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팀 성적 없이 골든글러브 없다

입력 2016-12-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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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스포츠동아DB

골든글러브만 놓고 보면, 롯데는 이미 암흑기에 들어섰다. ‘비밀번호’를 찍었던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무려 5년간 롯데는 단 1명의 골든글러브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그 이후 롯데는 손민한, 이대호라는 스타가 등장했고, 2008년부터 중흥기를 맞으며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쏟아졌다. 기자단 및 야구관계자들의 투표로 이뤄지는 골든글러브는 데이터도 투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겠지만, 전체 야구판에 미치는 무형적 흡입력도 작동하는 것이 현실이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 등장 이래 롯데가 실로 오랜만에 가을야구를 했던 2008년 롯데 선수들은 무려 5명이 골든글러브를 휩쓸었다. 당시 우승팀이었던 SK(1명)를 압도했다. 롯데 르네상스의 빛나는 별들이었던 이대호가, 강민호, 홍성흔, 손아섭이 4회씩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러나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손아섭의 4년 연속 수상을 끝으로 명맥이 끊겼다.

특히 롯데가 2년 연속 8등을 했던 최근 2년은 수상자가 멸종된 것이다. 롯데로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었던 것이 포수 데이터가 가장 좋았던 강민호가 지난 12월 골드글러브에서 후보조차 되지 못했다. 포수 출장 기준보다 겨우 1경기가 모자란 탓이었다.

롯데에서는 “설령 기준을 채웠다 할지라도 투표 분위기 상, 두산의 우승포수 양의지를 이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강민호는 통계전문회사 스포츠투아이가 측정한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 근소하게 양의지를 앞섰다. 결국 포수 대 포수로서의 가치가 아니라 팀 성적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는 소리인 것이다. 손아섭도 외야수 득표 4위로 간발의 차로 밀렸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얘기도 되겠지만 롯데야구는 전통적으로 성적이 났을 때 별들이 빛났다. 그리고 스토리와 개성을 겸비한 스타의 파워는 부산의 열혈관중을 끌어들였다. 이기지 못하면, 대접받지 못한다. 부산에서는, 겨울에는 특히 그렇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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