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섹시 日 여배우 메구리 “연애에 국적은 상관없어요”

입력 2016-12-20 1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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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구리 측 제공

일본에서 AV배우를 가리킬 때 흔히 ‘섹시 여배우’라고 순화해서 사용하곤 한다.

메구리는 2009년 업계데뷔 이래 현재까지 현역으로 활동 중인 ‘섹시 여배우’로, 원칙대로라면 음란물의 제조 및 유통이 금지된 우리나라와는 접점이 있기 힘든 배우이기도하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메구리는 그 이름을 수많은 한국 남성들에게 각인시킨 것은 물론 상당수의 팬까지 확보하고 있다.

실제 그녀가 지난해 국내에서 개최한 팬미팅에는 수백명의 팬들이 찾아와 그 인기를 가늠케 했다.

여하튼 그런 인기에 힘입어 메구리가 출연한 영화 ‘형의 여자’는 핑크무비 장르에서 이례적으로 대중적인 관심을 받았고, 메구리 역시 직접 내한해 여러 일정을 -그중에서도 레드카펫 이벤트는 그녀를 모르던 사람에게까지 이름을 알릴 정도로 이슈가 됐다- 소화했다.

또 메구리의 ‘여러 일정’ 중에는 국내 언론사와의 인터뷰도 포함됐고, 건장한 성인 남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섹시 여배우’ 메구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메구리는 여러 섹시 여배우 중에서도 유달리 한국에서 높은 인기와 지지를 받는 배우로, 그 이유는 ‘친한파’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 메구리는 직접 한국어를 공부하고 SNS를 통해 국내 팬들과 한글로 소통을 즐기기도 한다.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묻자 메구리는 “일본에서는 밤 12시가 되면 놀 곳이 별로 없다. 나는 술도 약해서 술을 마시면 오히려 조용해지는 타입이다. 그런데 한국에오니 밤새도록 놀거리가 많더라. 한국에 오면 무조건 친구들과 밤새도록 놀고 그런다. 내가 원래 밤에 노는 걸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그냥 놀고 싶어서 한국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메구리는 일본에서도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을 챙겨보고 음악을 찾아 들을 정도로 한국의 문화에 애정을 보였다.

메구리는 “나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보다 다큐멘터리와 음악이 좋다. 요즘에는 ‘언프리티 랩스타’를 보고 있다. 매주 금요일에 하는데 챙겨보고 있다. 일본에는 여자들이 랩으로 싸움하는 그런 프로그램이 없어서, 그게 굉장히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또 최근 듣는 한국 음악이 있냐는 질문에 “‘재즈 힙합’과 ‘옛날 힙합’”이라고 말한 메구리는 한참을 휴대폰을 뒤적거리다가 다이나믹 듀오와 클래지콰이를 -아마도 옛날 힙합 노래가 다이나믹 듀오를, 재즈 힙합이 클래지콰이를 가리킨 거 같다- 언급했다.

메구리는 “다이나믹 듀오는 최근에 많이 듣는데 멋있더라. 또 클래지콰이는 최근에 처음 들었는데, 지금 빠져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국내 가수들과 아예 협업을 해보는 건 어떤지 묻자 메구리는 “나는 가수의 뮤직비디오에 한번 출연해 보고 싶다. 거기 섹시한 역할로 나와 보고 싶다”며 “얼마 전 박재범의 뮤직비디오를 봤는데 굉장히 야하더라. 그런 걸 해보면 재밌을 거 같다”라고 국내 아티스트와의 작업을 희망했다.

사진=메구리 측 제공


이처럼 ‘친한파’의 면모를 보여준 메구리지만, 사실 제아무리 메구리가 ‘친한파’이고 SNS로 국내 팬들과도 소통을 하고 있다곤 해도 AV의 유통이 금지된 국내에서 섹시여배우, AV여배우가 이정도로 인기를 얻는 건 드문 일이긴 하다.

이에 메구리에게 한국에 팬이 많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스스로도 “글세... 왜 그럴까. 신기하다”라며 한참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메구리는 “아무래도 SNS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하고, 작년에 팬미팅을 한 게 컸던 거 같다. 팬미팅에 사람이 많이 와서 그때부터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늘었다. 요즘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알아봐서 깜짝 놀라고 있다”라며 웃었다.

이어 메구리는 “일할 때와 평소에 다닐 때 모습이 모두 같아서 알아보는 거 같다. 나는 특별히 꾸미지 않고 그냥 다닌다”라고 덧붙였다.

또 혹시 성형을 하거나 할 생각이 있는지 묻자 메구리는 “나는 성형수술은 한 적이 없는데, 예전과 비교하면, 얼굴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예전보다 동안이 돼서 인상이 바뀐 거 같다”며 “일본에서도 한국식 경락마사지를 3년 째 받고 있는데, 눈도 커지고 얼굴도 작아지고 그런 거 같다. 성형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점 빼는 시술은 받아봤다”라고 말했다.

