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 끝에 꽃 피운 ‘스포츠DNA’

입력 2017-02-2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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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영.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양희영.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아버지 카누·어머니 창던지기 국가대표 출신
슬럼프 이겨내고 여유…2년만에 세번째 우승


양희영(28)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타일랜드(총상금 160만 달러)에서 2년 만에 통산 3승째를 따냈다.

26일 태국 파타야의 시암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 한국선수들끼리의 우승 경쟁이 예고됐다. 5타 차 선두로 나선 양희영 뒤로 유소연(27)과 김세영(24)이 우승을 다퉜다. 순위는 변하지 않았다. 양희영은 이날만 4언더파 68타를 치면서 합계 22언더파 266타로 우승했고 유소연(17언더파 271타)과 김세영(15언더파 273타)이 2위와 3위로 대회를 마쳤다. 2015 년 이 대회에서 통산 2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양희영은 약 2년 만에 같은 대회에서 3승째를 신고했다. 22언더파는 이 대회 최저타 신기록(종전 21언더파)이다.

양희영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두각을 보여 온 유망주다. 골프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했다. 타고난 스포츠DNA 덕분에 재능도 있었다. 양희영의 아버지 양준모 씨는 국가대표 카누 선수 출신, 어머니 장성희 씨는 창던지기 선수로 1986 서울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타고난 운동신경에 근성까지 남달랐다.

호주로 골프유학을 떠난 이후 꽃을 피웠다. 2006년 만 16세의 나이로 유럽여자프로골프(LET) 투어 ANZ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주목받았다. 이 대회에서 아마추어가 우승한 건 카리 웹(호주) 이후 22년 만이었다.

2007년 12월 미 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하면서 프로로 첫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순탄한 길을 걷지 못했다. 2007년 퀄리파잉스쿨에서 공동 54위에 그치면서 조건부 시드를 받는 데 그쳤다. 2008년부터 정상적인 투어활동을 했다. 그러나 우승은 쉽게 오지 않았다. 2012년까지 준우승만 4번했다.

5년의 기다림 끝에 첫 우승을 맛봤다. 2013년 10월 인천에서 열린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서희경(31)과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기다렸던 LPGA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데뷔 이후 무려 119경기 만에 이뤄낸 값진 우승이었다.

우승 이후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2014년 갑자기 부진에 빠지면서 방황했다. 골프를 포기하고 싶을 만큼 깊은 슬럼프를 겪었다. 잠시 골프채를 내려놓고 필드를 떠나있었다. 그러자 골프가 새롭게 다가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오직 골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슬럼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피나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2015년 2월 태국에서 열린 혼다타일랜드에서 17개월 만에 2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3번째 우승까지는 또 긴 기다림이 있었다. 하지만 예년과 달랐다. 골프를 즐기며 자신만의 길을 찾았다. 작년엔 리우올림픽에 여자골프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기쁨도 맛봤다.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환하게 웃는 양희영에게서 승자의 여유로움이 보였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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