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베이스볼] 롯데 손승락의 마무리로 산다는 것

입력 2017-05-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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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마무리 손승락은 야구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혼신을 다하자’는 것이 그것이다. 그렇게 200세이브까지 왔다. 스포츠동아DB

일류(一流)에게는 일류의 방식이 있다. 롯데 손승락(35)은 KBO리그 다섯 명밖에 없는 200세이브 투수다. 손승락과의 인터뷰에서 “자부심”이라는 말을 유독 많이 들었다. 억센 경상도사투리 속에 확고한 자기 확신과 소신이 있었다. 통계를 통해 ‘마무리투수 손승락’을 규정하는 논리성도 갖췄다. 오랜 침묵의 시간을 거쳐 손승락이 깨달은 ‘마무리의 정신’을 들어봤다.


●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만 생각하고, 실행할 뿐”

-어제(5일) 결과가 좋지 못했다. 이럴 때 마무리로서 어떻게 마음을 털어내나?

“아침이 되면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생각하고 야구장에 나온다. 매일 리셋(reset)이다. 그렇지 않으면 마운드에 설 수 없다. (마무리투수가 흔들리면) 나 하나가 아니고 팀 전체가 안 좋아질 수 있으니까. 좋은 리듬, 좋은 에너지를 받으려면 항상 (일상이) 같아야 한다. 이 자리에서 내가 계속할 수 있는 비결이다.”

5일 경기에서 강판되는 손승락.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몸과 마음의 밸런스가 중요할 것 같다.

“8년차 마무리로서 느낀 것인데, 몸은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는 것이더라. 쉬는 날에는 가족과 함께 좋은 시간 보낸다.”


-평정심 유지가 쉽지 않을 텐데?

“감독, 코치님이 올라가라면 올라간다. 비가 오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오직 마운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좋은 볼 던지는 것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마무리는 멘탈이 일등이다. 어떤 시달림이 있어도. 시련이 오면 더 강하게 단련시켜주는 계기라고 생각하려 한다.”


-그런 일관성 덕분에 200세이브까지 왔겠다.

“재밌어서도 했고, 힘든데 억지로 끌고 온 것도 있다. 자부심은 안 아프고 8년째 마무리로서 해왔다는 것이다. 속도 썩어보고, 오해도 받아봤지만…. (한참 침묵 후) 그래도 야구 열심히 한 것에 관해서만큼은 떳떳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지속성을 가져갈 수 있을까?

“‘마무리가 나왔다’고 해서 보면 2~3년 있다가 대부분 바뀌더라. 실패했을 때 절망감을 온전히 다 가져가니까 그런 것이다. 나도 정신력으로 버텼는데, 올해 (마무리에 관한) 나의 것이 나왔다. ‘마무리투수는 이렇게 해야 하는 거구나, 왜 리베라가 오래 했는지 알겠구나’ 이런 깨달음에 이르더라.(웃음)”


-이제 즐길 수 있는 경지란 얘긴가?

“즐기는 차원이 아니라 내가 할 일을 명확히 알게 된 것이다.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영역의 경계를 알게 된 것 같다.”

롯데 손승락.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손승락답게 마운드에서 던지고 싶다”

-10이닝을 던져 볼넷은 1개인데 WHIP(이닝당 출루 허용) 숫자는 1.80이다. ‘해석하면 출루는 내줄지언정 피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읽히는데.


“나는 컷 패스트볼을 많이 던지는 투수다. 내야땅볼 유도 비율이 높다는 뜻이다. 안타 맞는 것도 대부분 장타가 아니라 내야땅볼이다. ‘내 할일은 잘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빗맞은 땅볼을 유도했다는 것은 안타 될 확률을 줄였다는 의미다. 또 삼진 비율(10이닝 11탈삼진)을 보면, 삼진과 땅볼이 같이 가는 투수라고 봐줄 수 있다. ‘마무리투수로서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되뇐다. 자꾸 안 맞으려고 하면 리베라도 못 버틸 터다. 마운드에서 온갖 생각을 다 하면 내가 그곳에 설 이유가 없어진다.”


-정신적으로 원숙해진 것 같다.

