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베이스볼] 두산 함덕주, 강원도 촌놈에서 서울팀 선발투수로

입력 2017-05-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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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함덕주. 스포츠동아DB

인터뷰 내내 애정 섞인 장난과 시비(?)가 계속됐다. 투수조 직속 선배들은 물론이고 야수 선배 몇몇과 감독까지. 덕아웃 한편에서 일문일답에 한창인 22세 신예선수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벌써 인터뷰하면서 폼 잡으면 되겠느냐”는 선배들의 짓궂은 농담은 기본이었고, 그의 치명적인 실수담을 되새겨 “하겐다즈”라고 외친 감독의 쏘아붙임은 뽀얀 얼굴을 붉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선수단 모두의 애정을 듬뿍 받는 두산 영건 함덕주(22)의 이야기다. 야구와는 인연이 적은 강원도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만큼 이에 얽힌 일화도 유쾌하다. 야구부 운동을 마치면 매일 주는 500원 용돈에 혹해 공을 처음 잡은 산골 소년. 프로 입단 후 에피소드는 더욱 재미나다. 어느 날 두산 김태형 감독이 그를 불러 특정상표의 초코맛 아이스크림을 심부름시켰다. 그러나 해당 제품을 난생 처음 들었던 함덕주는 편의점을 뒤지다 결국 포기하고 다른 제품을 감독 앞에 갖다 바쳤다. 지금도 회자되는 이른바 ‘하겐다즈 사건’이다. 일화가 말해주듯 순둥이 기질을 타고난 ‘아기곰’이지만 마운드에선 시속 145㎞의 빠른 볼을 거뜬히 던지는 승부사다. 팀의 필승조를 거쳐 선발로 새로 태어난 함덕주를 그가 2승째를 거둔 다음날인 14일 사직구장에서 만났다.

두산 함덕주. 스포츠동아DB



● “어느 순간 선발능력을 터득하지 않을까요?”

-올 시즌 불펜에서 나와 선발로 안착 중이다. 어제(13일 사직 두산전) 경기 역시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사실상 선발 몫(5이닝 4안타 2볼넷 5삼진 무실점)을 해냈다.


“볼넷을 내주기보단 차라리 안타를 맞자는 생각으로 던지고 있다. 선배들은 물론 투수코치님들 역시 그렇게 조언해주시고 계신다. 다만 소화이닝이 적다는 점이 아쉽다. 욕심은 있는데 아직 생각만큼 따라주질 않는다. 이닝당 투구수부터 줄어나가려고 한다.”


-어느 부분이 계산대로 흘러가고 있는가.

“확실히 중간에서 던질 때보다 컨디션 관리가 편하다. 또한 한 게임 전체를 책임지다보니 어깨가 무거운 점도 사실이다. 팀에 민폐를 끼치지 않게끔 던져야하지 않을까.(웃음)”


-선발 전환 이야기는 언제 처음 들었나.

“이번 스프링캠프 때 들었다. 처음엔 얼떨떨했지만 다른 보직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차근차근 공 개수를 늘리면서 준비해왔다. 지금은 80% 정도 단계다.”


-프로에 와서 줄곧 불펜으로 뛰다 선발로 전환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듯하다.

“왼손투수 선배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최근엔 허경민 선배로부터 조언을 들었다. 6일 LG전(3.2이닝 5안타 3볼넷 7실점)에서 부진한 뒤 ‘결과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축 처지지도 말아라. 결과는 선배들이 책임진다’며 힘을 북돋아주셨다. 이렇게 경험을 쌓다보면 어느 순간 선발능력을 터득하지 않을까.”


-선발로서 받는 느낌은 어떠한가.

“그냥 양의지~박세혁 선배 리드만 따라다니는 중이다. 포수 사인대로 던지면 결과가 나쁜 적은 없더라. 어차피 평소에 잘 치는 타자도 나한테 약할 수 있고, 못 치던 타자도 나한테 강할 수 있다. 그저 내 공만을 던지려고 한다. 다만 롯데 이대호 선배는 확실히 위압감이 다르긴 다르더라.”


