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포항사나이?’ 삼성 박해민의 소회

입력 2017-07-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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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 6회말 1사에서 삼성 박해민이 중전안타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포항야구장은 2012년 8월 14일에 문을 연 후 올해까지 6년간 삼성의 제2구장으로 사용됐다. 홈팀 삼성과 원정팀 선수들만 세어도 수백 명의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거쳐 갔지만, 이 ‘약속의 땅’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선수는 많지 않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역시 이승엽이다. KBO 통산 400홈런을 포함해 포항에서만 15개의 홈런포를 터뜨렸다. 경기가 열릴 때마다 항상 강한 존재감을 보여 일찌감치 ‘포항사나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그는 지난 6일 롯데전에서 대타로 들어서 자신의 현역 마지막 포항야구장 타석을 소화했다. 앞선 4일 경기에서는 홈런을 두 개나 때려 마지막 3연전에서도 자신의 이름값을 했다.

이제 더 이상 포항에서는 이승엽의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렇다면 그의 포항사나이 타이틀을 이어갈 후계자는 누구일까. 가장 유력한 후보는 팀 동료 박해민이다. 박해민은 이승엽에 가렸을 뿐 기록으로만 보면 절대 ‘전설’에 뒤지지 않는 맹활약을 펼쳤다. 그는 포항야구장에서 31경기를 뛰었는데, 기록한 타율이 0.434, 출루율이 0.525였다. 비록 홈런은 없지만, 좋은 톱타자의 평가기준이 되는 여러 항목에서는 최고의 기록을 남겼다. 박해민은 4일부터 열린 롯데와 3연전에서도 3경기 모두 안타를 때리는 기염을 토했다.

6일 롯데전을 앞두고 만난 박해민은 ‘제2의 포항사나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절대 아니다. 나는 진짜 아닌 것 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유를 묻자 “솔직히 포항야구장에서는 팬들에게 내 야구를 보여드리기가 쉽지 않다. 나는 뛰는 선수인데, 여기서는 그라운드 사정상 도루하기가 쉽지 않다”고 답했다.

박해민은 실제 롯데와 3연전서 도루를 두 번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슬라이딩 과정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 그답지 않은 아웃타이밍이 나왔다. 그는 “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슬라이딩하는 느낌이었다. 5일 경기에서는 나도 모르게 몸이 스탠드업 슬라이딩을 시도하더라. 내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지 않는 경우는 1년에 1~2번 정도다. 그만큼 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포항야구장은 KBO리그 제2구장 중에서도 뛰어난 시설과 많은 팬들의 방문으로 일찌감치 완성형 구장으로 불린 곳이다. 그러나 6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포항사나이’라는 야구타이틀을 지키려면 현장의 목소리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포항에서 뛸 날이 많은 박해민이 애정 섞인 지적을 경청할 때다.

5일 오후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 1회말 무사 1루에서 도루를 시도한 삼성 박해민이 롯데 유격수 문규현에게 태그아웃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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