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열등감, 질투… ‘여교사’, 김하늘을 통해 확인한 인간의 본성

“사람의 자존감과 열등감이 어디까지 치닫게 되는 지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영화 ‘거인’으로 주목 받은 김태용 감독이 2017년 신작 ‘여교사(제작 내유외강)’를 들고 나왔다. 21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는 언론시사회를 통해 ‘여교사’가 처음으로 모습을 내밀었다.

김 감독은 “두 번째 영화 개봉인데 첫 영화보다 더 떨린다”며 “내 이야기를 위해 용기를 낸 배우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교사’는 일명 ‘흙수저’이자 계약직 교사 효주(김하늘)가 그의 후배이자 정교사로 새로 들어온 혜영(유인영)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열등감을 느끼는 가운데 혜영이 제자 재하(이원근)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 스스로 ‘2017 문제작’이라고 알린 만큼 인간의 질투, 열등감 등의 감정이 제한 없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평소 생존을 위해 무언가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인물들에 관심이 많다”라며 “전작 ‘거인’이 생존에 속아 성장을 포기한 인물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여교사’는 생존을 위해 욕망을 포기했고 열등감에 속아 폭주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의 배경인 학교에서는 계약직, 정규직 선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규직 교사는 임신을 해도 되지만 계약직 교사는 임신을 하면 퇴사를 권유 받을 수 있다는 문구가 적힌 계약서를 보이는 등 사회에서 팽배하는 ‘사회적 계급’을 어느 정도 다뤘다. 사실상 효주의 갈등이 시작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학교 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계급 문제가 존재하고 있고 그것을 대응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문제를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계급 문제가 치열한 현장 중 하나가 교육현장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교사’를 택했고 시나리오를 쓸 당시부터 제목을 ‘여교사’라고 생각하고 글을 썼다”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계약직 교사 ‘효주’ 역을 맡은 김하늘은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드라마 ‘로망스’, ‘신사의 품격’ 등에서 발랄했던 교사 역을 맡은 바 있는 김하늘은 그와는 반대 이미지의 교사를 연기하면서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김하늘은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굴욕적이고 열등감이 많이 들고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극 안에 나오는 감정들도 격해서 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시나리오를 덮자마자 ‘효주’에 대한 여운이 많이 남았고 캐릭터에 애정이 생겼다”며 “’효주’라는 아이의 깊은 감정을 내가 연기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연인지 몰라도 ‘선생님’ 캐릭터를 많이 하게 된 것 같은데 기존의 내 캐릭터를 사랑해주셨던 분들이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다른 느낌의 연기를 보면서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배우 이원근은 ‘여교사’로 첫 영화에 도전했다. 이원근은 첫 영화 시사회인지라 떨리는지 “감독님과 선배님들 그리고 스태프 분들에게 감사 드리고 제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게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무용특기생이자 ‘효주’의 감정을 극한으로 끌어내는 ‘재하’ 캐릭터를 소화한 이원근은 “1달이 넘는 기간 동안 매일 10~12시간씩 발레를 연습했다”고 말했다. 이에 아름다운 발레 안무와 동작을 섬세하게 잘 소화했다.

금수저이자 ‘효주’의 열등감을 만든 장본인 ‘혜영’ 캐릭터를 표현한 유인영은 “평소 내가 맡았던 역할이 악역이 맡아 ‘혜영’은 밝은 캐릭터처럼 보였는데 지금 영화를 보니 약간 얄미운 구석이 있더라”고 말했다.

이어 “김태용 감독의 ‘거인’을 보고 반해서 꼭 감독님과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며 “또한 여배우들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영화여서 더욱 끌렸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태용 감독 역시 “최근 여성 캐릭터를 다룬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여성 캐릭터의 신념과 사회적 논의를 관객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선생과 제자의 관계는 영화를 여는 하나의 열쇠라고 생각한다. 캐릭터에 공감하며 영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2017년 1월 4일 개봉.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