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를 만나다 ①] ‘백년손님’ PD “작가진 주된 업무? 어르신들과의 소통”

입력 2017-06-07 1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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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에서 관칠이 도입된 이래 이 장르는 가족, 개인, 연인 등 다양한 요소들과 결합하며 진화를 거듭해 왔다. 대중이 궁금해 하는 연예인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고 싶다는 욕구를 채워주는데 그쳤던 관찰 예능은 이제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갈등도 건드리며 앞으로도 관찰 예능 전성기가 이어질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SBS ‘자기야-백년손님’ (이하 ‘백년손님’)도 단순한 부부 간의 갈등을 풀어내는 토크쇼에서 장서갈등(처가와 사위의 갈등을 이르는 말)이라는 요소를 도입하면서 관찰 예능으로 변모해 왔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장서갈등을 예능에 도입한 민의식 PD가 있다.

“처음 기획은 가족 관계에 대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면서 뉴스에 나오는 장서 갈등에 주목했죠. 그 때 당시 고부 갈등만큼이나 장서 갈등도 주된 화두로 떠오른다고 하더라고요. 늘 갈등이 있는 곳에는 재미도 따라온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준비된 기획이 ‘자기야’와 만나 백년손님이 된 거에요.”

이런 발상의 전환을 통해 탄생한 ‘백년손님’은 유명 MC, 초특급 게스트 없이도 목요일 밤을 책임지는 SBS의 효자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타 방송사 예능 PD조차 “확실한 포맷과 색깔을 지닌 진정한 알짜”라고 표현할 정도.

“왜 ‘백년손님’이 인기가 있냐고 물으신다면 이유는 단 하나죠. 바로 스타가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장서 갈등이라는 건 결혼을 한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동시에 이 갈등과 어색함을 풀고 싶다는 바람을 ‘백년손님’에 투영해 주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민 PD의 말대로 장인, 장모와 사위 간의 어색함은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이런 관계를 TV에 등장시키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는 섭외 과정에 대한 질문에 “장인, 장모님은 물론 사위 섭외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도 장인, 장모님들은 이 방송을 통해 사위를 자주 만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어요. 하지만 사위는 그렇지 않죠. 왜 옛 말에 ‘보리 서 말만 있어도 처가살이는 안 한다’고 하죠? 그런 사고가 아직도 남아있어서 출연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었죠.”

이처럼 어렵게 섭외된 가족들이기에 제작진은 마라도로 가기 위한 2박 3일의 강행군도, 어르신들과의 소통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특히 민 PD는 ‘백년손님’을 제작하는데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이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아무래도 어르신들은 연예인이 아니니까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요. 어느 날 자신의 24시간을 카메라로 지켜본다고 하면 확실히 의식이 될 수 밖에 없죠. 그래서 제작진이 집안 곳곳에 카메라를 꽁꽁 숨겨두려고 많이 노력해요. 그렇게 몇 번의 촬영을 하다 보면 어르신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도 않고 사위와의 관계도 풀어지면서 재미있는 장면들이 나와요. 요즘은 저희가 와도 ‘또 왔구나. 마음대로 해라’ 이런 식이시죠”



즉, ‘백년손님’은 장서 관계 뿐만 아니라 제작진과 어르신들의 관계도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민 PD를 “작가들이 제일 많이 하는 일이 어르신들과의 전화”라고 말할 정도.

“관찰 예능을 만드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소재를 어디서 얻을 것인가에요. 그리고 그 소재가 어르신들의 일상과 얼마나 닿아있는지가 중요하죠. 그런 소재를 얻으려면 어르신들과 꾸준히 통화를 하면서 ‘마라도에는 요즘 이런 일이 있다’, ‘얼마 안 있으면 이런 일을 해야 한다’ 등의 정보를 얻어야 해요. 그리고 사위들과도 통화를 하면서 장인, 장모와 가깝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요. 개입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소품을 준비해 주는 정도로요.”

이처럼 ‘백년손님’은 꽤 섬세하고 배려 넘치는 방법으로 예능적인 재미를 추구하면서 관찰 예능의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재미를 위한 결과를 내기 보다 그런 상황이 생겼을 때 이를 조정하는 노하우 정도만 가지고 있어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관찰 예능은 계속 생겨날 것이고 또 다른 형태로 시청자들을 만날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백년손님’의 지금이 아무리 탄탄해도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왜 고대 어느 벽화에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고 쓰여 있다고 하잖아요. 장서갈등도 그런 맥락과 비슷한 것 같아요. 하루 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결코 아니라는 거죠. 그 안에서 ‘백년손님’ 나름의 방식으로 변화를 주려고 해요. 잘 되는 프로그램과 안 되는 프로그램의 차이는 명확해요. 시청자가 뻔히 예측할 수 있느냐 없느냐죠. 앞으로도 우리 현실에서 벌어지는 날 것의 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전하고 싶어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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