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열’ 최희서 “원하면 행동하라!”

입력 2017-06-2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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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희서.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독립운동가 ‘박열’의 연인 후미코 열연한 최 희 서

5편의 시나리오, 4편의 독립영화…
원하는 삶을 개척하는 난 행동파
후미코 용맹함에 비하면 새발의 피


최희서(30)는 스스로를 ‘행동파’라고 칭했다. 생각하고 우물쭈물하다 기회를 놓치고서야 후회하는 타입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미다. 원하는 게 있으면 당장 실천하는 성격. “집에서 종일 뒹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고도 했다.

최희서는 유년기를 일본 오사카에서 보냈다. 5년 동안 살면서 한인초등학교를 다녔고, 그때 연극 ‘심청전’을 무대에 올려 주인공 심청을 연기했다. 연기자의 꿈이 시작된 때이다.

대학교 입학식 날, 최희서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학내 극단인 연희극회였다.

“2008년 3월2일 연희극회에 입단했다. 수업 끝나면 6시부터 밤 10시까지 매일 연극을 연습했다. 4학년 때까지 그렇게 지냈다.”

최희서의 데뷔작은 스무살 때인 2009년 출연한 영화 ‘킹콩을 들다’. 그로부터 8년간 그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어도, 연기와 떨어지지 않은 채 ‘무명배우’로 살았다. 연극무대에 서고, 독립영화에도 참여했다. 그 시간 끝에 이제 자신의 이름을 알릴 첫 번째 기회를 앞두고 있다. 28일 개봉하는 영화 ‘박열’(제작 박열문화전문유한회사)이다.

“내게게 오랜 시간이 아니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하고 살았으니까. 단편영화든 워크숍 형식의 작업이든 기회 닿는 대로 했다. 집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직접 촬영해 한 달에 한 번씩 유튜브에도 올렸다.”

최희서는 지금까지 다섯 편의 시나리오를 썼고, 그 중 네 편을 독립영화로 만들었다. 그 중 세 편에는 주연으로 나섰다.

“대학 4학년 때 친구들과 연합동아리를 만들어 1년에 한두 편씩 작업해왔다. 첫 영화가 서울에 관한 이야기여서 우리 모임 이름이 서울라이트필름이다.(웃음) 훗날 경제적으로 갖춰지고 더 노련해지면 영화 제작도 하고 싶다.”

원하는 삶을 개척하는 최희서는 ‘박열’에서 그가 연기한 후미코와 상당히 닮았다. ‘박열’에 출연하는 과정도 적극적인 성격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배우 최희서.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014년 때의 일이다. 최희서가 친구들과 십시일반 돈을 모아 연극 ‘사랑이 불탄다’를 준비하던 무렵. 여느 때처럼 연습실로 향하는 지하철에 앉아 대본 연습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때 맞은편에서 그를 유심히 지켜본 이가 영화 ‘동주’의 제작자인 신연식 감독. 같은 역에서 내린 최희서에게 신 감독은 명함을 건넸고, 얼마 뒤 ‘동주’의 오디션을 제안했다.

‘동주’에 짧게 출연한 최희서는 이후 이준익 감독이 ‘박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본어 대사를 감수하고 자료를 찾는 일을 도왔다. 일본 황태자의 암살을 계획한 독립운동가 박열(이제훈)의 연인이자 동지인 일본인 여성 후미코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최희서에게 주어졌다.

“후미코는 자아성찰을 많이 한 사람이다. 자서전을 읽어보면 당시 빈민계층으로 얼마나 학대를 당했는지, 억압의 기록이 전부 남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아낸 어마어마한 인물이다. 나와 비슷한 면이 있지만 그 용맹함에는 감히 다가갈 수 없다.”

최희서는 ‘박열’과 같은 날 개봉하는 ‘옥자’에도 통역사 역할로 짧게 등장한다. 대학시절 교환학생 경험 등으로 쌓은 영어 실력 역시 수준급이다. 미국드라마 오디션에도 꾸준히 도전한다. 얼마 전에는 미드 ‘설국열차’ 오디션을 봤다. “연락이 없는 걸 봐선 떨어진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미드 오디션 지원서에는 배우의 나이를 쓰지 않는다. 대신 연기가 가능한 나이의 범위를 쓴다. 합리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포털사이트에서 내 나이와 학력 내용을 없앴다. 물론 검색하면 다 나오지만(웃음), 온전한 나를 보이고 싶은 마음이다.”

● 최희서

▲1987년 1월7일생 ▲2008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입학, 2014년 졸업 ▲미국 UC버클리 교환학생 공연예술학과 전공 ▲2009년 영화 ‘킹콩을 들다’ 데뷔 ▲2011년 MBC 드라마 ‘오늘만 같아라’ ▲2014년 영화 ‘사랑이 이긴다’ ▲2016년 ‘동주’, ‘시선사이’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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