“처음 4년은 막 붙어서 힘으로 다 이겼다. 그러다 블론세이브가 늘어났다. 내가 완벽을 추구하다보니까 그렇게 됐다. 통계를 보고 내가 어떤 투수인지를 느꼈다. 삼진율도 높은 편이고 내야땅볼 유도도 잘하고 있는 투수였다. ‘다른 투수가 어떻게 하고 있다’고 내가 따라가면 안 된다. 나는 나만의 장점이 있는 투수다. 한번도 안 아프고 8년간 마무리로서 쓰러지지 않고 지금까지 던지고 있다는 것에 스스로 자부심은 있다.”


-처음부터 마무리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인가?

“선발로 시작했다. 팀(당시 넥센)에 마무리가 없어서 김시진 감독님이 시켜서 했다. 1~2년만 하면 선발로 바꿔주겠지 했는데 계속 맡았다. ‘20대 후반에 시작한 마무리, 이왕 할 거면 잘하자’고 결심했다. 8년간 똑같은 볼을 던졌음에도 내가 이겨낼 수 있었다는 것은 ‘나한테 힘이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상대적으로 약한 팀에 몸담다보니 터프세이브가 많았을 듯하다.

“전체적으로 따져보면 아마 8회에 가장 많이 나간 마무리투수가 나일 것이다. 그럼에도 부상 없이 계속한 것에 자부심 갖고 싶다. 홀드와 세이브를 같이 하는 느낌이어서 두 배로 힘든 느낌은 들었다.”


-200세이브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첫 세이브. 여기서(사직 롯데전) 했다. 지난해 롯데 와서 넥센 상대로 첫 세이브 해낸 기억도 난다. 200번째 세이브(4월14일 사직 삼성전)도 의미 있었다. 무엇보다도 200세이브까지 심적으로 지치고 힘들었을 텐데 버텨준 나한테 칭찬해주고 싶다. 던지기 싫고, 힘든 적도 있었는데 갈수록 야구가 좋아지고 있다. 나만의 색깔을 가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마무리투수는 포커페이스라고 들어서 억지로라도 해보려했는데 좋고 싫음을 드러내는 것, 그것이 손승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포장하지 않는 나 자신을 알고,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나타내는 것, 이게 내 모습이다.”

롯데 손승락.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블론세이브 의식하지 않는다”

-마무리로서 얼마나 더 갈 수 있다고 보나?


“마운드에서 두려움이 생기면 그만둬야 할 것이다. 지금은 어린 친구들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구위가 떨어지면 투구 패턴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그럴 수 있겠다. 그러나 그렇게 구위가 떨어지면 나 스스로 (진퇴를) 생각할 것 같다. 억지로 버티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래서 오늘만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롯데라는 팀이 전통적으로 마무리가 취약한 탓에 늘 높은 기대치에 둘러싸여있다.

“느끼고 있다. 잘 던질 때는 응원 많이 해 주신다. 못 던지면 따끔하게 지적해주신다. 팬들이 당연히 할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정하고, 내 할일을 할 것이다.”


-올 시즌 7세이브를 하는 동안, 무(無)블론세이브다.

“한 시즌에 3~5개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하려 한다. ‘블론세이브는 1개도 범하지 말자’고 생각하고도 해봤는데 바보 같은 짓이더라. 내가 오늘 던질 것에 집중해야지, 목표부터 생각하면 안 되더라. 굉장히 간단하다. 할일 열심히 하고 결과는 인정하고, 다시 준비하는 것이다.”


-초탈한 것 같다.

“예전에는 스스로를 다그쳤다. ‘운동 열심히 해서 이것밖에 못해’라고. 그러나 이제는 ‘고생한다’고 나 자신한테 말해주고 싶다.”

롯데 손승락.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손승락은?


▲생년월일=1982년3월4일
▲내당초~경상중~대구고~영남대

▲신장=187㎝, 체중=99㎏
▲2005년 현대(2001년 현대 2차 3라운드 전체 25순위 지명)~2008년 경찰청~2010년 넥센~2016년 롯데

▲연봉=7억원

▲통산 성적=440경기 642.1이닝 37승38패 5홀드 204세이브 방어율 3.71(8일까지)

▲2017시즌 성적=10경기 10이닝 7세이브 방어율 2.70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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