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포츠동아DB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수원구장에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쏘아 올렸던 20살내기 신인포수가 어느덧 베테랑이 되어 같은 곳에서 200번째 아치를 그려내고 KBO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드라마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롯데 포수 강민호(32)다. 강민호는 4일 수원 kt전에서 상대선발 류희운을 상대로 2회초 좌월 2점홈런을 때려내 개인통산 200호 홈런 고지를 밟았다. KBO리그 36년 역사상 24번째 200홈런의 주인공으로 이름 올리는 순간. 2004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이후로 2005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아치를 쏘아올린 결과물이었다.
첫 홈런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민호는 프로 2년차였던 2005년 4월 28일 수원 현대전에서 지금은 동료가 된 손승락을 상대로 첫 아치를 그려냈다. 이후 특유의 중장거리포를 활용해 KBO리그를 대표하는 공격형 포수로 거듭났고, 50호~100호~150호 고지를 차례로 밟은 뒤 마침내 200호 언덕을 넘어서게 됐다.
200홈런은 두 어깨를 짓누르는 포수로서의 책임감과 중압감을 뚫고 그려낸 작품이기에 더욱 값지다. 강민호는 2007년 본격적인 주전으로 발돋움한 뒤 롯데의 안방을 늘 지켰다. 체력적인 부담과 크고 작은 부상이 그를 괴롭혔지만 공수를 겸비한 안방마님은 묵묵히 제몫을 해냈다. 조원우 감독 역시 이날 경기 후 “포수로서 어려운 기록인데 200홈런을 때려낸 강민호에게 축하를 건넨다”고 전했다.
이날 쏘아올린 200호 아치 역시 팀을 위한 만점짜리 선물이었다. 강민호는 팀이 0-1로 뒤지던 2회 상대투수 류희운의 시속 146㎞ 직구를 받아쳐 좌측담장을 넘겼다. 롯데는 이후 4회 이대호의 솔로홈런을 곁들여 4-3 승리를 거뒀다. 강민호의 200호 홈런은 이날의 결승타가 됐다.
이번 대기록으로 강민호는 기라성 같은 포수 대선배들의 뒤를 좇을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KBO리그 역사상 강민호에 앞서 200홈런을 넘긴 포수는 박경완(314개)과 이만수(252개), 홍성흔(208개), 김동수(202개·이상 은퇴)까지 넷뿐이다. 현역 가운데 200홈런 포수는 강민호가 유일하다는 뜻이다. 아직 강민호가 32살에 불과한 만큼 선배들의 기록을 넘어서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
경기 후 강민호는 “200홈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크게 의식하지 않고 경기에 임했다. 앞으로 더욱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본인의 대기록을 자축했다.
수원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