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왜 SK 힐만 감독의 수비 포메이션이 불편했을까

입력 2017-07-0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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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힐만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세상에 이런 야구가 있을까’ 싶었던 5일 KIA-SK전의 흡입력에 가려져 있었을 뿐, 의도하지 않은 지점에서 불문율의 경계를 건드리는 상황이 있었다. SK가 12-1로 앞선, 5회초 수비. SK 내야진은 KIA 주자가 출루했음에도 베이스에서 떨어져 수비를 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언뜻 대세가 갈린 상황에서 별 것 아닌 것으로 넘길 수도 있고, 수비 포메이션은 수비팀의 권리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1-12로 지고 있는 팀은 받아들이는 ‘정서’가 다를 수 있는 것이 야구다. KIA 모 코치는 6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전에 앞서 당시 장면을 떠올렸다.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헷갈렸다. 지고 있는 팀이 팬들이 보는 앞에서, 그렇다고 안 뛰고 가만히 베이스에 붙어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다고 (SK 수비 위치에 관계없이) 열심히 뛰자니 되게 없어 보이겠더라.”

이에 관한 명확한 규정은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암묵적으로 이기고 있는 팀은 정상적으로 수비에 임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큰 점수차로 지고 있는 팀을 향한 일종의 배려다.

반면 크게 뒤지고 있는 팀은 경기 막판에 내야수들을 베이스 뒤로 물리는 일이 잦은 편이다. ‘백기를 들었으니 더 이상 도루 시도 등으로 자극하지 말라’는 암묵적 메시지다. 그럼에도 이기고 있는 팀에서 도루를 감행하면 위협구가 날아들고 벤치 클리어링까지 빚어지곤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예의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크게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최선의 수비 위치를 짜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는 쪽에 해당한다.

그러나 SK는 12-1로 앞서는 상황에서, 5회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내야수들이 정상 수비를 하지 않았으니 KIA로서는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곤혹스러웠던 모양이다. 묘하게도 SK는 5회초에만 거짓말처럼 12실점을 하고 역전을 당했다. 다시 재역전을 해냈지만 SK의 수비 포메이션이 KIA를 자극했을 여지도 없지 않다. SK 힐만 감독이 KBO의 ‘에티켓’을 완전히 숙지하지 못해서일 수 있다. KIA는 6일 경기 전, SK에 간접적으로 이에 관한 의사를 전했다.

인천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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