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대위기, 왼쪽날개 뇌관 터졌다

입력 2017-01-12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 현대캐피탈의 경기에서 우리카드가 현대캐피탈에 세트 스코어 3-0 완승을 거뒀다. 경기 후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굳은 표정으로 코트를 빠져나가고 있다. 장충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새들은 좌우에 날개가 있어 하늘을 날 수 있다. 지금 현대캐피탈은 몸통과 오른쪽 날개만으로 비행을 하려는 모양새다. 밸런스가 안 맞으니 아무리 덩치가 커도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캐피탈은 11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우리카드전에서 세트스코어 0-3(24-26 17-25 22-25)으로 완패했다. 현대캐피탈이 이번 시즌 단 1세트도 빼내지 못하고 패한 것은 1라운드 대한항공전(11월4일) 이후 처음이다. 2015~2016시즌부터 7연승을 해왔던 우리카드에 셧아웃을 당한 것이다.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은 경기 전 “이번시즌에 3패를 당했지만 0-3 패배는 한번도 없었다. 이것은 이길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는데 적중했다. 이로써 우리카드는 전 구단 상대 승리와 동시에 3연승으로 4위(12승10패 승점 37) 점프에 성공했다. 장충체육관 평일 역대 최다관중(3592명)까지 달성해 겹경사를 이뤘다. 우리카드 주 공격수 파다르(37득점)는 시즌 3호 트리플 크라운을 포함해 단일세트 시즌 최다득점 기록(16점)까자 세웠다. 우리카드는 서브(7:5)와 블로킹(13:7)에서 현대캐피탈을 앞섰다.

뒤집어 말하자면 현대캐피탈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경기를 한 것이다. 현대캐피탈은 4라운드 들어 치른 4경기에서 1승3패다. 이 기간 얻은 승점은 3점에 불과하다. 여전히 1위(승점 41)이지만 5위 삼성화재에도 승점 6점밖에 앞서지 않는다.

현대캐피탈의 흔들림은 레프트 라인의 잠재적 ‘뇌관’이 터진 것이라 가볍지 않다. 외국인선수 톤과 박주형의 리시브와 수비, 공격력이 압박감을 견뎌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카드전에서 톤의 공격성공률은 27.27%로 참담한 수준이었다. 6점 중 공격득점은 3점이어고, 범실이 5점이었으니 이쯤 되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일시적인 슬럼프가 아니라 구조적이라는 데 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를 일본 전훈 때부터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톤에게 기대를 건 것은 리시브와 수비 능력에서 보탬이 될 것이라 예측한 때문이었다. 그러나 리시브마저 악화일로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34살이라는 나이 탓인지 유연성과 민첩성에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리시브가 불안하면 현대캐피탈의 필살기인 중앙속공은 무력화된다. 라이트 문성민의 부담만 가중된다.

최 감독은 우리카드전 2세트 중반부터 신인 허수봉을 톤 대신 투입했다. 사실 정상적 상황이라면 허수봉은 이번시즌 출장이 제한되어야 할 선수다. 미완이기 때문이다. 허수봉의 활약을 떠나 그의 출장 자체가 현대캐피탈의 곤경을 상징하고 있다. 뾰족한 반전 카드도 없다. 현대캐피탈이 시즌 최대위기에 직면했다.

장충체육관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