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총재. 스포츠동아DB
2013년 추대 형식으로 취임한 권 총재는 승강제 정착, 구단별 연봉·입장권 객단가 등 각종 지표 공개, 심판비리 최소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 많은 일을 했다. 특히 자신이 사장을 지낸 현대오일뱅크가 K리그 타이틀 스폰서를 맡도록 하는 등 연맹의 재정안정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위기에 처한 한국프로축구의 발전을 위해선 권 총재가 다시 중책을 맡아 힘을 더해줄 필요가 있다. 더욱이 지난 선거 과정에서 권 총재가 ‘차라리 내가 맡겠다’는 뜻을 내비쳤고, 그것이 신 후보의 낙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권 총재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다시 한 번 K리그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는 편이 ‘순리’일 지도 모른다. 얼마 전 권 총재가 주변인사들에게 건넸던 “(연맹 총재를 더 하라는) 팔자인가 보다”는 말처럼 한국프로축구는 그를 더 필요로 하는 분위기다.
연맹은 16일 총회에서 ‘총재선거 후보 등록 공고 뒤 입후보자가 없을 경우, 총회에서 대의원 추대로 새 총재를 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연맹 정관은 최종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권 총재에 대한 추대 절차를 염두에 둔 결정이다. 그러나 총재로서의 정당성 제고를 위해선 권 총재가 추대에 의해서가 아니라, 재선거를 거쳐 당당히 11대 총재 임기를 수행해야 한다.
지난 4년간 권 총재는 적잖은 업적을 쌓았다. 그러나 연맹 총재라는 상징성이 큰 자리가 ‘기피 직책’이 되는 암울한 현실까지 깨진 못했다. 연맹의 재정자립도 확충, 도·시민구단과 챌린지(2부리그) 구단에 대한 지원책 강구 등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4년 뒤 후임자에게 기분 좋게 바통을 넘겨주는 권 총재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김도헌 스포츠1부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