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남과여②] ‘옥자’, 자본 vs 자본 충돌…당연한 시장논리

입력 2017-06-09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영화 ‘옥자’. 사진제공|NEW

■ 넷플릭스 제작 봉준호 감독 영화 ‘옥자’

멀티플렉스 ‘옥자’ 상영 거부 논란

스포츠동아는 그동안 ‘시선, 男과 女’를 통해서 영화와 방송 콘텐츠, 대중음악 등에 대한 두 남녀기자의 공정하면서도 주관적인 평가의 시각을 제공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코너에서는 대중문화계 최대의 쟁점이자 논란거리로 떠오른 문제에 대해 그 범위를 넓혀 보고자 합니다. 바로 현재 영화계와 극장가는 물론 문화콘텐츠 유통방식을 둘러싸고 최대 현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영화 ‘옥자’의 멀티플렉스 극장 상영 논란입니다.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넷플릭스가 29일 전 세계 190개국에서 자사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옥자’를 동시공개하기로 하면서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CJ CGV(CGV)가 상영을 거부할 조짐입니다. 그동안 영화를 극장에서 개봉 및 상영하고 일정 기간(홀드백)이 지나면 IPTV를 포함한 TV와 온라인, 모바일, DVD 등으로 유통시키는 방식과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CGV 측은 “최소한 홀드백 기간이 필요하다”며 넷플릭스의 이 같은 방식이 “영화산업 생태계와 유통질서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규정,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누리꾼 등 대중을 포함해 영화계 안팎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스포츠동아 두 남녀기자가 이를 반영해 각기 입장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 29일 개봉. 감독 봉준호. 주연 안서현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등

●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와 슈퍼돼지 옥자의 우정. 탐욕스런 자본의 논리를 앞세운 거대기업에 비밀동물보호단체가 맞서면서 그 충돌의 양상에 휘말린 미자와 옥자의 모험을 그린 영화. 넷플릭스가 600억원의 제작비 전액을 투자했고 봉준호 감독이 “창작자로서 모든 권한을 보장받으며” 연출했다. 브래드 피트가 이끄는 할리우드 제작사 플랜B엔터테인먼트 등이 공동제작사로 참여했다.

● 여


‘옥자’는 단순히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초청상영한 작품으로만 보기 어렵다. 거의 모든 영화가 그렇듯, ‘옥자’ 역시 많은 관객에 소개돼 소통하길 바라는 점은 같지만 투자와 유통 방식에서는 기존 상업영화와 다른 뚜렷한 ‘목적성’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옥자’를 둘러싼 논란은 그 목적성에서 출발한다.

‘옥자’는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가입자를 유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기획한 상품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CGV 등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의 상영 거부를 ‘자본 대 자본’의 충돌로 바라보면서 일정부분 수긍하는 영화계의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월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 연예인과 제작진을 기용한 콘텐츠 제작에 나섰고, 가장 큰 규모로 ‘옥자’를 택해 600억원을 기꺼이 투자했다. 완성품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가 굳이 극장에 먼저 자리를 내줄 필요가 있을까. 연일 화제에 오르내리며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린 넷플릭스가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짓는 것은 아닌지 궁금할 정도다.

극장도 마찬가지다. 수익 창출과 시장 지배력을 목표로 하는 CJ, 롯데 등 대기업 계열사인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이 자사 이익을 포기하면서 넷플릭스에 길을 터주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순진하다. 영화는 분명 문화의 범주에 속하지만 그 유통구조는 철저히 자본에 기댄 시장논리를 따른다는 사실에서 극장 체인의 이번 선택은 당연하다.

물론 “‘옥자’의 동시공개는 극장 상영 생태계를 흔든다”는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작 한국영화의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독과점, 스크린 몰아주기 논란의 진원지가 늘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이기 때문이다.

다만 ‘옥자’만 두고 본다면 극장은 수익 창출에 집중하는 기존 입장을 지켜낸 셈이다. 게다가 ‘IPTV 공개를 염두에 둔 영화의 극장 개봉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에서 봉준호 감독도 예외일 수 없다는 확실한 ‘선례’까지 남겼다.

일부에서는 ‘옥자’가 극장 개봉을 바라는 것을 “넷플릭스의 욕심”이라고까지 표현한다. 넷플릭스는 이미 2년 전 미국에서 자체 제작한 영화의 극장 동시 개봉을 추진하려다 극장들의 단체 보이콧에 직면해 곤란을 겪었다. 국내 극장들의 반응 역시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지만 무리수를 두면서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흥미로운 의견을 내는 쪽도 있다. 극장 체인의 ‘옥자’ 상영 거부가 오히려 새로운 ‘실험’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체 극장의 93%를 차지하는 극장 체인에서는 보기 어렵지만 나머지 ‘개인사업자’인 대한극장과 서울극장 등에서는 상영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 극장에서 ‘옥자’가 성과를 낸다면 그 또한 한국에서 볼 수 없던 진기록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