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삼성 이승엽(왼쪽)과 올해 KBO리그로 돌아온 롯데 이대호는 소속팀의 전설로 통한다. 14일 사직 3연전 도중 1루에 나란히 선 이승엽과 이대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15일 경기 직후 만난 이대호는 “(이)승엽 선배랑 워낙 친하다. ‘은퇴를 한다니 후배 입장에서 마음이 아프다’고 얘기를 전했다”고 말했다. 14일 첫 대결 직전 훈련 때, 잠깐 스쳐지나갈 때부터 이대호는 깍듯하고, 살갑게 이승엽을 챙겼다. 서로를 고수(高手)로서 인정해주는 두 타자는 승부 세계의 엄혹함을 잠시 비껴난 듯, 긴장과 허세를 내려놓고 편안한 얼굴로 한담을 나눴다.
롯데 이대호-삼성 이승엽(오른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이대호가 아직 기량이 쇠퇴하지 않았음에도 은퇴를 결행하려는 이승엽의 결정을 아쉬워하자 이승엽도 “네가 돌아오니 팬들이 야구장에 많이 온다”고 화답했다. 이승엽은 잘 표현하지 않을 뿐, KBO리그의 상징적 타자로서 한국 최고 인기스포츠로의 KBO 위상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 비슷하게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선 후배 이대호를 만나자 살짝 진심을 드러낸 셈이다. 이대호는 “승엽 선배가 야구장에 팬이 감소한 것 같아 안타까워하더라. 많이 찾아오시도록 더 열심히 하자고 했다”고 의기투합의 마음을 전했다.
14일 이대호가 롯데 1루수로 출장하자 타자로 나선 이승엽이 출루했을 때, 짧은 순간임에도 대화는 또 이어졌다. 15일에는 이승엽도 1루수로 나왔다. 치열한 상황에서 집중을 놓치지 말아야했기에 간헐적이었지만 둘이 1루에서 대화할 기회는 잠깐이나마 더 늘어났다. 이대호는 16일에도 1루수로 출장하며 지명타자 이승엽과의 ‘만남’을 기다렸다. 이승엽이 떠나는 2017시즌을 끝으로 다시는 볼 수 없을 역사적 장면의 한 페이지가 그렇게 지나갔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