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김용국 코치. 스포츠동아DB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서 1차 전지훈련을 차린 kt 역시 지루함이라는 최대 적을 무찌르기 위해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췄다. 대부분의 팀들이 취하는 ‘나흘 훈련-하루 휴식’ 체계에서 훈련날짜를 하루 줄이는 한편,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활용해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이는 방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루함을 물리치는 묘수는 이뿐만이 아니다. 우렁찬 함성과 끊임없는 대화는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이는데 탁월한 방편 중 하나다. 그리고 이러한 묘수를 가장 잘 실천하는 이가 있다. 바로 김용국(55) 수비코치다.
야수들의 수비훈련을 총괄하는 김 코치는 팀 내에서 ‘수다쟁이’로 통한다. 때와 장소를 막론하고 내뱉는 농담과 유머는 선수들은 물론 코치들까지 웃게 만드는 특급무기다. 여기에 대구 출신의 특성이 듬뿍 담긴 경상도 사투리와 특유의 울림통이 더해져 김 코치의 목소리는 캠프 어느 곳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사실 그의 입담은 국내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2015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외국인타자 야마이코 나바로의 2루수 부문 수상을 대리한 김 코치는 수상소감에서 ‘꿈속의 나바로’를 언급하며 좌중을 폭소케 만들었다. 당시 김 코치는 “며칠 전에 나바로가 내 꿈에 나타났다”면서 “서로 언어(스페인어-한국어)가 달라 이해는 못했는데 2년간 지내니 대충은 알아들었다. 감독과 동료선수들에게 고맙다고 하더라”며 역대 가장 인상 깊었던 수상소감을 남긴 바 있다.
쉴 새 없는 수다의 진짜 이유를 묻자 김 코치는 “야구는 다른 종목보다 정적인 운동이다. 이 때문에 입이라도 자주 움직여줘야 지루하지가 않다”면서 “특히 야수들의 경우 호흡이 중요하다. 서로 손발을 맞추는 과정은 대화가 시작”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그가 자타공인 수다쟁이가 된 배경은 현역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코치는 “1980년 삼성에서 뛸 때 내가 3루, 류중일 전 감독이 유격, 강기웅 BB아크 코치가 2루를 봤는데 그 셋이서 쉴 틈 없이 떠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압권은 여름이었다. 무더위로 유명한 대구구장에서 정신없이 떠드니 당시 심판들이 ‘제발 조용히 좀 해 달라’며 애원한 적도 많았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