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과 사랑에 빠진 방송사들…

입력 2017-07-0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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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대거 방송 중이다. 각 방송사들은 화제성과 시청률이 보장된 아이돌 프로그램을 내세우고 시청자를 끌어당기고 있다. 사진은 케이블채널 엠넷의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 ‘아이돌 학교’. 사진제공|엠넷

KBS, 아이돌 오디션 ‘99매치’ 공개
tvN은 13일부터 ‘아이돌학교’ 방송
육성 넘어 웹예능·드라마까지 확대
기회의 장 VS 콘텐츠 획일화 ‘팽팽’

방송사들이 잇따라 ‘아이돌’에 빠져들고 있다.

단순히 출연진 가운데 한 명으로 내세우는 것을 넘어 ‘아이돌의, 아이돌에 의한, 아이돌을 위한’ 프로그램을 대거 만들며 아이돌 시장에 뛰어들었다. 케이블채널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1·2가 크게 성공하면서 조성된 열풍은 KBS와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로 번져가고 있다. 그만큼 아이돌이 매력적인 소재라는 이야기다. 점차 흥행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이 같은 트렌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육성 프로그램부터 웹예능, 드라마…“아이돌을 모십니다”

KBS는 4일 아이돌 재기 오디션 프로그램 ‘더 파이널 99매치’를 공개했다. 프로그램은 이미 데뷔했지만 빛을 보지 못한 아이돌을 모아 다시 기회를 준다는 의도다. 일명 ‘아이돌 재기 프로젝트’. 10월 방송이라고 해도 준비 과정부터 보여주기 위해 조만간 촬영을 시작한다.

13일부터는 tvN ‘아이돌 학교’가 방송된다. 제작진은 ‘아이돌 전문 교육기관’이라며 ‘아이돌 학교’ 간판을 내걸고 걸그룹이 되고 싶어 하는 참가자들을 모아 맞춤형 교육을 시키겠다고 밝혔다. ‘입학생’들은 11주간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졸업시험에 통과하면 걸그룹 멤버로 데뷔하게 된다. 이순재가 교장선생님, 슈퍼주니어 김희철, 장진영, 스테파니 등이 담임교사가 된다.

아이돌에 대한 관심은 육성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웹예능과 드라마로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다.

KBS가 제작하고 인터넷과 케이블채널 KBSN, KBS월드가 방송 중인 웹예능 ‘아이돌 드라마 공작단’은 화려한 걸그룹의 이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레드벨벳 슬기, 전소미, 마마무 문별, 오마이걸 유정, 소나무 디애나, 러블리즈 수정, 김소희 등 걸그룹 멤버 7명이 직접 대본을 쓰고 주인공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최근 시즌1을 끝내고, 시즌2를 예고했다.

SBS의 자회사인 SBSfunE도 드라마 ‘아이돌마스터.KR-꿈을 드림’을 방송 중이다. 아이돌을 꿈꾸는 소녀들의 성장 스토리다. 데뷔 이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전현직 걸그룹 멤버들이 연기자로 나서 경험에서 우러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현재까지 방송사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빅뱅이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 역시 ‘YG표 프로듀스 101’을 기획 중이다. 소속 연습생 뿐만 아니라 타 기획사의 연습생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전문적이면서 체계적으로 아이돌을 육성하는 대표 연예기획사가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점에서 각 방송사도 탐내고 있다.

“아이돌에게 많은 기회를” VS “아이돌 편중 현상 우려”

방송사들은 “다른 연예인들보다 출연 비중이 낮고 선택의 폭이 적은 아이돌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며 각각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물론 더 많은 아이돌에게 돌아가는 기회가 생긴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방송사 역시 아이돌 문화에서 얻는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득을 취한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아무리 무명의 신인이라고 해도 짧은 시간에 팬덤을 확장할 수 있고, 그로 인한 높은 화제성과 시청률을 동시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이돌을 기반으로 한 대중문화 콘텐츠는 실패 확률이 적다”며 “현재 프로그램은 공통적으로 성공한 아이돌의 이야기를 그리는 게 아니라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한 단계 성장해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런 모습에 시청자가 매력을 느끼고 몰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양하게 콘텐츠를 확대하지 않으면 아이돌에 한정되고 편중되는 현상이 나타나 피로도만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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