-야구는 처음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원주 일산초 3학년 때였다. 학교에 야구부가 새로 생기면서 일반학생들을 상대로 ‘달리기’, ‘공 멀리 던지기’ 같은 테스트를 했다. 또 당시 하루 운동을 마치면 매번 500원씩 용돈을 받았다. 그 돈으로 문구점에 가서 놀 수 있었다. 그렇게 야구에 빠져서 지금까지 왔다.”


-사실 강원도는 야구라는 종목이 친숙하지 않은 동네다. 성장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많았을 듯하다.

“물론 경기를 많이 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긴 하다. 그래도 야구장만 있으면 운동에 지장은 없다. 그리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선·후배 동료들이 함께 자라니까 장점도 많다. 지금도 원주고 출신 선수들과 가끔 모임을 갖는다. SK 김재현, 한화 염진우 선배 등이 멤버다.”

두산 함덕주. 스포츠동아DB



● “감독님과 얽힌 하겐다즈 사건의 진실은요…”

-프로 입단이 확정됐던 날 기억나는가.


“잊을 수가 없다. 당시만 해도 신인드래프트 중계를 4라운드에서 끊었다. 동네 PC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보다가 지명이 안 된 줄 알고 포기했다. 그런데 현장에 있던 지인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5라운드에 지명이 됐다고. 사실 프로에 바로 갈 기대도 못했던 상황이라 대학 진학을 고려하던 시점이었다. 정말 기쁜 마음으로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당연히 첫 등판(2013년 7월7일 잠실 삼성전)이다. 6회에 올라와서 최형우 선배와 이승엽 선배를 각각 삼진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았다. 그런데 다음 이닝이 문제였다. 연속 3안타를 맞고 바로 내려갔다. 아주 박살이 났다.(웃음) 다리도 얼마나 떨리던지…. 지금 돌이켜보면 왜 그랬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보다 유명한 일화는 ‘하겐다즈 사건’이다. 김태형 감독의 입을 통해 처음 알려졌는데 정작 선수 입장에서 나온 변명은 없다(질문하기가 무섭게 옆을 지나가던 김 감독이 ‘하겐다즈’라고 농담을 던진 뒤 감독실로 들어간다).

“2015년 대구 원정이었다.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감독님께서 초코맛 하겐다즈를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키셨다. 그런데 나는 원체 군것질을 안 한다. 그런 상표도 그때 처음 들어봤다.”


-그 이후에 ‘강원도 촌놈’이 됐다. 진짜 성격이 궁금한데.

“뭐, 강원도 출신이면 늘 듣는 ‘감자’라는 별명은 기본이다. 다른 별명도 많다. 처음에는 얼마나 다들 놀리던지. 지금도 그런 별명은 따라다닌다. 기본적으로 낯은 좀 가리는 편이다. 조용하기도 하고. 그러나 친한 동료들끼리는 장난도 많이 친다.”


-이젠 누가 뭐라 해도 어엿한 프로선수가 됐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내가 마운드에 있으면 동료들이 편안하게 투구를 지켜볼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우리 팀에 있는 장원준~유희관 선배처럼 말이다. 형들을 보면 마음 편히 야구를 할 수 있지 않은가.”


● 두산 함덕주


▲생년월일=1995년 1월 13일
▲원주 일산초∼원주중∼원주고

▲키·몸무게=181cm·99kg(좌투좌타)

▲프로 입단=2013년도 신인드래프트 두산(2차 5라운드 전체 43순위)

▲입단 계약금=6000만원

▲2017시즌 연봉=7000만원

▲통산 성적=124경기 133.2이닝 10승5패 18홀드 방어율 4.44

▲2017시즌 성적=7경기 35.2이닝 2승3패 방어율 4.29

사직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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