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알못 기자의 리뷰] ‘여교사’, 인간의 욕망을 여과없이 드러낸 문제작

입력 2016-12-22 1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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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겐 욕망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인지하고 살지만 그 중에 너무나 적나라게 비춰지면 스스로 부끄러워지는 순간도 있을 터. 누구나 은연 중에 나타나지만 감추고 싶은, 그러나 한 번쯤은 상상을 해 본 인간의 본성이 ‘여교사’를 통해 드러났다.

21일 언론에게 첫 공개된 ‘여교사’는 2017년 문제작이라고 스스로 칭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예고편만 보면 여교사와 남제자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하여 사람들의 입에 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베일을 걷어낸 ‘여교사’는 인간의 욕망, 질투심 등 인간의 본성의 끝은 어디일지 논하는 문제작이 될 가능성이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시쳇말로 ‘흙수저’라 불리는 효주(김하늘 분)는 정규직 교사를 꿈꾸는 계약직 교사다. “정규직이 될 때까지 결혼은 꿈꾸지 마라”는 상사의 말을 들으며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내년에 정규직 자리 하나 비는 거 알지?”라는 말에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은 인물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 학교 재단의 이사장의 딸이자 학교 후배인 혜영(유인영 분)이 꿰찬다. 손에 물 한 번 묻히지 않고 자란 혜영의 세상물정 모르는 성격은 효주를 짜증나게 한다. 때마침 자기가 떠맡은 반의 학생인 재하(이원근)를 눈여겨보던 효주는 재하와 혜영이 체육관에서 은밀한 정사를 벌이는 모습을 보고 회심의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혜영에게서 딱 하나, ‘재하’를 빼앗기로 결심한다.

‘문제작’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이유는 배우 김하늘의 공이 크다. 최종 편집본의 짜임새나 강도, 그리고 김태용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계급’에 관한 이야기는 스크린에 충분하게 드러나지 못했지만 김하늘의 연기가 이를 커버했다. 김하늘은 인간의 욕심, 질투 등 겉으로는 차마 보이고 싶지 않아하는 인간의 모습을 비춰주는 일종의 ‘거울’의 역할이다. 여기에 ‘흙수저와 금수저’, ‘상대적 박탈감’ 등 사회적 이슈를 더해 인간이 질투와 집착이라는 감정의 끝을 스크린으로 이끌어냈다. 극의 클라이막스로 가는 장면에서는 “사람의 자존심과 욕심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는 김태용 감독의 말처럼 효주는 인간의 잔인성까지 보여준다. 군데군데 ‘이럴 수 있나’라는 감정선이 보일 때가 있는데, 그럼에도 공감을 아주 할 수 없다고는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사람이란 나약한 존재니까.

‘여교사’는 분명 한 사람의 질투, 욕심 등이 불타는 전차처럼 폭주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심리학 드라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제목 그대로 ‘여교사’라는 점이다. 성차별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성별을 바꿔서 이야기를 펼쳤다면 또 다른 사회 문제가 제기 되겠지만 누군가를 질투하고, 열등감을 느끼는 것은 언제나 ‘여성’이어야 하는 것인지 아쉬움이 남는다. 차라리 한 사람의 나쁜 행위(Mis-behavior)에 대한 초점을 맞췄더라면 좋았을 뻔 했다. 게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유인영의 모습을 꼭 보여줬어야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미 관객들 머릿속에는 그의 마지막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져 있을 텐데 말이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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