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김인식호, 차라리 과감하게 오승환 뽑아라

입력 2017-01-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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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의 WBC대표팀 승선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해외원정도박 파문으로 대표팀에 뽑아선 안 된다는 의견과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오승환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현역 메이저리거를 포함해 세계 최고의 선수가 출전하는 야구대회인 만큼 메이저리그에서도 압도적 마무리솜씨를 자랑하고 있는 한국 최고의 소방수 오승환의 합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여전히 고심 중이다. 반대 여론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드만 만지작거리며 머뭇거리는 것보다 차라리 과감하게 오승환을 선발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 오승환도 2일자 스포츠동아 신년인터뷰에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몸과 마음의 준비는 해놓고 있겠다”면서 WBC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자신이 발탁 되면 기꺼이 대표팀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재차 확인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미국 플로리다로 날아가 몸부터 만들고 있겠다고 전했다. 추후 소속팀의 허락 여부는 차치하고, 일단 대표팀의 결정에 무조건 따르겠다는 생각이다. 오승환의 의사도 확고한 마당에 굳이 오승환을 선발하지 않아야할 근거와 이유도 없다.


● 해외원정도박 선수라 안 된다?

물론 반듯한 이미지였던 오승환이 해외원정도박으로 팬들을 실망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14년 벌어졌던 일로, 이미 법적 처벌이 끝난 사안이다. 지난해 1월 임창용(41·현 KIA)과 함께 법원으로부터 단순도박혐의로 약식기소돼 벌금형(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야구활동을 하는 데 걸림돌이 없기 때문에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하고 메이저리그에서도 특별히 문제를 삼지 않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한번쯤은 실수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오승환도 한때의 과오를 뉘우치고 성실히 법적 책임을 이행했다. 또한 인터뷰 때마다 “팬들을 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며 도덕적으로도 깊이 반성하며 진심어린 사과를 해왔다. 스스로도 “다시는 이런 불미스런 일에 연루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런데도 주홍글씨 때문에 대표팀 승선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부당해 보인다. 승부조작과 같이 영구추방돼야 할 잘못도 있지만, 다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다면 용서 받을 수도 있는 잘못도 있다.

단지 ‘과거’가 문제라면, 이전에 금지약물복용 선수나 병역비리 등에 연루됐던 선수들이 법적 책임을 다한 뒤에 WBC와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돼 태극마크를 달고 뛰면서 새로운 기회를 제공 받은 것과 비교할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

또한 오승환처럼 KBO리그에 소속된 선수가 아닌 추신수(35·텍사스)는 미국에서 한때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지만 지난해 11월 발표한 28명 최종 엔트리에 포함했다. 현재 소속팀인 텍사스의 반대로 WBC 출전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지만, 추신수의 대표팀 발탁 자체에 과거를 문제 삼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같은 해외원정도박으로 징계를 받은 임창용은 태극마크를 달게 되고 오승환은 안 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이율배반이다.


● KBO 징계 중인 선수라 안 된다?

오승환은 현재 KBO 징계 중인 선수일까. 정확히 규정을 해석하자면 현재 징계 중인 선수가 아니다.

KBO는 지난해 1월 8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임창용과 오승환에 대해 ‘KBO리그 복귀시’를 전제로 한 시즌의 절반에 해당하는 ‘72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내렸다. 당시 둘 다 ‘무적 선수’ 신분이었다. 임창용은 삼성에서 방출된 상태였고, 오승환은 일본프로야구 한신과 계약이 끝나고 어느 팀과도 계약이 되지 않았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만약 이들이 KBO리그의 특정팀과 계약하고 난 뒤 KBO 상벌위원회가 열려 징계를 내릴 경우 각 구단의 이해에 따라 첨예한 논쟁이 일어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임창용은 결국 지난해 3월말 KIA에 입단한 뒤 72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고 뛰었다. 그리고는 이번 WBC 대표팀 명단에 포함됐다. 그런데 오승환은 그 후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했다. 일각에서는 “임창용은 징계를 받았지만 오승환은 아직 출장정지 징계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표팀 발탁은 안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정확히 해석하자면, ‘KBO리그 복귀시’ 징계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지 KBO리그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엔 그야말로 사문화되는 조항이다. 한마디로 현재 징계 중인 선수가 아니라는 의미다.

현 시점에서 보면 “KBO리그 소속도 아닌 선수를 왜 KBO가 징계를 줬느냐”는 주장을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엔 당시 논리가 존재했다. 당시 임창용과 오승환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이들이 KBO리그에 복귀했다면 더 큰 논란과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복귀 조건부’ 단서가 붙은 징계를 결정한 것이었다. 그 조치의 옳고 그름을 떠나, 어쨌든 오승환은 현재 그 징계에 적용되는 시점도 아니고, 신분도 아니라는 사실만은 틀림없다.

지난 2013 WBC 당시 오승환. 스포츠동아DB



● 국가대표팀 운영규정에 저촉?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현 KBO 규약 ‘국가대표팀 운영규정’을 보면 오승환을 대표팀에 뽑지 못할 근거로 삼을 수 있는 문구는 어디에도 없다.

물론 현재 오승환의 대표팀 발탁을 두고 일부 부정적 여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오승환이 대표팀에 선발될 수 있는 합리적 시점은 언제란 말일까. 오승환의 나이나 외부 환경으로 보면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국가대표 기회다.

무엇보다 ‘국민정서’라는 여론도 정확히 재단할 근거와 잣대는 없다. 부정적 여론이 많다는 소리도 있지만, 지난해 9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오승환 WBC 차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주제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 결과, 6만7447명이 참여한 가운데 대표팀 합류에 찬성하는 쪽이 49.5%(3만3355명), 반대하는 쪽이 49%(3만3016명), 기타 의견이 1.6%(1076명)로 나타났다. 사실상 의견이 반반으로 양분됐다. 물론 이 투표가 여론의 전부는 아닐 터이지만, 오히려 찬성 쪽이 약간 우세했던 것이 사실이다.

더 중요한 것은 원칙이다. 현재 KBO 징계 중인 선수도 아닌 오승환의 국가대표 발탁을 반대할 원칙과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만약 오승환이 국가대표에 선발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면, 추후 비슷한 사례에 대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확실하게 KBO 규약 ‘국가대표 운영규정’에 문구를 만들어 넣는 게 선행돼야 한다.


● 기술위원회의 과감한 결단 필요

오승환은 올 시즌 후 메이저리그에서 FA(프리에이전트) 신분이 된다. 지난 시즌 중반부터 마무리를 맡았지만 이미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 소방수로 인정받고 있다. 올 시즌 활약 여부에 따라 그의 야구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이번 WBC 출전이 자신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는 일단 “몸과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겠다”고 말했다. 선수가 먼저 나서 “대표팀에 가겠다”고 말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기 때문에 모든 게 조심스럽지만, 대표팀에서 갑자기 자신을 호출해도 경기력에 문제가 없도록 스스로 모든 준비는 해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4일 오전 11시 KBO 기술위원회가 열린다. 여론의 눈치만 보는 것보다 원칙과 신념에 따라 대표팀에서 필요하면 오승환을 과감하게 발탁하고, 그것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포기하면 된다. 그리고 야구계와 팬들에게 솔직하게 설명을 하면 된다. 두루뭉술한 것보다 솔직한 편이 낫고, 머뭇거리는 것보다 과감한 편이 낫다. 모든 것은 결정권자가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것이 대표팀과 오승환, 나아가 한국야구 모두에게 이로운 일일 것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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