얼굴 쪽은 아니지만 메구리도 수술을 하고 싶은 부위가 있긴 했다.

메구리는 “(성형을 한다면) 가슴 축소 수술을 하고 싶다. 지금은 직업상 특징 있는 몸이 유리한데, 나중에 결혼을 해서 애를 낳고 모유를 먹이기 시작하면 가슴이 쳐질 거 같다. 그래서 지금의 크기가 고민이다”라고 큰 가슴사이즈 - 참고로 프로필상 가슴 사이즈가 95(H)이다 - 가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여전히 정상급 섹시 여배우로 꼽히는 메구리이지만, 내년에 데뷔 9년차를 맞이하는 만큼 슬슬 업계 은퇴를 생각한 나이가 되기도 했다.

이에 AV업계를 은퇴할 생각을 해보았냐고 묻자 메구리는 “나는 AV(촬영을) 좋아해서 은퇴하고 싶지는 않은데, 계속 이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건 생각하고 있다. 구체적인 건 아니지만 ‘언제 은퇴를 하는 게 좋을까’ 생각해 본 적은 있다”라고 말을 아꼈다.

사진=메구리 측 제공


‘은퇴’라는 단어는 아무래도 민감하다보니 질문을 바꿔 연애나 결혼을 하고 싶지는 않은지 묻자 메구리는 곧바로 “나는 결혼하고 싶다”라고 대답했다.

메구리는 “애인이 있으면 좋겠는데 AV배우라서 이걸 이해해주는 남자가 많지 않다. 아마 90%는 이해하지 못할 듯 하다”라고 현실적으로 연인을 만나기 힘든 직업상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에 이상형이 있는지 묻자 그녀는 “결혼 상대라면 얼굴보다 성격을 본다. 살이 쪄도, 말라도 상관없다. 쭉 변하지 않고 의지가 되는 사람이 좋다. 나를 위해 이런저런 선물이나 이벤트도 별로 안 좋아한다. 그냥 나를 이해해주는 그런 남자가 좋다”라고 의외로 소소한 이상형을 밝혔다.

다만, 결혼 상대가 아닌 연애 상대로 넘어가자 “연애 상대는 역시 몸짱에 침대위에서 과격한 사람, 질리지 않게 해주는 사람이 좋다”라고 답하긴 했지만 말이다.

더불어 꼭 일본인이 아니어도 연애나 결혼상대로 괜찮은지 묻자 “나는 어느 나라도 괜찮다. 연애도 결혼도 국적은 상관없다. 성격이 중요하다. 한국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지금쯤 한국말을 잘했을 건데 아쉽다”라고 말해 국내 팬들에게도 일말의 희망을 남겼다.

어쨌든 메구리는 지금 당장은 은퇴나 미래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나마 최근에 들어서야 AV업계 이후의 삶과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메구리는 “AV 일을 하고 있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AV 업계에 데뷔하기 전에는 간호사를 준비했었다. 그래서 시험을 봤는데, 내가 머리가 나쁘다. 국어, 영어, 수학 3가지 과목이 있는데 국어와 수학을 전혀 못해서, 영어까지 가지도 못하고 떨어졌다. 만약에 그때 합격했으면 거유 간호사가 될 뻔했다”라며 웃었다.

이어 “이제는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있어서, 이제 (고민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네일 학원부터 다녔다. 일본에서는 여성 대부분이 네일을 하는데, 나중에 사무실의 친구와 네일아트 가게를 열고 싶다”라고 차근차근 이후의 삶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연예계 활동을 해보는 건 어떤지 묻자 메구리는 “내가 AV배우다 보니까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 한국에서는 규제가 있어서 힘들더라. 한국에서 의뢰는 오는데 규제 때문에 안되는 게 있다. 하고는 싶은데 하기 힘들다”며 “이번에도 오프라인으로 직접 팬들과 만나는 팬미팅을 하려고 했는데, 조건이 안 맞아서 못하게 됐다(대신 인터넷 개인방송을 통해 온라인으로 팬미팅을 진행했다)”라고 한국 활동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 안타까운 소식에 메구리는 아쉬워할 한국 팬들을 위로할 약속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메구리는 “SNS를 통해 한국에서 메시지가 많이 오는데, 그게 공부가 돼서 항상 읽고 있다. 많이 적어주면 좋겠다. ‘예쁘다’, ‘귀엽다’ 이런 말들이 듣기는 좋지만,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단어를 적어주면 그게 공부가 돈다. 표현의 방법이나 다양한 말을 적어주면 좋겠다”며 한국팬들과 더많은 소통과 대화를 기대했다.

이어 “내년에는 한국팬 모두와 직접 만나서 같이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한국 남자친구가 없는데 팬 여러분이 남자친구가 되어 달라”라고 국내팬들과의 빠른 만남을 약속했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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