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선발 완벽정착’ 넥센 최원태가 말하는 3가지 변화

입력 2017-05-09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넥센 우완 고졸 3년차 투수 최원태는 올 시즌 3승3패 방어율 3.64를 기록하며 새로운 이닝이터의 탄생을 알리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최원태(20)는 서울고를 졸업하고 2015시즌 1차지명으로 넥센에 입단했다. 3억5000만원의 계약금은 넥센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보여준 한 단면이었다. 그러나 1군 데뷔 첫해인 2016시즌 17경기에선 2승3패, 방어율 7.23(61이닝 49자책점)의 부진한 성적만 남겼다. 풍부한 잠재력만큼이나 가다듬을 부분도 많았다. 특히 5이닝을 채우기 직전 무너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주어진 기회를 잡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다.

그러나 올 시즌 들어 그야말로 환골탈태했다. 6경기 3승3패, 방어율 3.64(42이닝 17자책점), 30삼진·8볼넷의 성적이 이를 말해준다. 그보다 더 고무적인 부분은 이닝 소화능력. 올 시즌 경기당 평균 7이닝을 소화하며 이 부문 3위에 올라있다. 지난해 경기당 4이닝을 소화하며 75.2구를 던졌지만, 올해는 평균 7이닝 동안 93.2개의 공을 던졌다. 투구 내용까지 좋으니 더 바랄 것이 없다. 넥센 장정석 감독도 “자신감이 커졌다. 오히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넥센 최원태. 스포츠동아DB



● 그립의 변화

최원태의 가장 큰 변화는 직구 그립이다. 그의 직구는 모두 투심패스트볼(이하 투심)이다. 넥센 박승민 투수코치의 조언에 따라 직구를 전부 투심으로 던지기 시작했는데, 그 효과가 상상한 것 이상이다. 최고구속 150㎞가 넘는 투심은 매우 위력적인 무기다. 최원태는 “직구의 그립을 포심에서 투심으로 바꾼 것이 내게 정말 잘 맞는다”며 “그립만 바꿨을 뿐인데, 컨디션에 따라 다르겠지만, 스피드가 크게 줄지 않았다. 땅볼을 유도하기도 좋다. 1루에 주자가 있을 때 우타자 몸쪽으로 투심을 던져 더블플레이를 유도하는 요령도 생겼다”고 밝혔다. 투심이 워낙 위력적이라 기존의 체인지업과 커브로 카운트를 잡기도 수월하다.

넥센 최원태. 스포츠동아DB



● 제구의 안정화

지난해 최원태의 삼진과 볼넷 비율은 1.83(42삼진·23볼넷)으로 썩 좋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3.75로 크게 향상됐다. 급감한 투구수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변화의 이유는 간단했다. “세게만 던지려다 보니 가운데로 몰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원태는 “애초에 나는 땅볼을 유도하는 유형의 투수가 아니었다. 삼진을 잡는 유형의 투수라고 생각했다”며 “직구로 삼진을 잡으려고만 하다 보니 오히려 볼넷이 늘어나고 삼진은 줄더라. 그래서 어떻게든 상대 타자의 방망이에 맞혀야 한다고 생각을 바꿨다. 네모 박스(스트라이크존) 안에 공을 넣어서 빗맞는 타구를 많이 유도하려 한다. 안타를 맞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아웃카운트를 잡을 확률도 올라간다”고 말했다.

넥센 최원태. 스포츠동아DB



● 흔들림은 없다

최원태는 올 시즌 첫 등판인 4월4일 사직 롯데전에서 6이닝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이는 최원태에게 1패 이상의 충격이었다. “작년과 똑같겠구나”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아쉬움은 잠시였다. 박 코치와 대화를 통해 마음을 다잡았다. 직구 그립도 이때 본격적으로 바꿨다. “올해는 무조건 편하게 하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내가 잘하려고 한다고 꼭 잘되는 게 아니더라. 그때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 변화를 받아들였다. 쉴 때 잘 쉬고, 운동할 때는 정말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한다.” 최원태의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