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투어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린 양채린(오른쪽)은 기복 없는 꾸준한 경기력을 올 시즌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 9월 미래에셋대우클래식에서 우승한 순간 캐디와 함께 기뻐하는 양채린. 사진제공 | KLPGA
“올 시즌 기복 없이 꾸준한 경기 펼칠 것”
“첫 우승,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해요.”
투어 3년차 양채린(22)은 2017시즌을 여유롭게 시작했다. 지난해 9월 미래에셋대우클래식에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루키들의 걱정거리인 시드 문제를 해결했다. 이제 더 큰 목표를 향한 준비를 마쳤다. 새 시즌을 손꼽아 기다려온 이유다.
6일 제주 서귀포 롯데스카이힐골프장에서 개막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렌터카여자오픈(총상금 6억원) 1라운드는 강우로 취소됐다. 경기가 진행되기를 기다렸던 양채린은 아쉬운 듯 골프백을 챙겼다.
첫 우승 이후 양채린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작게는 좀더 좋은 시간에 경기를 할 수 있게 됐고, 상위권 선수들과 경쟁할 기회도 많아졌다. 또 시드 걱정을 하던 때와 달리 시야도 넓어져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달라졌다. 우승으로 예우가 달라지고, 수준이 높아진 것이다.
클럽하우스에서 대기 중이던 양채린은 “1∼2년차에는 늘 부담을 안고 있었다. 한 경기를 잘해도 다음 경기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이 뒤따르면서 여유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불안한 마음이 떠나지 않았다”며 “그런데 우승 이후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 말하자면 여유가 생겼다”고 밝혔다.
우승의 순간을 돌아보면 지금도 가슴이 뛴다. 양채린은 “첫 연장 승부였고, 첫 우승을 앞둔 상황이었지만, 의외로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팬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듣기 좋았고, 그 상황을 즐겼던 것 같다. 속으로는 ‘못해도 2등이니까 후회 없이 해보자’는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편안하게 연장 승부를 치렀기에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올 시즌에 대한 기대도 크다. 무엇보다 그동안 괴롭혔던 부상이 말끔히 사라지면서 자신감이 높아졌다. 또 겨울동안 태국전지훈련을 통해 부족하다고 느꼈던 점들을 집중적으로 보완하면서 더 탄탄해졌다.
“기복 없이 꾸준한 경기를 펼치는 게 목표였다. 그러기 위해선 몇 가지 보강해야 할 점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트러블 상황에서의 어프로치와 벙커샷 같은 리커버리, 퍼트였다. 태국에서 전지훈련을 하면서 이런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훈련했고, 많이 좋아졌다.”
중요한 점은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데뷔 첫 해 상금랭킹 56위로 겨우 시드(60위까지)를 지켰지만, 지난해 첫 우승과 함께 상금랭킹 35위에 올랐다. 올해는 그보다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당연히 더 많은 우승이 올해 목표다.
그러나 양채린은 목표를 선뜻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는 “마음속에는 많은 목표들이 있다. 그러나 겉으로 표현하고 싶진 않다. 그보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서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고 싶다. 목표를 이룰 때마다 하나씩 밝히겠다”고 자신과 약속했다.
서귀포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