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장정석 감독, “선수들 기다려주겠다”

입력 2017-04-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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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후 개막 4연패라는 난관에 부딪힌 넥센 장정석 감독(가운데)은 “선수들을 기다려주겠다”며 조급해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승패에 관계없이 팀이 새로 숙성되는 과정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스포츠동아DB

넥센 장정석 감독은 3월31일 개막전 이후 4경기에서 1승도 못했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과 처지는 같다. 그러나 일본과 미국에서 많은 승리를 경험한 힐만과 달리 장 감독은 ‘순수한 초짜 감독’이다. 5일 사직 롯데전이 우천 순연되며 장 감독의 첫 승 기회는 다시 연기됐다. 운영팀장으로서 밖에서 보던 야구와 유니폼을 입고 지휘하는 야구의 현실적 괴리를 체감하는 ‘시차적응’의 시간은 곧 감독으로서 ‘숙성’되는 과정이기도 할 터다.


● “선수들 기다려주겠다.”

세간에서는 ‘장 감독의 컬러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 4경기 치렀을 뿐이지만 딱히 반박하기 힘든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오히려 모호함이 장 감독과 넥센의 의도된 포지셔닝일 수 있다. 모호함을 바꿔 말하면 감독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지향성으로 해석된다. 넥센의 야구는 선수들의 자율성을 확장하는 방향을 추구한다. 디테일한 염경엽 감독(현 SK 단장)과 결별한 뒤 부임한 장 감독은 필연적으로 정반대의 리더십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위치이기도 하다.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 무엇을 하는 것 이상의 메시지를 발산할 때가 있는데 지금 넥센이 그렇다. 4연패 와중에도 넥센 선수단의 얼굴에 동요한 빛은 별로 없다. 적어도 겉으론 그렇다. 특별미팅을 열지도 않는다. 때가 되면 승리도 얻을 것이고, 넥센의 전력을 긍정하는 이상, 초반 부진은 나중에 만회할 수 있으리라 본다. 넥센 관계자는 “장 감독도 학습기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일 것”이라고 말했다. 애당초 처음부터 잘할 것이라고 마냥 낙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넥센 장정석 감독. 스포츠동아DB



● 밴헤켄 대신 오주원, 넥센의 ‘긴 숨’

5일 롯데전이 우천 순연되며 넥센은 한숨 돌릴 기회를 얻었다. 선발 로테이션 상, 6일 롯데전에 에이스 밴헤켄이 등판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예상을 깨고, 장 감독은 5일 선발로 내정됐던 오주원을 6일 선발로 그대로 예고했다. “순리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4월에 제1선발을 한번이라도 더 쓰려는 대다수 팀들과 차별화된 행보다. 실제 롯데는 5일 선발로 내정된 노경은을 뒤로 빼고, 6일 선발을 레일리로 바꿨다. 장 감독은 “(1주일이 시작되는) 주중 3연전에는 (주말 3연전을 대비해) 불펜투수들을 조금 더 아끼겠다”는 지론도 말했다. KBO리그에 일상다반사가 된 불펜연투도 지양하겠다는 생각이다. 넥센의 야구는 데이터나 감독의 리더십이 아니라 선수의 역량을 긍정하는 바탕 위에서 마음껏 뛰는 환경을 만드는데 방점이 찍힌다. 안 되는 것들을 지적하기 전, 아직은 중립적으로 지켜봐야 할 이유다.

넥센 오주원.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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