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에서 배우로 전향한 박형식은 연예계의 성공적인 전업(轉業) 사례로 꼽힌다. 2010년 1월 남성그룹 제국의 아이들(ZE:A)로 데뷔한 박형식은 가수로서 빛을 보지 못했지만, 배로서는 오롯이 빛나고 있다. 2012년 SBS 드라마 ‘바보엄마’를 통해 연기에 입문해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상속자들’, ‘가족끼리 왜 이래’, ‘상류사회’, ‘화랑’, 그리고 최근작 ‘힘쎈여자 도봉순’까지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써내려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생애 첫 남자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린 ‘힘쎈여자 도봉순’은 배우로서 의미가 남다르다. 성공이라는 짜릿함과 함께 연기에 대한 욕심을 키워 준 작품이다. 동시에 박보영을 만나 깨달음을 얻게 됐다.
박형식은 “처음에는 부담이 많이 됐다. (박)보영 누나와 호흡을 맞춘 차태현, 송중기, 조정석 선배만 해도 굉장히 연기를 잘하는 분들이다. 캐릭터도 욕심나고, 대본도 재미있어 ‘무조건 하겠다’고 했는데, 내가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더라. 그런데 누나가 내게 ‘왜 혼자 그 짐을 짊어지려고 하느냐’고 용기를 줬다. 그 말에 다 내려놓고 마음대로 연기한 것 같다. 다 누나 덕분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보영을 ‘큰 산’에 비유했다. 박형식은 “(박보영은) 작은 체구와 달리 큰 산 같은 사람이다. 1살 차이인데 선생님처럼 연기 연륜(?)이 묻어난다. 확고한 주관과 연기관을 가진 여배우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두 사람의 케미도 로맨스 호흡에서만큼은 달랐다. 오롯이 캐릭터에 몰입한 박형식은 한번 빠지면 약도 없는 ‘뽀블리’(박보영+러블리)에 매료됐다고.
박형식은 “촬영할 때만큼은 오롯이 안민혁이 되어 도봉순(박보영)을 사랑했다. 후반부에는 스킨십과 키스신이 많았는데, 이미 쌓아온 감정의 서사가 있는 만큼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스킨십 장면도 자연스럽게 소화했던 것 같다. ‘뽀블리’ 아닌가. 박보영이라는 배우는 정말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김원해, 전석호, 임원희 등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신 스틸러로 활약한 베테랑 연기자들의 열연에 대해서는“다들 연기 내공이 대단하시다. 애드리브로 찍은 장면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웃음 참느라 혼났다”며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힘쎈여자 도봉순’과 함께한 지난 5개월을 “가장 행복했다”고 말하는 박형식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올해 준비하고 있다. 선배들의 깊이 있는 연기와 조언을 교훈 삼아 배우로서의 인생 2막을 시작하려 한다.
박형식은 “가벼운 마음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책임감이 들더라.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며 “그럴 때면 늘 현장에서 감독님과 선배들에게 물으며 연기했던 것 같다. 많이 혼났고, 그러면서 배웠다. 아직 선배들의 깊이 있는 연기에는 다가갈 수 없지만,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배우로 이제 첫 출발하는 만큼 천천히 차기작을 검토할 생각이다. 좋은 작품을 인사드리겠다”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이야기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