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 의구심 속 신태용 감독 선임…축구협, 무거워진 책임

입력 2017-07-0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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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기도 파주 축구 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NFC)에서 김호곤 신임 기술위원장 주재로 A대표팀 감독 선임건을 포함한 제 6차 기술위원회가 열렸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을 비롯한 8명의 기술위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파주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대한축구협회는 4일 기술위원회를 통해 신태용(47) 감독을 새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당초 신 감독과 함께 정해성 대표팀 수석코치를 비롯해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원정 16강 진출을 달성한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 등이 후보로 거론돼왔지만, 기술위는 이미 한국축구의 2차례 위기 상황에서 호출돼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과 지난달 끝난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신 감독에게 다시 중책을 맡겼다.

신 감독은 리우올림픽과 U-20 월드컵을 앞두고 사령탑 유고사태가 발생하자 협회가 긴급히 투입한 ‘구원투수’였다. 급한 불은 껐지만, 신 감독은 2차례 모두 큰 성공을 맛보진 못했다. 준비기간이 짧았다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리우올림픽에선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온두라스와의 8강전에서 0-1로 패했고, 1차 목표로 8강 진출을 내세우고 내심 4강 진입까지 기대했던 U-20 월드컵에선 16강에 그쳤다. 특히 조별리그 잉글랜드전을 앞두고 불필요하게 전력을 노출하는 실수를 범하고, 포르투갈과의 16강전에서 납득할 수 없는 전술변화로 완패했다는 점 등은 U-20 월드컵 개최국을 이끈 신 감독의 아쉬운 행보로 남았다.

신 감독이 소통능력 등 여러 장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또 선택받을까’라는 의구심이 축구계 내부에서 제기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협회는 이런 우려의 시선 속에서도 다시 신 감독을 낙점했고, 결과적으로 협회의 책임 역시 더욱 막중해졌다. ‘상대적으로 편한’ 카드를 꺼내든 만큼 협회가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떠안아야 한다.

최근 수년간 한국축구는 국제대회에서 호성적을 거뒀다고 보기 힘들다. 그 과정에서 협회 수뇌부는 책임을 지기보다는 매번 ‘꼬리 자르기’ 식으로 비켜나갔다. 상상조차 하기 싫지만, 만약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탈락한다면 이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K리그까지 포함해 가뜩이나 분위기가 어수선한 한국축구에 더 엄혹한 암흑기가 도래할 수도 있다. 협회 수뇌부 총사퇴 같은 엄청난 후폭풍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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