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건은 ‘타이밍’. 그런 면에서 ‘더 킹’은 시기를 아주 잘 탄 작품이다. 어쩌면 문제작이 될 수도 있을 법한 ‘더 킹’은 정말 ‘문제작’이 되어버렸다. 정우성도 조인성도 ‘더 킹’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한재림 감독도 당초 예상하지 못한 부분, 시국이다.
‘더 킹’은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서 권력의 탈을 쓴 채 정치인들과 줄다리기하면서 비리를 행하는 극소수의 정치 검사 이야기를 담았다. 분명히 허구인데 현실 같고 한강수 박태수 등의 비리 검사들도 실존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감사 청문회에 불려온, 한때 검사였던 ‘그들’이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은 ‘더 킹’에 호재로 작용했다. 앞서 관객들을 극장가로 불러모은 흥행작 ‘판도라’와 ‘마스터’와 같은 맥락에서 이목을 끌었다. 부정부패한 대한민국의 현실과 애꿎게 피해 입은 국민들. ‘마스터’가 꽉 닫힌 ‘사이다’ 엔딩을 보여줬다면 ‘더 킹’은 관객들에게 화두를 던졌다.
20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한 데는 명절 대목이라는 특혜 조건도 있었다.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로 올라선 ‘더 킹’은 개봉 첫주 입소문을 2주차까지 이어갔다. 이후 ‘공조’에 정상을 내어주긴 했지만 ‘더 킹’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설 연휴 직전 1월 26일까지 누적관객수 258만명을 기록했던 ‘더 킹’은 설 연휴 나흘 동안 총 168만 관객을 만났다.
동시기 개봉작인 코미디 액션 영화 ‘공조’와의 선의의 경쟁도 주목할 만하다. ‘공조’와 공조한 것. 예상대로 쌍끌이 흥행을 이룬 ‘공조’와 ‘더 킹’은 개봉 전부터 서로의 연관검색‘작’이 됐다. 장르와 메시지가 전혀 다른 덕에 두 작품은 심하게 치우치지 않고 윈-윈 효과를 봤다. 조금이라도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더 킹’의 배급사 NEW가 명절 시즌 코미디 혹은 가족 영화가 강세라는 분석에 따라 ‘사랑하기 때문에’를 내놨다면 얻지 못했을 결과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