단 사태에서 빨리 벗어나야하니까, 대어급들 사와서 여론 좀 바꿔’ 라고 오너가 지시했을 수도 있죠.

호=눈에 안 보이는 투자는 하지 않는 거죠.

준=그게 문제에요.

국=경기도에 2군 훈련장 만든다는 계획만 있지 움직임이 더디니.

kt 김진욱 감독. 스포츠동아DB



● kt는 어떻게 바뀌어야할까

호=그럼 kt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대안이 있습니까? 일부 팬들은 매각하라는 소리까지 나오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노=매각? 매각할만한 과감성도, 결정 주체도 없습니다.

현=그룹과 구단간의 여려 승인 절차를 최소한으로 줄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kt는 어쩔 수 없이 NC와 비교되는데 김택진 구단주는 야구단과 바로 연결이 되는 부서를 따로 운영하고 있죠.

호=그런 절차를 줄이거나 아예 야구단 사장에게 큰 권한과 예산을 주든지.

국=그 결정조차도 정권 바뀌고 회장이 누가 오고 사장이 누가 오느냐에 달려있을 듯.

노=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면 어영부영 KBO 회원사로 남겠죠. 만년 하위 팀.

준=kt는 신생구단이에요. 무언가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팀으로 색깔부터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산=NC처럼 선수 잘 키워서 올리고 해야 하는데, 1군 첫해에는 선수들이 클 토양조차 안 만들어져 있었어요.

현=장기플랜을 짤 수 있는 윗사람들도 필요하죠. 정권 바뀌면 바뀌는 사장이 아니라.

스포츠동아DB



● 긴 안목으로 구단 설계할 수 있는 사장이 와야

호=지난해로 다시 돌아가 보면 마무리 김재윤을 만들고 선발 주권을 만들고 전민수 등 선수육성에 성과가 있었습니다. 일단 그런 프로그램이 지금은 단절이 됐습니다.

노=NC랑 비교되는 거 뼈아파 할테니 한마디만 하자면, NC는 단순히 구단주의 직접적인 직통 지시 구조뿐만 아니라, 김경문 감독과 구단이 장기적 관점으로 보조를 잘 맞췄어요.

현=그렇죠. NC는 플랜을 함께 짰죠. 구단과 현장이.

준=사실 NC가 너무 잘 풀려서 그렇지 kt의 2년 연속 10등을 평가절하할 수 없다고 봐요.

산=그 NC의 성공사례가 kt에겐 독이 됐다고 봐요.

노=NC의 성공사례가 kt에 왜 독이 된거죠?

산=프런트의 조급증이 컸다고 봐요.

노=kt, 현장은 할 일 다 했습니다. 구단이 할 수 있는 일을 안했죠.

현=현장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봅니다. 조범현 감독이 그 없는 살림에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발굴해낸 것만으로 박수 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현=솔직히 장성우 같은 경우도 성적을 위해서라면 남들이 뭐라고 하든 썼을 텐데, 구단 이미지를 생각하느라 참은 거잖아요.

호=참 어려운 키워드 장성우 이야기도 나왔네요. 장성우는 조범현 감독이 굉장히 고민했죠. 자신이 주도한 트레이드였고. 성적과 구단 이미지, 선수의 미래, 팀 전체 등을 다 아울러 고민했죠.

현=성적만 보는 감독이었다면 당연히 올려서 쓰지 않았을까요. 트레이드나 사건사고 때도 다 감독이 책임을 지고 맨 앞에서 사과하고.

노=모든 문제는 감독 뒤에 숨고. 프런트 직원들의 문제라기보다 최고 경영진의 문제였죠.

국=일단 다음에 kt 위즈 사장으로 오는 분은 엉뚱한 분야의 사람이 아니라 프로야구와 스포츠에 관심과 조예가 있고, 앞으로 긴 안목으로 구단을 설계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뭘 해도 할 것 같아요. 사장 교체 과정에서 해야 할 업무조차 올 스톱돼 있는 상황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노=다른 FA다 놓치고, 황재균만 바라보다니 참.

호=팀 리더인 이진영과 먼저 계약하고 중심 잡고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도 없는 게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호=한화 편에서는 감독과 코칭스태프에 대한 비판이 컸는데 kt는 모기업과 시스템 그리고 경영진에 대한 비판 강도가 강합니다. 사실 야구장을 워터파크로 만든 마케팅, 관중석에서 간식을 주문하는 시스템 등 구단 전체적으로 보면 잘 한 부분도 많습니다. 홍보능력도 리그 정상급이고요. 박수받아야 하고요. 그런 노력들이 오히려 몇몇 사람들 때문에 가려지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현=kt가 관중동원도 좋죠.

산=마케팅부문에선 노력 많이 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노=마케팅 아무리 스마트하게 해봤자 아무 소용없죠.

준=지금처럼 대표이사 인사가 이뤄지면 무면허로 벤츠 모는 꼴인데, 코너링 좋은 분을 어디서 데려와야지. 어쩌겠어요.ㅎ

국=팬들이 볼 때도 답답할 것 같은데, 단장이라도 팀의 줄기를 어떻게 잡고 갈 것인지 설명하고 언론과 얘기를 하는 작업이 시작돼야할 것 같습니다.

현=경영진에 야구에 관심 있는 분들부터 어떻게 섭외 좀 했으면 하네요.

준=10등은 괜찮아요. 그런데 그 10등에서 아무것도 못 배우잖아요. 그게 화나요.

국=앞서 거론된 것처럼 프런트 직원들은 맡은 분야에서 다른 구단 벤치마킹도 하고, 생각하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만들기도 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게 보입니다. 다만 윗선에서 혼선이 벌어지고 어디로 가야할지 교통정리를 잘해주지 못하면서 직원들의 노력이 빛을 보지 못하는 느낌이긴 합니다. 예전 수원을 생각하면 팬들이 올까 걱정했는데, 야구장 꾸며 놓은 거나, 마케팅 등에서는 팬들의 니즈에 부응하고 호평을 받고 있죠. 그래서 신생팀으로 관중도 많이 불러 모았고요.

호=kt 가능성도 분명 있는 팀입니다. 리그 평준화를 위해서라도 kt의 더 큰 노력을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줄 평 부탁드립니다.

현=야구단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야구단에 관심 좀 가져라.

준=계속 이러면 올(ALL) 단두대.

산=확실한 노선이 없다면 kt에 미래도 없다.

노=주인 없는 회사 kt여. 매각할 용기가 없다면, 철학을 갖고 제대로 운영하라.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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