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정체된’ 한국 영화 산업, CGV의 정해진 답은 ‘글로벌화’

입력 2017-02-08 12: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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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CGV의 정해진 답은 결국 ‘글로벌화’였다.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CGV여의도에서 열린 CGV 2017 상반기 영화산업 미디어포럼. 이날 CJ CGV 서정 대표와 CGV 전략기획실 장용석 부사장과 CGV 리서치센터 이승원 팀장 등이 발표자로 나선 가운데 2016 영화시장을 결산하고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확장 전략 및 M&A 트렌드를 진단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CGV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국내 극장 관객수는 2.17억명으로 전년 대비 26만 명 감소, 0.1% 하락했다. 2015년 ‘암살’ ‘베테랑’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 천만 영화가 3편 나온 것에 비해 지난해에는 ‘부산행’이 유일하게 천만 영화에 올랐다. 3-400만 관객 영화는 유사한 수치를 보였지만 100-200만 관객을 넘긴 작품이 전년 22편 대비 무려 12편 늘어 눈길을 끌었다.

이 가운데 개봉작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5년 1203편의 영화가 개봉했으나 지난해에는 1573편이 개봉했다. 한국 영화는 총 337편(전년 257편)이 관객들을 만났다. CGV 서정 대표는 국내 상영관과 관객 수에 비해 개봉작이 급증한 것을 근거로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한다”고 분석했다.

서 대표는 계열사 CJ E&M 영화 밀어주기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지난해 박스오피스 10위권 리스트에 CJ 영화로는 ‘인천상륙작전’ 한 편만이 오른 것과 전체 배급사 중 CJ가 관객 점유율 17.3%을 보인 것을 근거로 삼았다.

그러면서 그는 “기본적으로 영화는 흥행 산업이다. 우리 극장은 영화가 가진 문화산업 차원에서의 다양성도 인정하지만 고객이 선호도가 높은 영화를 내거는 것 또한 시장의 논리고 경제 논리다. 극장의 일방적인 ‘불편함’을 요구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포럼에서 제시된 근거 자료는 스크린 독과점과 거리가 있는 박스오피스와 관객 점유율. 독과점 의혹에 중요한 근거 자료인 ‘스크린 수’와 ‘상영 횟수’는 제시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서 대표는 CGV의 글로벌 기업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CGV가 지난해 3분기 기준 세계 극장 순위 5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위는 중국 최대 미디어그룹 중 하나인 완다그룹의 완다시네마. 서 대표는 중국영화기업이 극장과 제작사 등 거대화되는 추세와 글로벌 미디어와 엔터 기업의 M&A 트렌드를 언급하며 “M&A를 통한 기업 규모의 확대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CGV는 국내 영화 산업에 집중하느냐 글로벌 기업으로 갈 것이냐로 어려운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우리의 길은 ‘글로벌 기업’ 밖에 없다. CGV의 글로벌화가 없다면 한국 영화의 글로벌화 또한 없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럼 1부의 주제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확장 전략 및 M&A 트렌드. 이는 ‘CGV의 글로벌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에 집중됐다.

CGV 전략기획실 장용석 부사장은 “중국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그룹들은 자국 및 아시아권 내 M&A에서 벗어나 북미 및 유럽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과 투자 비용을 지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가입자 수 및 진출 국자 증가에 따라 높은 기술적 투자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재무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 디즈니, 아마존, 애플 등과의 합병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장 부사장은 “CGV가 한국에서 우리만의 룰을 가지고 싸우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기가 됐다”며 “한국 영화의 글로벌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에 대해서도 한국 영화의 글로벌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위한 키 포인트로는 ‘초 대형화’ ‘수직 통합’ ‘이종 산업 결합’을 꼽았다.

포럼 2부에서는 CGV 리서치센터 이승원 팀장이 무대에 올라 2016년 영화시장의 결산을 주제로 다뤘다.

이 팀장은 “2015년 대비 2016년에는 관람객이 더 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2016년은 영화 시장이 성장하는 해였지만 예상 수치보다는 15%씩 관람객이 적게 들면서 더 큰 성장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겨울 시장만 보면 남성 고객이 많이 빠졌다. 정치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고 극장에서 멀어진 것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그는 “‘귀향’ ‘아가씨’ ‘곡성’ ‘너의이름은.’ 등 한국 영화의 다양성이 확보된 한 해”라면서 “N차 관람이 눈에 띄었다. ‘아가씨’는 4.8회 ‘곡성’은 4.15회 재관람하는 수치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영화는 한 번 소비하고 마는 것이었다. ‘재밌다’고 몇 번씩 보는 것은 극소수에 해당됐다. 현재 2-30대에게 N차 관람은 보편적인 추세”라면서 “극장 플랫폼 선호 장르는 액션 SF 범죄에 집중됐고 드라마와 로맨스는 하락됐다. 더 이상 멜로는 극장가에서 통하지 않는 장르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마지막 프로그램인 질의응답에서 CGV 측은 ‘글로벌 고객’의 니즈를 채우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용석 부사장은 “이종 산업과의 결합과 수직 통합을 통해 기업을 키우는 작업을 할 것이다. 이종 산업의 경우 우리가 보고 있는 분야는 광범위하다. 가상 현실과 증강 현실 등 문화 놀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인 부분을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 고객만을 위해서 고민하고 있지는 않다. 중국과 터키 고객을 위해서도 많이 고민하고 실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부사장은 “우리가 가야할 길은 ‘글로벌화’ 밖에 없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지난해 진출한 터키에서 기존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는데 주력해야할 것 같다. 여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국가는 인도와 러시아 그리고 터키의 인근 국가 등”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매출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4DX과 스크린X를 통해 해외 매출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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